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비정규직지회의 현대차 울산공장 승용1공장 CTS 점거파업은 지난해 11월 현대차 시트사업부 동성기업에서 촉발됐다. 비정규직지회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노동자투쟁 승리하자"는 구호로 집회를 시작했고, 연대와 투쟁발언이 이어졌다.
현대차지부 신임 지부장 문용문 당선자가 인수인계 때문에 참석치 못한 가운데 이해룡 부지부장은 "4대 집행부는 회사에게 불법파견 책임자로서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비정규직지회와 협의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울산본부 김주철 본부장은 "작년 파업은 지금까지 불법파견 문제를 나몰라라 했던 주위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운 투쟁이었다. 작년, 바로 이자리에서 함께 울고 웃었는데 1년 넘도록 길거리에 내몰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보는 심경이 아프다"며 "정세가 좋아지고 있는 흐름을 잘 활용해 불평등구조와 비정규직 노동악법 개정 투쟁하는 자리, 기념의 자리가 아닌 새롭게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현대차 협력업체인 성우하이텍에서 일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
화물연대울산지부 김정환 전 지부장은 "현대차 1차 부품사인 성우하이텍은 자동차 외장재를 주로 만드는데 해마다 노동탄압이 극심하다. 20년 된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고 2명을 계약해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힘을 합해 거대한 자본에 맞서자"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성우하이텍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해주길 당부했다.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박회송 회원은 전동 휠체어에 앉아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총파업을 만들어 자본에 맞서자. 정규직노동자는 미래를 보고 비정규직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해방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은 "작년 이자리에 명박산성과 같은 몽구산성이 쌓였고, 집회 중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후 1년, 분노도 있지만 많이 지쳤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투쟁은 옳은 투쟁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지회 정상화를 하루빨리 이뤄 연대투쟁이 가능하게 하자"고 말했다.
진보신당울산시당위원장 황보곤 직무대행은 "진보신당에서 불법파견 관련 정몽구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그는 아직 법정에 한 번도 서지 않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투쟁으로 바로 세우자"고 힘줘 말했다.
금속민투위 백운호 비정규직실장은 "동토의 땅이던 양정벌에 민주노조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비대위 체계를 정상적 지회로 만들지 못하면 투쟁 승리하기 힘들다. 회사는 비정규직의 고혈을 빨아 부를 축적했지만 반드시 비정규직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작년 11월 20일 불법파견철폐를 외치며 분신했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황인화 조합원. |
작년 비정규직지회 1공장 점거파업 중인 11월 20일 분신했던 황인화 조합원은 "점거투쟁 25일간을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추운 공장바닥에서 아무것도 없이 잠들고, 그 아래를 경비들과 용역깡패들이 지키던 공장이었다. 나의 동지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정규직화 실시하라고 몸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살아났다. 내 나이 이제 한 살이다. 우리들의 열망은 식지 않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인간답게 사는 세상,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은 "현대자본의 악랄한 탄압 아래 나도 해고돼 1년을 밖에서 싸우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울테고 비정규직지회 해고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 우리가 언제 쉬울 때가 있었나. 지회 정상화 어서 이루고 비정규직투쟁의 선봉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단결로 연대로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외쳤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웅화 비대위원장은 "현대차 본사 양재동에서의 투쟁을 만들기 위해 며칠전 조합원들이 기습적으로 서울에 갔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자본이 가르쳐주고 있다. 지난 1년 간 연대투쟁도 많이 갔고 이제는 다시 전국의 노동자가 울산으로 향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불꽃을 든 비정규직지회 이웅화 비대위원장(왼쪽)과 민주노총울산본부 김주철 본부장(오른쪽). |
