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배우가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가는 가운데 입구 쪽에서 청각장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청각장애인들이 48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레드카펫 행사장을 찾아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촉구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소속 회원들인 이들은 17일 저녁 6시 40분께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을 의무화해라’, ‘농아인도 도가니 영화를 보고 싶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기습적으로 레드카펫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내 경호원들에 의해 레드카펫 밖으로 끌어 나왔고 곧바로 경찰이 투입돼 이들을 둘러싸며 행사장 접근을 막았다. 이에 이들은 레드카펫 쪽을 향해 피켓을 높이 들고 자리를 지키며 한 시간가량 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을 촉구했다.
청각장애인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은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공되면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극장주들은 돈이 든다는 이유를 이를 외면하고 있다”라면서 “지난해 상영한 한국영화 168편 중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한 영화는 고작 15편으로 90% 이상의 영화는 장애인들이 제대로 관람할 수 없었다”라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도가니’처럼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영화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청각장애인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피켓을 든 것은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차별이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장연, 장추련 회원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늦은 5시부터 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또한 이들 단체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영화 진흥 실천 사항에 장애인 관람권 보장 포함 △장애인의 한국영화 관람권을 위한 정부 간 협의 실시 △영화제 행사기간 동안 장애인 접근 서비스 실시 △시상식에서 장애인의 서비스 향상에 대해 언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 피켓을 들고 레드카펫으로 뛰어들려는 청각장애인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호원들. |
▲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한 뒤 피켓을 높이 들고 자리를 지키는 청각장애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