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FTA 비준후 재협상 제안’ 알고 보니 서비스투자위 협의

한나라당, MB 지렛대 삼아 협상파까지 전투태세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제안한 한미FTA 비준후 재협상 약속이 야당이 3주전에 부결 시켰던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한 ISD 제도 운영 협의 제안이었다는 해석이 여당 쪽에서 나왔다.

박희태 국회 의장은 17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협정상 재협상이 의무로 되어 있는 것을 서면으로 뭐하러 또 받느냐”고 얘기한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3개월 내에 서비스·투자위를 설치해 논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한미FTA 협정 발효 후 3개월 내에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고 그 위원회에서 어떠한 이슈든지 협의할 수 있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이두아 의원은 18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비스·투자 위원회를 만들면 거기에서 ISD 조항에 대해서 혹시라도 보완할 부분이 있는가,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꼼꼼히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협의해서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래서 서한도 주고받고 위원회도 설치해서 그 부분을 협의하도록 되어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보완책을 만들자고 하는게 현실적인 제안이었다”고 강조했다.

박희태 의장과 이두아 대변인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 찾아와 한 ‘비준후 3개월 뒤 재협상 약속’이 10월 31일부터 야당이 거부했던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한 제도보완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유기준 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간사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유기준 간사는 민주당의 문서합의 요구에 대해 “서비스·투자위원회가 구성이 되면, 양국 사이에 어떤 이슈라도 의논을 할 수 있는 그런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다”며 “그러면 FTA 발효 이후에, ISD가 문제가 되면 이것을 가지고 양국이 진정으로 의논을 하면 될 일이지, 왜 여기다 ISD 문제만 찍어가지고 양국이 협의를 해야 되는지, 그것은 미국이 도저히 수긍이 안 되는 일”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사실 한나라당이나 정부는 처음부터 서비스·투자위원회를 통한 ISD 보완이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민주당은 서비스·투자위는 ISD를 잘 운영하기 위한 논의만 하는 곳이기 때문에 ISD 폐기나 유보를 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해 오라고 일관했다.

또 지난 10월 31일 한미FTA 관련 여야 원내대표 잠정합의 당시 민주당이 양국 통상장관 서신교환(Exchange of Letter)으로 합의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명기하자고 요구했지만 미국이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통상부도 서비스·투자 위원회 역할은 ISD 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과 미국내 우리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채널로 활용한다고만 밝힌바 있다. 또 외통부가 미국과 교환한 서신 어디에도 ISD 유지 여부나 재협상이라는 단어는 전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약속이 결국 서비스·투자위를 통한 통상적인 협의라는 해석이 여당에서부터 나온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참을 만큼 참았다는 주장은 명분이 없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후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 명분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국회 외교통상위와 본회의 처리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어 대통령의 국회방문이 계산된 행보였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7일 저녁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일단 한미FTA를 조속히 처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 방법, 절차는 지도부에게 전적으로 위임한다고 결론을 냈다. 여론을 의식해 조속처리가 강행처리인지 합의처리인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대체로 단독 강행처리로 해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강경모드로 돌아선 이유로 민주당의 요구가 ‘비준후 재협상’ 약속을 한 대통령에 대한 모욕 수준의 말도 안되는 요구라는 논리를 들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제안을 보완하면서 우리는 ISD 폐기 유보 재협상을 공식 약속하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새롭게 제안한 것이다. 거절이 아니”라며 “한나라당 의총 결과는 옛날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힘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 한 마디에 여당 협상파 강행처리 동참, 진정성 도마에 오를 듯

특히 이 대통령의 재협상 약속이후 한나라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합의처리를 강조했던 여당 협상파 의원들 대부분도 의총에서 당론으로 강행처리 절차를 진행한다고 결정하면 당론에 따라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해 협상파의 진정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두아 한나라당 원내대변인은 “협상파 의원님들이 다수가 여야 합의 처리가 되지 않고 국회법에 따른 표결 처리를 하면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국회의원 헌법 기관으로서 표결에 참여해서 의사를 밝히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협상파로 단식중인 정태근 의원은 “외통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하루빨리 철수를 해야 되고, 사실 그런 경우에는 국회법에 따라서 의사진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것이 맞다”며 강경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태근 의원은 또 “마지막까지 노력하다 민주당에서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면 저는 비준안 처리에 동의를 할 것이고요. 거기에 따른 책임은 제가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당론으로 정하면 자신도 강행처리에 함께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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