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이어 대형쇼핑몰, 생계형 김밥노점상도 쫓아내

노점노동연대 “대형쇼핑몰은 노점 탄압 중단하라”

“몸이 편치 않아 이렇게라도 사는게 잘못입니까. 김밥 팔아서 사는게 잘못입니까”


서울 구로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김옥난 씨는 새벽 6시 30분부터 매일 3시간씩 2년 동안 김밥을 팔아왔다. 이른 새벽 그가 직접 만든 김밥은 이른 출근 시간에 맞추느라 아침을 거르고 나온 사람들에게 든든한 요기가 됐다. 그는 위암으로 위 절제수술을 받은 후 몸이 편치 않아 아침 김밥을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얼마전 그의 유일한 생계 수단을 대형쇼핑몰이 막고 나섰다.

그는 “저녁 7시쯤 잠에 들어 2시부터 김밥을 싸기 시작해 250개 정도 만든다. 수술 이후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해 몸이 안 좋다. 건강하면 노점 안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팔아서 먹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11시 신도림역 1번출구 광장에서 노점노동연대 등은 대형쇼핑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9월 신도릭역 앞 ‘디큐브시티’라는 대형쇼핑몰이 개장하며 신도림역 1번 출구 앞은 광장으로 바뀌었다. 쇼핑몰이 들어서고도 김옥난 씨는 매일 아침 김밥을 팔아왔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쇼핑몰 경비직원들이 장사를 막기 시작했다. 광장은 구로구청 소유지만 쇼핑몰이 관리를 맡고 있어 광장 내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10월 24일에는 김옥난 씨를 지원하러 나선 인근 노점상인들과 경비직원이 충돌해 7명의 노점상인이 연행되기도 했다.

김옥난 씨는 “쇼핑몰직원이라면서 우리 땅이니까 나가라, 불법이니 나가라고 하더라. 쇼핑몰 들어서고도 한 동안은 제지가 없었다. 어느 날 그룹 회장이 김밥 파는 걸 보고서는 지시를 했다고 하더라. 그 뒤로 쫓아내려고 했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차가 없는데, 김밥 말아올 때 아침마다 제부가 태워다 준다. 너무 미안하다. 김밥 700개 팔아 한 달에 천 만원을 번다고 하더라. 일할 수 있으면 내가 뭐 때문에 여기까지 나오겠냐...”며 대형쇼핑몰의 대응에 눈물을 글썽였다.

  신도림역 광장에는 김밥노점이 불법이라며 디큐브시티가 선전판을 세워 놓았다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광장에 대형화분이 놓여져 있다. 김밥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세워놓았다고 한다.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광장에는 쇼핑몰에서 만든 선전물이 세워져 있었다. 입식 선전판에는 ‘김밥 1,500원 하루 700개, 3시간 100만원 기업형 노점상으로부터 공원을 지켜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혼자서 김밥 싸서 판매하는 김옥난 씨가 무슨 재주를 부려 700개 씩 만들어 내는지, 기업형 노점상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를 묻자 김옥난 씨는 “김밥은 하루에 많이 싸도 250개 정도 밖에 못 싼다. 너무 억울하다. 회사측 사람 20여명이 막아서며 김밥을 못 팔게 한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너무하다”며 대답했다. 출구 앞에 세워진 대형 화분들도 김옥난 씨 노점을 막기 시작하면서 배치했다고 한다.

쇼핑몰 관계자는 “구청으로부터 관리를 위임 받아 불법 노점을 관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열리는 광장 주변에 배치 돼 있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디큐브시티는 경비직원을 동원해 폭력적인 제재를 가해왔으며, 광장 일부를 막고 있다. 그들에게는 단속 권한도 없고 시민들에게 불편도 주지 않는 노점에 대한 과도한 단속이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며 출근길 김밥노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되는 단속에도 노점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생계형 노점을 위협하는 것은 시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디큐브시티와 같은 가진자들이 탐욕을 부릴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우려져 살아가길 바란다.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99%의 힘을 모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자현 민주노총 서울남부협의회 의장은 “신도림 출근길 행렬에 허기를 달래기 위해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는 노동자들이 떠오른다. 김밥을 파는 노점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며 “거대 기업이 노점을 탄압하는 것은 한국 사회 현실을 보여준다”며 노점탄압은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조덕휘 노점노동연대 위원장은 “추운 겨울철 먹고 살기 위해 이곳에 나와 아침 3시간 김밥 파는 것을 가지고 관두라고 하는 디큐브시티와 대성산업은 하나 가진 것조차 뺏으려고 한다”며 “김밥노점을 탄압하면 우리 노점상들도 똘똘뭉쳐 집중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밥노점을 시작하면서 노점노동연대에 가입했다는 김옥난 씨의 말이 생각난다.

“(노점노동연대 없이) 혼자만 있었으면 바로 쫓겨났을 것이다. 그래도 지지해 주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서 이렇게 나온다. 없는 사람들이 모이니까 그나마 낫다”

미국 월가는 1%의 금융자본에 맞서 99%의 점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밥노점을 ‘기업형노점상’이라며 비난하는 ‘대형쇼핑몰 기업’의 말은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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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노점 , 디큐브시티 , 노점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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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흠..

    빼앗긴 광장에 봄은 언제 오나... 소쿠리 들고다니면서 먹거리 팔고다니는모습과 삼삼오오 모여서 정치담론을 얘기하는모습.. 이게 전형적인 광장의 모습이거늘....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자본에 의해 광장이 점령 당했다.. 용산역 광장도 이렇고...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담긴 왕십리역은 진작에 뺏겼더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