활동보조인, 복지현장에서 노동을 이야기하다

[연속기고(2) - 인터뷰] 장애인 활동보조인 3인에게 듣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보조’라는 말처럼 주체로서 들어나지 못하고 장애인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활동보조인들은 ‘활동보조권리찾기모임’을 통해 자신의 노동에 있어서"는 보조가 아닌 당당한 주체이며 이 주체로서 자신들의 권리와 차별, 저임금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활동보조인은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인(장애인), 중개기관과 더불어 활동보조서비스 제도의 주체이기에 이를 주관하는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 명의 장애인 활동보조인에게 자신의 노동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A씨는 여성으로, 활동보조 경력 2년이다, 한 달에 160시간 일하고 있다. B씨는 남성으로, 활동보조 경력은 4년, 한 달에 250시간을 일한다. C씨는 여성으로 활동보조 경력은 2년, 한 달에 180시간을 일한다.

장애인 활동보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A씨: 주부들이 비슷하겠지만 바깥생활 같은 건 생각도 못했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바보였던 것 같아요. 애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찾다가, 바느질 강사를 모집한다기에 **장애인자립센터에 처음 왔어요. 그 일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 센터에 드나들면서 활동보조 일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럼 봉사도 할 겸 이왕이면 가계에 보탬이 되면서 일하자 그래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B씨: 하던 일을 그만둔 후, 자원봉사 활동을 했었어요. 당시 간병간호 교육을 받고 독거노인 분들의 수발을 들어주거나 병원에 같이 동행해 주거나 지압이나 마사지 같은 봉사활동을 했어요. 2007년 자원봉사로 도와주고 있던 장애인들이 하나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더라고요. 저는 그냥 봉사활동만 하려다가, 복지제도 내에서 이 일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C씨_: 그전에 장애인 상담을 오랫동안 했었어요. 누군가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를 소개해 줘서 홈페이지도 찾아보고 구청에 물어봤더니 중개기관을 소개해주더라고요. 소개받아 갔더니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기간이 끝났다 하더라고요. 나중에 연락이 와서 급한 경우 긴급하게 활동보조 일을 투입하고 교육은 받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활동보조 일의 어려움이나 보람이 있다면

A씨_: 이용 장애인에 따라서 노동강도가 달라요. 대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 자주 활동보조인이 바뀌어요. 그 부모들은 더 경계를 많이 해요. “니가 와서 얼마나 있겠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맡은 분도 앞에 활동보조가 한 달 하고 그만두었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상처를 받아 있더라고요. 나는 내가 어차피 이 일을 할 거면, 어디 가도 이용인은 다 장애인이잖아요. 어딜 가도 그러니까 참아야지 넘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B씨_: 활동보조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이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에 자원봉사로 일할 때는 잠깐 잠깐 돕는 거였는데, 지금은 몇 시간씩 계속해서 활동을 도우니까. 장애인에게 운동을 시켜주더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건강이 좋아지는 걸 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몸이 좋지 못해 전혀 못 걸었던 사람이 걷게 되는 것도 보고, 방 안에만 있던 사람이 밖에 나갈 수 있게 되고 그럴 때, 활동보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득이 적지는 않는지

A씨_: 한 달에 66만원인데, 그 금액에 대해 당연히 많다는 생각은 안 들죠. 어쨌든 주5일 근무도 다 하고 가끔 토요일에 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가 시간을 더 하려고 하더라도 애매한 시간이 잡혀 있어서 더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지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명은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는 날 있고요, 변경되면 10시 반부터 6시까지 하는 날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어쨌든 남 보기에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 때 조금 일찍 오기는 하는데 어쨌든 한 달에 순수입이 60만원 되니까 할 사람이 없는 거죠.

