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에 묻히던 “한미FTA 무효화” 다시 발화

“협정문 폐기후 미국 무역보복 별게 없고 실효성도 없어”

민주당 한미FTA 무효화 투쟁위원회는 7일 오전 국회에서 한미FTA 무효화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FTA 무효화 가능한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은 지난 11월 22일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지 16일째 되는 날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야당과 여론의 부담을 안고서도 비준안 날치기를 강행한 것은 일단 비준안에 대통령이 서명하고 나면 급상승하는 FTA 반대여론을 잠재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

이런 여당과 정부의 판단은 착오였다. 날치기에 분노한 여론은 한미FTA 무효화를 위한 범국민 촛불로 번졌다. 촛불은 야당의 국회 등원 거부와 장외투쟁, 물대포 논란, 종로경찰서장의 자작극 논란, 판사들의 반란 등을 거치며 지난 주까지 여론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일 오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운전기사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발표이후 한미FTA 문제는 며칠 만에 언론이나 SNS에서 조차 관심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이런 시점에서 ‘FTA 무효화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진 토론회는 무효화를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짚고 무효화 여론의 환기를 되돌리는 시도였다.


여론 향상과 무효화 운동에 불길을 지르는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날치기 이후 시간이 가면서 ‘이게 자동으로 발효되고 자동으로 한미FTA 체제가 되는 건 아니구나. 우리 하기에 달렸다’고 하는 여론의 대반전, 의식의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 주에 있었던 174명이나 되는 보수적인 성향의 법률가와 판사들이 서명을 하셨는데 이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확신을 줬다. ‘아, FTA가 을사늑약이라더니 이게 근거없는 선동이 아니라 분명히 주권을 팔아넘기는 요소가 있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늘 토론회는 국민들의 높아가는 무효화 여론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법률적, 정치적, 절차적으로 국제조약법을 살펴보고 정치적으로 살펴봐서 어떻게 무효화가 가능한지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솔직히 고백하면 제1야당으로서 미지근하게 해온 데 대해 안타까움과 반성이 있다. 그러나 FTA 무효화 투쟁 최전선에서 제1야당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도 “한미FTA는 양국의 확인 서면이 교환됐을 때만이 효력이 발생한다”며 “미국은 이미 상원과 하원에 통과된 이행법과 행정조치 성명 내용 자체가 한미FTA 협정문에 정식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제기만 강하게 하면 미국은 상하원에 다시 이행법과 행정조치 성명을 첨부해서 비준절차를 받아야만 효력 절차가 가능하다. 갈 길이 천리길처럼 멀게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강기갑 원내대표는 “이 토론회는 여론 향상과 무효화 운동에 불길을 지르는 그런 토론회”라며 “제2단계 한미FTA 저지 투쟁으로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협정문 폐기해도 미국 무역보복 WTO에서 금지”
미국과 보수세력 대국민 심리전 대비 강조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 무효화 투쟁은 FTA 발효 전과 후로 나눠진다”며 “FTA 발효를 위해선 미국의 법개정 완료 여부 검증 등 국내절차를 완료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발효를 막으면 향후 가장 고통을 줄이면서 무효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그럼에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효를 한다면 국민총파업 전술을 고려하고 이를 통해 내년 총대선 내다보면서 대중운동의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폐기 운동도 성공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협정문에 협정 종료 조항은 간단하다”며 협정문에 나와 있지 않은 협정 종료의 효과를 비엔나 조약법을 통해 살폈다. 이 교수는 “협정종료를 통보하면 비엔나 조약법 70조는 가항에서 협정문을 준수할 의무가 없어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나'항은 종료전에 조약의 시행을 통해 생긴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 법적상태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며 “만일 발효 후 1년 뒤에 우리가 FTA 폐기를 통보 한다면 1년 동안 발생한 상대국의 권리와 의무, 이로 인해 만들어진 법적상태는 계속 된다. 이와 관련한 근거는 협정문 24.5조 3항에서 별도로 정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해영 교수는 발효를 막지 못할 경우 정권교체 후 한미FTA 폐기 로드맵을 설명하면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국민의 힘이며 국민적 지지가 아니면 매우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며 “60% 이상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예상가능한 모든 구제수단이 소진됐을 때 선택할 마지막 비상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내년 양대 선거가 끝난 이후 FTA 조약 종료 선언 이후 발생할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협정 폐기 과정에서 미국, 보수언론, 보수세력의 경제적 압박,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대국민 심리전이나 테러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의 무역보복이 가장 광범위한 대국민 심리전이 되겠지만 WTO에 무역보복은 금지되어 있고 결정적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어 우리가 준비된 역량으로 미국에 대한 공포심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국회 차원의 만반의 준비를 제안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발효 전 범국민적 무효화 저항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현재 미국의 미흡한 법 개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발효시간 연기 가능성을 짚어보고 , 이 시간 동안 무효화 운동을 전개해 나가자고 밝혔다.

남희섭 변리사는 “비준안 발효 후 협정 종료는 일방적 의사표시로 대통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다”면서도 “규정은 이렇지만 협정이 발효되고 나면 수많은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권리 의무가 발생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석훈 2.1 연구소장도 “대대적인 국민 저항이 없으면 정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도 발효 시킬 것이라 발효 후 종료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농민들이 강력한 자유무역협정 투쟁의 주체인데 우리나라는 농민의 저항이 너무 없다. 농민총파업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회적 저항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우석훈 소장은 “FTA를 폐기하고 난 후 시민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미국이 보복을 하느냐 말거냐”라며 “무역법안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보복 받을 만한 것이 없고 달러를 뺀다고 하면 우리는 미국 채권을 팔면 된다. 외환방어도 충분히 가능하고 정상적인 무역조치로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 소장은 “일반시민들의 우려는 ‘그렇다면 우리의 통상정책은 어떻게 갈거냐’”라며 “정권이 교체되면 새 정부의 통상정책이 뭐냐는 건데 지금 민주당은 FTA는 그대로 가고 ISD만 바꾼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석훈 소장은 “다음 정권의 국제무역 체계와 통상체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이미 WTO 체계에서 충분히 실익을 내고 있고, 확정은 아니지만 기존 ISD 보완 논의도 나오고 있다. 그게 표준이라는 것도 현 정부 생각일 뿐이고 , 유엔의 기준에선 일시적인 상태 일 뿐이다. 계속 그대로 간다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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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완전반대한다 국민투표해라 무상급식따위 하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