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7시, 서울시청 광장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앞서 오후 3시에는 70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시청광장에서 한미FTA반대 범국민대회를 진행했다. 범국민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명동까지 행진 후 오후 7시 경 서울시청광장으로 돌아와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 사진:김용욱 기자 |
얼마 전 수능을 마쳤다는 고등학교 3학년 김하은(가명) 씨는 “최혜국대우라는 불평등조약이 근현대사 이후 또 다시 실현될 줄은 몰랐다”며 “국민에게는 주권이 있고, 국민의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이혜란(가명) 씨는 “아이들이 아토피 등 잔병치레가 많은데, FTA로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병원에서는 높은 의료비를 책정하고 의료보험 적용을 거부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우려했다.
촛불집회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정당 인사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과 23일, 경찰이 연이어 물대포를 살수한 것과 관련해 “국민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 권리가 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엄동설한에 물대포를 쏘며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1차전은 비록 한나라당의 기습을 막지 못했지만, 아직 대통령 서명과 발효 협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2차전에는 꼭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국회본회의장에 터뜨린 것은 단순한 최루탄이 아닌, 대한민국 사람들의 민심이었다”며 “우리 손으로 망국적인 한미FTA를 폐기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미국과의 재협상보다는 그냥 폐기시키는 것이 빠를 것”이라며 “한미FTA를 폐기시킬 정당이라면 어떤 정당과도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집회를 마치고 오후 8시 30분,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 병력이 시청광장 앞 도로를 차단하면서 참가자들의 발이 묶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참가자들은 ‘비준무효’와 ‘명박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 한 참가자가 락카스프레이를 들고 경찰 버스에 FTA반대라고 FTA반대라고 쓰자 경찰이 스프레이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
또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도 100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이어갔으며, 3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이 날 경찰은 지난 이틀간의 촛불집회 대응 방침과는 다르게 물대포를 살수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밤 10시 경 자진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