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한미FTA 당론을 놓고 또 우왕좌왕 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한미FTA 비준관련 잠정합의를 하면서 한나라당에 역공을 당하고도 40여명의 의원들이 당시 잠정합의 안과 비슷한 절충안을 최고위원회에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이 민주당 절충안을 환영하는 모양새를 취해 민주당은 또 한미FTA 비준저지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민주당 강봉균, 김성곤, 최인기, 김동철 의원 등은 8일 “한미FTA 비준안 발효 즉시 ISD 폐기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게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이 담긴 서명용지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움직임이 언론에 알려지자 민주당은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직접 나서 이들의 절충안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민주당 의원 87명 중 40여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절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당론을 바꿀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민주당 내외에서 절충안에 대한 강한 우려가 나오자 민주당 홍영표 원내 대변인도 긴급 진화에 나서며 “민주당 당론은 한미 양국정부가 공식입장으로 ISD 폐지여부 재협상을 약속하면 표결처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들 의원들의 절충안과 당론은 큰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난 10월 31일 ISD폐기에 관한 재협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에 받아오라는 것이 마지막 카드로 제시됐던 것”이라며 “8일 의원들의 절충안으로 알려진 것은 31일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말이 조금씩 뉘앙스가 달라지고 해서 우리 당의 방향이 바뀐 게 아니냐 하는데, 10월 31일 날 했던 그대로를 다시 확인해서 우리 당 의원들이 우리 입장은 이런 거다, 밝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한 해명이 ‘재협상 후 비준안 처리’가 아닌 ‘재협상 공식 약속 후 비준안 처리’라는 뜻으로 읽힐 수 도 있어 한나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역공을 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이날 오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의회주의자들이 안을 만들어서 다시 한 번 협상의 문을 열겠다고 하면 최대한 성사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절충안은 민주노동당이나 한미FTA 저지 범국국민운동본부가 요구하는 ‘재협상’ 입장과 ‘재협상 공식 약속’ 입장은 다르다. 야5당은 지난 10월 28일 “야당이 요구해 온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오는 19대 국회에서 협정 파기 여부를 포함한 한미FTA 비준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의 당론이 재협상 후 비준이기 때문에 야5당 합의가 가능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당론은 재협상 후 비준이 명확하며 김진표 원내대표 등의 발언은 당론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절충안으로 당에 혼란이 일고 있어 수습을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절충안으로 민주당 내부 논란이 일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재협상 관철하라! 10+2 독소조항 걷어내라!’는 것이 민주당의 변함없는 당론”이라며 “이를 훼손하는 것은 당의 FTA저지 전선을 흐트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협상할 때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