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캠브리지 대학 교수가“한미FTA에서 ISD(투자자 국가 소송제도)가 빠져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비준해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장하준 교수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근본적으로 미국이든 유럽연합이든 수준이 너무 높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며 “워낙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ISD를 뺀다면 찬성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찬성을 안 한다. ISD를 빼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ISD가 쟁점이 됐지만 ISD 문제점은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고, 한미FTA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더욱 비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장하준 교수는 “지금 개방을 완전히 그쪽들하고(미국, 유럽) 해버리면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가 있는 자동차, 조선, 전자 이런 데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가 한 단계 높은 나라가 되기 위해 필요한 특히 부품소재산업이라든가 신기술 산업이라든가 이런 데서 개발할 기업들이 있는데 1:1로 경쟁을 하면 그런 산업들이 발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새로운 산업을 보호할 수가 없고 그쪽에 다 맞춰서 해야 되기 때문에 그게 사실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라며 “지금 ISD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더 큰 문제를 못 보고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ISD가 우리 투자자 보호한다고 찬성할 문제 아니다”
기업의 정부 규제능력 제약 장치라는데 주목
ISD와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하다 불이익 당한 경우에도 미국에 제소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두고 장하준 교수는 “우리가 투자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한테 좋은 면이 있지만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떠나,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 능력을 제약하게 해 주는 장치”라며 “한국 정부가 됐건 미국 정부가 됐건 맞지 않는 제도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냉철하게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ISD의 중재위원회에 대해서도 “국제인권재판소 같은 공공기구가 아니라 사적인 기구”라며 “세계은행이 심판관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검증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공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대표성도 없고 투명성도 없기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FTA를 맺지 않고 가다 보면 우리가 너무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엔 “지금 WTO도 있고 다 있는데 왜 우리나라가 나서서 국제다자간 질서를 먼저 흐리고 다니느냐”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을 하는 것은 순수한 자유무역이론 입장에서 봐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하준 교수는 “미국이야말로 국제조약 같은 것을 의회에서 인준 안 해줘 파기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나라”라며 “지금 안 하겠다고 하는 게 더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혼으로 얘기하면 이혼도 못하는 결혼”이라며 “내부에서 갈등이 있고 나라가 반으로 쪼개지게 생겼고, 앞으로 한미FTA 때문에 여러 가지 경제에 악영향이 많을 텐데 그렇다면 (비준을) 안 할 수 있다. 그냥 한 10년 하다가 이거 아닌데 하고 그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