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수도권 한 지사가 2세대 이동통신서비스(2G–PCS)를 종료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팀장이 팀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내부 직원의 녹취를 통해 드러났다.
2G 사용자 집 방문 위해 유선전화 일부러 고장 낼 것을 지시
노동자들의 반발로 실제 시도는 안해
10월 셋째 주, 17일 경 오전 2G 사용자의 3G전환을 위한 대책을 지시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파일은 모 지사 마케팅팀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직원들에게 2G 사용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설명하고, 2G 사용자의 고장신고를 유도하는 방법을 지시하는 약 10분간의 미팅내용이 담겨있다.
이 관리자는 2G 사용자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고 3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그 방법으로 첫 째는 3G 전환, 둘째는 해지, 세 번째는 타사로 전환을 설명했다.
이어 직접 2G 사용자를 만나는 방법을 말하면서 2G 사용자의 유선전화를 고장 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관리자는 “14개 고객이라면 하루에 한 개, 두 개를 한다며, 빠르면 1주일 안에 끝낼 거고...(중략)... 고장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라고 말하거나, “오죽하면 이런 방법을 쓰겠냐. 성과가 따라와야 한다”는 등 2G 사용자의 서비스 해지를 유도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관리자의 지시를 종합하여 2G 사용자 집 방문 방법을 유추해보면, 해당 지역 2G 사용자의 신상정보를 분류해 이를 팀원에게 몇 명씩 할당한다. 이 지사는 한 조당 약 14명을 할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해당 2G 사용자의 유선전화 등 KT 상품을 고장 내고, 해당 2G 사용자의 담당 직원은 해당 사용자가 유선전화 고장신고 등을 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이어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집을 방문해 유선전화 수리와 함께 2G 사용자에게 서비스 해지 및 전환을 촉구한다.
▲ 아직 방통위 승인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2G서비스 종료가 확정된 것처럼 KT는 홍보하고 있다. [출처: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
한편, 이와 같은 지시는 해당 지사 노동자들의 반발로 당일 오후에 취소되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최대한 전화나 아는 사람을 동원해 설득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기자와 통화 한 KT 한 직원은 “현재 신고되어 들어오는 고장신고 민원도 인력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이런 지시가 들어올 경우, 노동자들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이 방법”, 2G 사용자들 위협까지 느껴
할당제, 직원들 목숨 걸고 현장방문 할 수밖에 없어
KT새노조는 “현재 KT는 모든 역량을 다 2G서비스 종료에 쏟아 붓고 있다”면서 “현재 직원들은 당장 해야 할 업무가 아니면 2G서비스 종료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현재 KT의 상황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KT의 2G서비스 종료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인터넷 카페 ‘KT 2G 종료 대책위원회’와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등에는 최근 KT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두려움까지 느낀다는 제보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이런 제보가 늘고, KT의 방문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지난 9월 KT가 2G 서비스 폐지 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하면서부터다. 방통위는 2달간 지켜본 후, 2G 사용자가 15만 수준으로 떨어지면 승인을 허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T가 파악한 사용자 수는 25만 명이다. 앞으로 약 10여만 명의 사용자를 더 해지해야 방통위의 허가가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KT는 2G 사용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역량을 이곳에 집중시키고 있다.
[출처: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
KT의 무리한 2G종료작업은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에 나설 정도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초,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지난 2010년 3월 2G서비스 종료 당시 38만 명이 남은 상태였지만, 약 2년여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용자에게 홍보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KT는 방통위의 승인 결정이 나지 않았는데도 2G서비스 폐지가 확정되었다는 문자를 발송하는 등의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G사용자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해서 방통위 민원 등을 접수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기사제휴=참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