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끝장 토론이 파행으로 끝나자마자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으로 올리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유기준 외통위 법안소위 위원장(한나라당 외통위 간사)이 야당과 합의 없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자 민주노동당 의원단과 민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의원들이 외통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김선동, 강기갑, 이정희,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유선호, 김영록 민주당 의원 등은 18일 오전 9시 30분께부터 외통위 법안소위 회의실에서 ‘한미FTA 강행처리 반대’ 피켓을 들고 끝장 토론 등 선결과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법안소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미FTA를 비준하기 전에 끝장토론, 정오표 공개, 통상관료들의 매국적 행위 청문회와 국정조사, 국내법과 충돌하는 법령들 일괄제출 등 4가지를 먼저 이행한 후에 외통위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유기준 법안소위 위원장은 “미국은 13일에 FTA를 모두 통과시켰기 때문에 우리도 후속조치와 후속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빠른 통과가 필요한데 이런 상황은 국민이 납득 하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민노당, 민주당과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기준 위원장은 또 “끝장토론도 할 생각이 있었지만 어제 파행 이후 범국본(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 10개 주제를 잡고 하루 두 개씩 토론하자고 하는데 우리는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김동철 간사와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얘기하겠다. 일정이 많이 남지 않을 것을 감안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민주당 외통위 간사는 “오늘 법안소위는 통상절차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왜 안건 7항에 FTA 비준동의안을 간사 합의 없이 넣어 놨느냐”며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 5항에 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는 외통위 끝장 토론 후에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유기준 의원을 비난했다.

김동철 간사는 “다음 주에 계속 외통위 일정을 잡아 놨는데 여당에 회의일정이나 회의안건을 합의해 준 적이 없다”며 “여당은 미국이 FTA비준 절차를 종료했다고 계속 얘기하는데 미국에 압도적으로 양보를 했으니 우리가 처리하자는 게 말이 되나. 이런 상태의 현재 비준동의안은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갑 민노당 의원은 “미국은 4년을 끌어 재협상을 하고, FTA 이행법으로 FTA 독소조항의 독배를 우리만 마시게 해 놨다. 지금 와서 미국이 처리했다고 시간이 없다니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유기준 의원이 남은 절차나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그 말 들으면서 한나라당의 FTA 강행처리가 임박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10월 안에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은 내심 끝장토론 무산을 반기는 듯하다. 법안소위에 여야 간사 합의도 없이 FTA 협정문을 올렸다”며 “지금 유기준 의원 동향을 보면 강행처리 본심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강행처리 수순이기 때문에 법안소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법안소위 심사 하루 만에 전체회의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야당 의원들과 이날 오전 11시에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공정한 찬반 토론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극히 중대하다. 끝장토론에서 충분히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충분한 토론을 보장 하면 언제든지 토론에 임할 수 있다”며 “이행법의 불평등 문제, 영리병원 허용 후 폐지 못하는 의약품 의료제도 문제, 쇠고기와 쌀문제, 투자자 국가 정부 제소 독소조항, 중소기업, 골목상권 보호 SSM규제 상생법 무력화 등 핵심 쟁점으로 10가지 의제를 시간제한 없이 토론하자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며 실질적 토론을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