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국회 북문을 에워싸는 경찰버스 |
경찰은 오전 내내 국회 둘레 2.4km를 경찰버스로 에워싸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 10월 28일 한미FTA 반대 시위대들이 진입을 시도했던 국회 동문과 북문 등에도 물대포가 배치됐다. 국회로 들어오는 모든 출입문은 점점 봉쇄됐고, 국회 본관 주변 뿐 아니라 안팎 곳곳에 경찰이 돌아다녔다.
야5당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오전 8시에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후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오는 5일(토) 오후에 박원순 시장으로 바뀐 후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오전 10시엔 전국 430여 시민사회단체 연대조직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단체들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공공정책의 입법 주권을 양도하는 한미FTA 협정 비준안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심지어는 무슨 법률이, 어떤 공공정책이 한미FTA로 제약 받게 될지도 모른 채, 정오표 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거수기로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는 ISD(투자자 국가 소송제)를 미국기업 이익보호제라고 하던데 한국의 재벌 대기업 이익 보호제이기도 하다”며 “전경련이 제일 ISD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수 민변 회장도 “한미FTA의 위헌 여부와 불공정성을 충분히 검토 후 비준해도 우리 국익에 아무 손상이 없다”며 “국내법과 한미FTA가 충돌하는 문제와 미국 이행 입법의 문제점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한 후에 비준해도 늦지 않다. 이 상태에서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은 민족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본격적인 대치는 3일째 점거하고 있던 외통위 전체 회의실 앞에서 터졌다. 오후 1시30분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지키고 있는 소회의실 문 앞에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찾아와 설전을 벌였다.
남경필 위원장은 “본회의가 끝난 후에도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으니 회의실에서 나와 달라. 민주노동당은 얘기가 안 되니 정동영 의원이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민주노동당을 왜 모욕하느냐”고 비난하자 남경필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은 모욕 받을 만하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희 대표는 “강행처리를 위해 김선동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 자리에서 총선 불출마 약속을 다시 확인 하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남 위원장은 “평소엔 조곤조곤 하게 말씀을 하시더니 깨끗하고 예쁜 얼굴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 후안무치하다”고 맞받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정된 3시 본회의 전인 2시 30분에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미FTA와 관련해 인터넷상에, 특히 SNS를 중심으로 황당무계한 유언비어들도 난무하고 있고 또 반대세력들이 이런 것을 이용해서 반대 선동을 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며 “오늘 의원님들께 한미FTA 오해와 진실, 이런 포맷으로 배포했다. 이 자료를 활용하셔서 인터넷, SNS를 통해서 반론들을 정연하게 좀 펼쳐주시고 우리 국민들께 그런 선동에 넘어가지 않도록 많은 활동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는 한나라당 의총이 진행 되는 사이 취소됐다. 한나라당은 10일 본회의를 열기 전에 템포를 늦추면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여론이 무르익고 야당이 지치는 틈을 타 외통위부터 처리할 가능성도 높다.
이날 오후 2시 부터는 국회 바로 밖에서 한미FTA 저지 3차 범국민 대회가 열렸다. 국회 밖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또 시작된 것이다. 5천 여명의 노동자농민시민학생들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계속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본회의가 최소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후 5시께 해산하고 국회 앞 촛불문화제로 저지 투쟁을 이어갔다. 본회의가 취소된 이유는 처리할 법안은 10여개 정도인데 반해 FTA 비준동의안 때문에 본회의장 주변에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