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강제 퇴거 100일...노숙인 문제 해결책 아냐

"사회적 신분 이유로 공공역사 퇴거 조치는 차별"

동절기 진입을 앞두고 서울역에 이어 부산역도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을 내려 노숙인과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22일 실시해 서울역의 노숙인 야각노숙행위 금지 조치 시행 100일이 넘었다. 지난 18일에는 부산역이 역장 명의로 ‘부산역사 내 노숙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부착하고, 노숙인 퇴거조치를 예정했다. 이에 서울역노숙인강제퇴거방침철회/공공역사홈리스지원대책마련공동대책위(홈리스공대위)는 30일 오전 11시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숙인 강제퇴거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 시행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에 참여한 노숙인 당사자 양호진 씨는 “서울역에 이어 부산역도 계도조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자정부터 1시간 30분 동안 노숙인들만 내보내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노숙인들은 갈 곳이 없다.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왜 이러냐”며 강제퇴거조치가 부당함을 호소했다.

지난 9월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사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노숙인은 약 300명 정도다. 역사에서 퇴거조치를 당한 노숙인 중 52% 가량은 다른 역사나 공원으로 옮겼다고 밝혀 강제퇴거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또,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95%는 ‘서울역을 벗어나고 싶다’고 응답해 강제퇴거 조치가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을 시사한다.

곽경인 서울사회복지사협회 사무국장은 “사회복지 일 20년 하면서 이런 현실을 모르고 살았다. 어떻게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역사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내쫓나. 공공 역사는 노숙인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개방 되어야 하는 곳”이라며 “닥치고 개방하라”고 역사 개방을 주장했다.

홈리스공대위는 “서울역 노숙인을 공포대상으로 조작하고, 조작한 공포가 현실이 되지 않자 노숙인 퇴거조치로 쾌적하고 안전한 철도를 되찾았다고 자화자찬하는 철도공사가 거리 홈리스들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큰 위협”이라며 “철도공사는 홈리스들을 범죄화고 낙인 찍는, 한 번 손실되면 회생이 불가능한 홈리스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악랄한 서울역, 부산역 노숙인 퇴거조치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국가인권위 8층에서는 홈리스공대위 주최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를 위한 포럼’이 열렸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혜인 변호사는 “노숙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역사 이용에서 배제 시키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일부 노숙인의 범죄사례를 들어 노숙인을 낙인찍는 것은 이유없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공역사는 사회위기계층을 차별할 것이 아니라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위기개입센터를 확충하는 방안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프랑스, 미국,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 노숙인 복지정책은 노숙생활의 개인 선택의 문제로 취급한다. 거리노숙인은 홈리스의 1.2% 수준에 불과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책 마련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홈리스공대위는 노숙인 퇴거문제 뿐 아니라, 철거민에 대한 강제 퇴거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강제퇴거금지법 입법 제정 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12월 국회에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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