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아픔 딛고, 만장일치 통과’
85호 고공농성 309일 째를 맞은 10일, 한진중 조합원들은 영도조선소 단결의 장소에 모여 조합원 총회를 하고, 9일 노사 교섭을 통해 도출된 ‘의견접근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 한진중정투위 대표등 4명은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을 종료했다.
한진중 조합원들과 해고자들은 오후 2시, 조합원총회를 하기 위해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 모여들었다.
총회 시작전 고재승 한진중지회 사무장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리들, 한마음으로 이렇게 모일수 있는 자리를 원해 왔다”며, “오늘 우리는 해고자 비해고자 구분 없이, 아무 사고 없이 마무리하자”고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이날 총회는 총원 809명중 509명이 참석했다. 이에 차해도 한진중 지회장은 총회 성립을 선포했다.
총회 전, 오전 9시 차해도 지회장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해고자들과 ‘의견접근안’을 갖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해고자들은 ‘회사측의 약속을 믿을 수 없으니 공증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국회 환노위의 공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해고자들은 의견접근안에 대해 ‘공정하지 못하게 지금된 퇴직금의 문제와 실질적인 정리해고 철회 여부문제는 여전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더불어 해고자들은 “총회는 정투위 결정 이후 소집해도 늦지 않았다. 총회를 하면 당연히 가결될 가능성이 크고 정투위가 반대하면 현장 조합원과 크레인 문제 등에 방해꾼이 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 해고자들은 이견과 아픔을 뒤로 한채 ‘결정을 금속노조와 한진중 지회에 맞기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차해도 지회장은 총회에서 오전 해고자들과의 간담회를 보고하며, “총회 개최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금속노조 규약에는 총회의 의결을 하기로해 총회를 개최 하게 됐다”며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해고자들이 총회에 ‘안’에 대해 의견을 냈으며, 총회에 상정 한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의 교섭결과 보고가 이어졌다.
박상철 위원장은 “의견접근안을 갖고 한진정투위와 간담회를 하면서 많이 가슴이 아팠다. 한진정투위가 지도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해주었다. 정투위 가 제기한 문제와 앞으로 한진중 자본이 이 합의서를 이행하도록 꼭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위원장은 “정투위의 결정에 격려와 감사를 전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총회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차해도 지회장이 “총회전 정투위가 낸 의견을 받아안고, 이를 지켜 나겠다는 의미에서 반대하는 조합원이 없다면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조합원들은 동의하고 박수로 통과시켰다.
차해조 지회장은 마지막으로 “복귀가, 복귀대기자 나누어졌던 허물을 벗어버리고, 현장의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데 노력하자”며, "앞으로 함께 해줄 것"을 강조했다.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통과 시킨 총회 참가자들은 바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농성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으로 이동했다.
김진숙 지도위원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
85호 크레인 앞은 평소 상주하고 있던 용역경비들이 철수하고 평온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그 아래층에 있던 농성자 3인은 그동안 생활해온 짊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크레인 밑에 모여든 조합원들은 분주한 크레인을 바라보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308일 만에 사람들과 마주하는 김 지도위원은 오랜 시간을 걸려 씻고 짐을 정리했다. 김 지도위원은 세 보따리나 되는 이사짐을 챙겨 크레인 밑으로 내려 보냈다.
또, 회사측이 합의한 고소 고발 취하서를 작성해 가져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기다리면서, 백기완 선생님은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며 인사말을 했다.
백 선생님은 “5차례 희망버스를 타면서, 정리해고 철회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드는 우리의 마으속 소원과 김진숙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진자본과 이명박 정부와 싸워왔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내려올 거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부산으로 내려왔지만, 내려오지 못했다”며, “어제 내일 가서 못내려오면 내가 저 쇳덩어리로 올라가야 겠다 생각하고 기다려 왔다”고, 전날 회사와 경찰의 행태에 분노했다. 또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북을 때려라”는 시를 암송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성호 한진중투위 공동대표, 박영재 조합원, 정홍형 조합원은 한진중공업지회 깃발을 앞세우고 크레인에서 걸어서 내려왔다.
조합원들은 ‘철의 노동자’를 부르며, 뜨거운 눈물로 이들을 맞이 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크레인을 내려 왔다. 하지만, 밑에 도착하자 한진가족대책위, 조합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눈물을 흘려며 굳게 부퉁켜 안았다.
김진숙 지도위원 첫 발언에서 “고생 많으셧습니다”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계속해서 김 지도위원은 “이제 해고자 비해고자 구분이 없어 졌다. 100% 만족하지 못하지만 저나 여러분 최선을 다했다”며, 조합원들을 다독였다. 이어 그는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이며 출발입니다”고 의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지도위원은 “우리를 살리고 한진중 민주노조를 살린게 희망버스 입니다. 잊지 맙시다. 자랑스러운 민주노도의 깃발을 들고 전국의 현장들과 함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성호 정투위 공동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박 공동대표는 “129일째 되는 날 친구 김주익이 생각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만자일치로 모아준 것 고맙습니다”고 조합원들에게 인사 했다. 또, “이제 하나되어 나가자. 일년후 복직 되어 꼭 돌아와 민주노조를 함께 지켜 내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재 조합원은 “한진정투위 사랑합니다”며 인사 했다. 그는 “정리해고 문제는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 앞에는 더 많은 쉽지 않은 길이 남아 있다. 단결만이 살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홍형 조합원은 “마음이 무겁다. 하나로 모아서 이겨내자”고 인사했다. 그는 이어 “이 싸우믄 한진자본이 2003년에 빼앗긴 것 다시 찾아 가겠다는 것이 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항복하라고 했다”며, “이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고 앞으로 한진자본과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85호 크레인에서 단식농성을 하다 건강악화로 내려온 신동순 조합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신동순 조합원은 “들것에 실려 먼저 내려 왔다. 그동안 크레인을 보면서 속을 많이 태웠다”며, 소회했다. 그는 “김 지도님 고맙다. 2003년의 아픈기억이 있었는데, 이렇게 85호 크레인에서 살아내려와 주어 너무나 고맙다. 이제 감만동 교육생들도 현장으로 복귀해 망치소리 울려퍼지는 조선소가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고 말했다.
약식 행사를 맞힌 조합원들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농성자들을 병원으로 배웅하기 위해 정문으로 이동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진정투위 조합원들과 하나하나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들은 정문앞에 대기하고 있는 앰뷸런스를 타고 동아대의료원으로 향해 건강검진을 받고 입원했다.
한편, 한진중 노사는 오후 5시경 영도조선소 본관에서 이재용 한진중 사장 과 차해도 한진중 지회장,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만나 합의서의 조인식을 했다. (미디어충청,울산노동뉴스 합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