집회 중간에 울산노동자노래패연합의 노래공연이 있었고 조성웅 시인(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의 시 낭송이 있었다. 연대.투쟁발언이 모두 끝나고 집회 참석자들은 비정규직투쟁의 불을 당기자며 불꽃을 터뜨리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진행을 맡은 비정규직지회 비대위 이도한 사무국장은 11월 20일 조합원총회를 연다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당부했고, 지회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발언 단위 외에 민주택시, 금속노조울산지부, 전국공무원노조울산본부, 울산해고자협의회, 울산진보연대, 울산이주민센터, 다함께, 울산여성회,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울산시민연대, 더불어숲노동인권센터, 울산청년회, 민주노동당 시.구의원 등이 참석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이다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 1주년에 부쳐 - 조성웅(시인)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이다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 1주년, 우린 다른 세계를 꿈꾼다
짜른다 짜른다는 소리만 밥 먹듯이 들어 왔고
전화 한 통에 목숨이 날아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신차 나올 때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헐뜯고 싸웠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날 눈빛이 달라졌다
마주 잡은 동지들의 따뜻한 손이
새로운 생의 첫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을 때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것들은 갑자기 사소해지기 시작했다
“노예계약서를 거부한다. 계약서를 체결하려면 정몽구가 직접 나서라”
가장 생활적인 것들이 가장 계급적인 요구였다
자본의 지불능력은 고려할 필요도 없었고 교섭의 절차나 기술은 아예 관심 밖이었다
우리 사이의 근본적인 견해 차이는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는 지금 당장, 이곳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
금지의 영토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는 일이었다
아직도 가슴 떨리게 자랑스러웠던 일,
신새벽 머뭇거림도 없이 시트사업부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악몽처럼 불편했던 굴종과 체념을 뛰어넘었다
절차와 과정으로 굳어진 조합주의적 교섭 질서를 한꺼번에 뛰어넘었다
그래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라인을 태워서라도 이번에 비정규직 인생 끝장내겠다!
공장점거파업은 우리의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수단이었고
이곳에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처럼 이미 새로운 세계가 일어나고 있었다
새벽 여명에서부터 직선으로 뻗어나간 아침햇살이 공장점거파업을 비추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1공장 CTS점거파업장은 천 백여명의 협력이 생산해 낸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우리는 이 곳에서 치떨리는 경쟁과 단절했고
어렵지 않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힘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CTS점거파업농성장 총회를 통해, 비거점파업농성장 총회를 통해
우리는 명령의 시간을 인간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대화의 시간으로
통제가 지배했던 공간을 인간의 심장이 뛰는 협력과 합의의 공간으로 대체했다
누구나 손을 들어 발언했고 오늘 동지들의 표정은 처음처럼 밝았다
동지들의 발언은 짧고 명쾌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꿈의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직접적이고 더욱 결정적으로 행동했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리에 들꽃처럼 참여했다
자본의 질서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곳에서 우리는 몸에 풀물 든 것처럼
새로운 세계를 운영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것은 현실로 당겨진 미래의 사건이었고 혁명의 출입문이었다 .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당분간 이 힘들을 최대한 멀리 밀어가는 것이다
언제나 투쟁의 파고가 정체되는 그 날이 위험하다
이 때 회유와 공포는 동지들을 끌어당기는 자본의 가장 뛰어난 계획이 된다
기억하라!
투쟁의 파고가 정체되는 그 날 투쟁하는 자와 투쟁을 회피하는 자들의 경계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하라!
가장 혁명적인 요구만이 가장 대중적인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다
단호하고 과감하라!
이윤을 위한 생산이 중단된 곳에서, 명령이 중지된 곳에서만 우리는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미래를 포기하지 마라!
조합주의로는 조합주의를 비판할 수 없고 개량주의로는 개량주의를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공장점거파업 속에서 태어났고 이 곳에서 다른 세계의 언어를 배운 새로운 사람들이다
위계를 갖지 않았을 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고
우리 삶의 방식이 수평을 이룰 때 그 몸의 신명으로 노래와 춤이 등장한다
마침내 노래와 춤으로 연결된 율동하는 운동만이
진실로 파괴적인 힘을 갖출 수 있다
스스로의 투쟁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죽을 힘을 다해 나를 믿고 동지를 믿고 우리가 태어나 새로운 언어를 배운 곳
공장점거파업의 삶을 배우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노동을 시작하는 일이고 웃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는 공장점거파업 속에서 태어났고 이 곳에서 다른 세계의 언어를 배운 새로운 사람들,
우리는 기습공격이 아니라 정규전을 준비해야 한다
진짜 우리의 힘을 발휘할 때가 오고 있다
단결은 여전히 새로운 세계의 사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