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비스·투자위에 ISD 명기 요구도 거절했다”

한나라당 서비스·투자위 강조하자 노영민 협상 당시 미국 입장 공개

지난 10월 31일 한미FTA 관련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 당시 민주당이 양국 통상장관 서신교환(Exchange of Letter)으로 합의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명기하자고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양국 통상 장관이 교환한 서신에 ISD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민주당이 외교통상부 보도자료에라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 존폐여부를 포함해 논의하기로 했다’는 해석이라도 넣자는 요구도 정부가 부담스러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 FTA 협상파가 주장하는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한 재협상 약속은 애초 불가능 할 수 있어, 협상파가 강행처리 명분만 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10월 31일 한미FTA 관련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

외통부 "서비스·투자위원회, 미국내 우리 투자자 보호 채널로 활용”

15일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양국 간에 서신 교환으로 약속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ISD 문제까지 포함한 모든 문제를 다시 의논할 수 있도록 이미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며 “당연히 한나라당은 그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을 지난번(31일)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그대로 준수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그렇게 하자고(서비스·투자위에서 논의 하자고) 하는데도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니까 지금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최석영 FTA교섭 대표도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 쪽이나 미국 쪽이나 이슈를 제기하면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ISD 규정의 전체회의는 우리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 논의하는 방향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협정이 협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지난 10월 30일날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협정이 발효되고 이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면 서비스·투자 위원회를 통해서 의견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면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래 양국의 통상장관끼리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ISD를 명기하자는 것이 우리 측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거부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우리 정부가 양쪽의 서한을 공개할 때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ISD를 논의하자는 것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으로 공개하자고 했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것조차 또 부담스러워 해서 거부 했다.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ISD를 논의한다라는 담보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비스·투자 위원회는 지난 10월 31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잠정합의한 내용에도 담겨 있으며, 정부는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투자와 서비스 관련 제반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미국과의 서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문은 “정부는 협정발효 후 3개월 이내에 ISD 유지 여부에 관하여 양국간 협의를 시작하여 그로부터 1년 내에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국회는 보고 후 3개월 안에 정부의 합의결과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노영민 수석부대표 주장대로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가 있던 날 외교통상부 보도자료는 서비스·투자 위원회 역할을 두고 “ISD 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과 미국내 우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채널로 활용”이라고만 돼 있다. ISD 유지 여부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또 외통부는 미국과 교환한 서신 원본과 번역본도 공개했지만 서신에도 ISD 유지 여부나 재협상이라는 단어는 전혀 없다. 다만 ‘서비스·투자 위원회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노영민 수석부대표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대목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국회 외통위에서 ISD 존폐 여부 논의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투자위원회에 대한 야당의 전반적인 판단이 이런데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협상파들의 주장을 교묘하게 왜곡하기도 했다.

여당 쇄신파로 알려진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일단 비준을 한 다음에 미국 정부와 서신교환을 통해 ISD 유지 여부를 포함해서 논의하도록 하는 이런 정도가 야당의 합리적 의원님들 사이에 절충안으로 제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잠정합의 당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민주당이 핵심적인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해왔던 ISD는 재협상이 아닌 서한교환(Exchange of Letter)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돼있다”며 “사실상 한미FTA 처리를 묵인하는 합의이며, 협정 발효 이후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 협의를 해보겠다는 수준으로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절충안을 제시한 민주당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의 주장은 서비스·투자 위원회 서신교환으로는 재협상 약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성곤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비준 전에 미국 정부에 약속을 받아오면, 나중에 국회에서 비준이 되고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재협상을 하는데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한나라당 쇄신파들이 서비스·투자 위원회를 강조하면서 민주당 협상파의 요구는 좀 더 강경한 입장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편 노영민 수석부대표는 “서비스·투자 위원회에서 ISD를 논의한다는 것이 담보되고 비준과 동시에 ISD 문제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다 라는 것이 만일 제시가 될 경우”를 묻는 질문엔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반대의 방법을 둘러싼 당내 논의에서는 어떤 전환점을 줄 수도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단 정부가 그 정도라도 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 수석부대표는 김진표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의 한미FTA 반대 방법 입장차를 두고 “강온양면 전략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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