B씨_: 활동보조가 장애인에게 절실한 사업인 것에 비해 활동보조인은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조건의 상황에 놓여 있어요. 저는 한 달에 250시간가량 일을 해요. 좀 많이 하는 편에 속하죠. 그래도 4대 보험 빼고 나면 140만원인 거죠. 이렇게 일하려면 토요일, 일요일도 쉬는 날이 별로 없어요. 하루에 11시간씩, 아침 8시부터 밤 7, 8시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거죠. 한 집의 가장으로서 140만원으로 생활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거죠.

C씨_: 저는 활동보조를 한 달에 180시간 하니까. 90만원 정도 받더라고요. 이게 적으니까 빈 시간에 알바를 뛰는 거죠. 요양보호사 자격증하고 직업상담사 자격증 있으니까. 토요일은 그걸로 버는 거죠.

정해진 업무 외의 일도 하나요

A씨_: 그냥 아이 보는 일도 그 아이에 해당되는 것만 해야 하는데, 제가 집에 가서 아이와 있으려면 방도 청소하는 거죠. 거실, 화장실까지. 또 한 아이는(집은)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요. 아이들 보면서 청소를 해야 아이와 앉아서 놀 수도 있으니까.

C씨_: 저는 업무가 ‘가사 보조’고 청소를 하면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용자 가족이 어지럽힌 것까지 청소를 하게 되는 게 있어요. 이것 좀 치워 줘, 냉장고가 더럽다 하면 그걸 어떻게 해요. 계속 일 시키는 거예요. 어이가 없는 거죠. 처음에는 이런 걸 다 문제제기 했었거든요. 그랬는데, 주제를 모른다며 그렇게 잘났으면 왜 이 일을 하고 있냐는 거예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활동보조를 한다고 하면, 외출을 하면 차가 밀리고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리는 거죠. 그렇게 되면, 바우처 카드*는 긁고 더 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런 경우 시간을 딱딱 끊을 수 없는 거죠. 사무실에서는 그냥 원칙적으로만 하라고 하죠. 그건 사무실에서 책임을 안 지겠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시간 다 되었다고 이동 중에 그냥 가 버리는 건 아니잖아요. [*바우처 카드에 시간을 체크하면 이를 기반으로 급여가 결정된다.]

이용자가 그만 나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B씨_: 일을 하다가 이용자가 ‘일을 그만두라’고 얘기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해요. 중개기관에서 해고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어야 하니까. 이걸 부당해고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일이 있을 때까지 일을 못하는 게 되는 거죠. 센터에서 새로운 이용자와 연결시켜 주는 것도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서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한두 달 일 없이 놀아야 되기도 해요. 고용보험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C씨_: (어느 날 이용자 부모가) 나를 자른 거예요. 갑자기 그만 나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중개기관에 얘기했더니 ‘예, 알았습니다’ 하는 거예요. 그러고 끝나는 거예요.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꼭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것 같잖아요. 이렇게 그만두게 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방적으로 이용자가 활동보조를 해고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말로는 이용자는 2주 전에 얘기하면 되고 우리는 한 달 전에 얘기하면 그만 둘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약자라는 걸 일하면서 알았죠.

일하며 아프거나 다친 적은 없나요

B씨_: 저는 두 번 다쳤는데, 처음은 활동보조하고 1년 만에 오른쪽 어깨가 나가 버린 거예요. 이용자 분의 몸무게가 많이 나갔는데, 그 분을 앉았다가 일으켜 세우는 일을 계속했는데, 이걸 1년 동안 하다 보니 은근히 상하게 된 거죠. 그 당시 팔이 너무 아프고 저려서 양치질도 힘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물리치료 받고 한 달 정도 일을 쉴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째는 지체장애인(이용인)과 같이 걷다가 넘어지려고 하는 걸 다치지 않게 해서 휠체어에 앉혔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거예요. 허리가 아파서 구부리지도 못하는 거예요. 한 달 동안 병원을 다녔어요.

C씨_: 어깨에 ‘담’이 들었어요. 이용인 할머니를 안아서 휠체어에 눕혀 주고 그러다 보니까. 그리고 자폐장애인 잡고 이동하고 나서 집에 오면 어깨가 너무 아팠어요.

여성 활동보조인의 어려움은

C씨_: 저는 처음에 충격이었어요. 갔더니 누워 있는 총각인 거예요. 중증 뇌병변장애인이라 누워있는 거예요. 기저귀를 4번만 갈면 된다는 거예요. 언어도 안 되고. (이용인) 엄마가 말하길, 처음에 활동보조 남자가 하다가 잠시 사람이 안 생겨서 저(여자)한테 넘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해 보겠다고 했죠. 젊은 남성 장애인 기저귀를 가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처음에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나중에 보니까 아주머니들이 다 하루 만에 도망을 갔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질겨가지고 두 달 정도 했었어요.

B씨_: 활동보조인 다수가 여성이에요. 남자 장애인 활동보조는 남자가 해야 되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일자리의 열악함만큼이나 남성들이 이 일을 더 꺼리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보조인에 대한 차별은 없나요

A씨_: 그 집에 방문하는 분이 우리를 “아줌마” 그럴 때 기분이 나빠지는 거죠. 어떤 집에 갔을 때는 동네 주민 분들을 불러 놨더라고요. 정말 기분이 묘했고, “인상은 좋네”, “얌전하게 생겼네” 아, 이거. 한마디씩 던지니까 미치겠더라고요.

C씨_: 이용자가 할머니였는데요. 제 업무가 ‘가사보조’ 일이었는데 자꾸 “도우미 주제에, 도우미 주제에” 그러더라고요. 제가 벌컥 했죠. 아, 내가 가사도우미인줄 아냐고. 가족들도 “도우미”라고 그러더라고요. 말뜻은 좋은 거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건 ‘파출부’를 얘기하는 거더라고요.

활동보조인 교육은 현장에서 실질적 도움이 되나요

B씨_: 교육은 매우 제한적이에요. 현장에서는 변수가 너무 많아요. 지적 장애인의 경우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몰라요. 등교나 이동을 돕는다든지 밥 먹는 걸 도울 때, 교육받은 대로만 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처음에 지적장애인 이용인의 활동보조 일을 하게 되면, 지적장애인이 낯을 가리고 거부하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더욱 돌발적인 일이 발생하게 되거든요. 그럴 때 난감해하는 활동보조인들이 많더라고요.

C씨_: 전문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장애인 유형에 맞는. 웃음치료 교육을 최근에 받았는데, 소용이 없는 거죠. 스튜어디스 교육강사가 와서 교육하는데, 저는 지적 장애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동이나 대변처리같이 실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필요한데 ‘스마일교육’을 받는 거죠. 교육과 실제 일이 따로 노는 거죠. 제가 느끼는 건, 경력이 되어서 온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는 어떤 의미일까요?

B씨_: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에게 희망인 것 같아요. 희망이라는 말은 매우 쓰기 힘든 말이라고 생각해요. 장애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셨던 분이 활동보조를 통해 일을 가지기도 하고 뭘 하고 싶어도 밤새 누워만 있다가 활동보조인이 오기만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고, 갑자기 물 한 모금 먹고 싶어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도 못 드시는 분은 활동보조 오기만을 기다리기도 하고, 장애인 가족 분들도 활동보조가 와서 밖에 나가 일을 찾을 수 있게 되기도 하고.

C씨_: 가족 같아요. 얼른 생각하기에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일인 것 같은데, 그렇게만 하면 너무 서늘한 것 같아요. 만약 시각장애인을 활동보조한다면 그 사람의 눈이 되어 주는 것과 동시에 심리적 도움까지 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적장애인도 모르는 것 같아도 자기 이뻐하는 건 알아요. 있다가 내가 가려고 하면 막 못 가게 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나중엔 가족이 되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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