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간병, 청소노동자...‘에이즈 주사바늘’에 속수무책

서울대병원 노동자 3명, 줄줄이 사고...‘간병노동자’는 산재조차 안돼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 간병 노동자들이 ‘주사바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을 하다 에이즈 환자 주사바늘에 찔리는 일까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리되는 간병노동자들의 경우,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권은 물론이고, 건강권조차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버려진 주사바늘에 상처입는 노동자들

지난 9월 5일,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A씨는 업무 중 에이즈 환자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중환자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다, 휴지 밑에 있던 주사바늘에 손가락을 찔린 것.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후 A씨는 9월 5일에서 10월 5일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을 받았다. 약물치료를 했지만,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는 “A씨는 주사바늘 사고 이후, 누워있는 환자 얼굴이 꿈속에 나타나는 악몽에 시달리며 주사바늘만 봐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또한 에이즈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에 주사바늘에 찔린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껴야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A씨는 신경정신과에서 ‘에이즈 노출에 대한 불안과 우울로 인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상병신청을 받고, 12월 2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요양승인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A씨의 사고 이후에도 청소, 간병노동자의 주사바늘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9월 5일 이후, 서울대병원 청소, 간병노동자 3명이 잇따라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겪었다. 그 가운데 두 명은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렸고, 또 한 명은 어떤 환자가 사용한 주사바늘인지 확인되지 않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밖에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주사 바늘에 찔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0년,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사 바늘에 찔려 본 청소노동자는 125명 중 37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만 13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주사 바늘에 찔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고용직인 ‘간병노동자’...에이즈 주사바늘 찔려도 자비로 치료

간병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간병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특수고용직으로 분류 돼,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이들은 산업재해보험법을 비롯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방치 돼 있다.

간병인을 비롯한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기사, 덤프 굴삭기 기사 등은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고위험 직종에 속한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업재해 보장을 비롯한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임금과 노동력이 사업주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받게 되는 ‘자영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병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된다.

특수고용직의 산재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7월 택배, 퀵서비스 기사의 산재보험 확대 적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대책은 노동자에게 산재보험료를 절반, 혹은 전액 책임지는 방식으로 논란의 불씨만 키웠다. 심지어 정부는 산재보험 확대 업종에서 간병노동자를 제외시켰다.

산업재해 미적용자로 분류되는 만큼,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간병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린 청소노동자의 경우, 산재 처리를 받았지만 간병 노동자의 경우 고스란히 자비로 치료비를 지불했다.

간병노동자의 경우, 환자로부터 병이 감염되는 경우 뿐 아니라 허리디스크나 근육통에도 시달린다. 차승희 희망간병 서울지부 지부장은 “감염이 되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에도 100% 간병인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며 “환자와 제일 가까이에서 병원 업무를 고스란히 맡고 있는 간병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간병노동자가 병원 직원이 아니라며 사고를 외면하는 병원 모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관계자 역시 “지난 2010년 노사가 주사침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 대책마련이 나온 것이 없다”며 “주사침 사고 후인 지난 10월에도 원청인 병원은 간병노동자 문제를 자신들이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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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 병원 , 서울대병원 , 간병노동자 , 청소노동자 ,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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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해소 에이즈예방의 시작입니다!
    Over stigma & discrimination

    성 명 서
    S 대학병원 간병인 주사바늘 노출 사건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문제! 에이즈 문제로 비화되어서는 안 되는 일!

    12월 1일은 제 24회 세계에이즈의 날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에이즈 발견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12월 1일 즈음하여 일제히 언론사들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권 기사와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이름하에 아주 많은 보도들을 내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며칠 후 S 대학병원에서 간병인이 HIV 감염인이 사용하던 주사바늘에 찔렸지만 S 대학병원은 간병인이 용역(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였고, 언론사는 앞 다투어 <따끔해서 보니 '에이즈 주삿바늘'…관리 허술>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또 에이즈 주삿바늘에 찔려> <‘에이즈 주삿바늘’ 방치 처벌해야> 라는 등의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그러나 에이즈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이 기사로 계속 생성되고, 사회적 약자(간병인)를 보호하기 위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이즈 감염인)를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보도 행태임이 분명합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정확히 말하면 에이즈 원인바이러스 HIV에 감염된) 주사기에 의료인이 직접, 그리고 즉시 노출된다 하더라도 감염될 확률은 0.3%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그 주사기가 공기 중에 수 분 또는 수 시간 방치 된 후에 찔린 것이라면 감염 가능성은 더 희박합니다. 그리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주사기에 노출된 이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할 경우에는 80% 예방이 가능합니다(0.3%에서 80% 예방이 가능함). 국내에서도 에이즈 감염인을 치료, 수술 중에 감염된 의료인은 단 한건도 보고된 사례가 없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S 대학병원과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비정규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루어 지지 않음에 매우 분노합니다. 그리고 바로잡혀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 보도 행태의 문제는 본질을 간과한 채, 오로지 에이즈 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재생산하는 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날 에이즈 감염을 마치 죽을 병 인양, 감염인은 마치 우리사회에서 어울려 살수 없는 외계인 취급하는 데 앞장서왔던 언론 매체의 왜곡된 모습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잘못되고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언론도 노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이 에이즈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한다면, 에이즈 감염인들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제 언론이 나서 주십시오. 이제껏 공포의 질병으로 에이즈를 소개하셨다면, 지금부터는 과도한 공포감과 가십성 기사가 아닌 올바른 정보 전달로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찾아주십시오. 간병인이 찔린 바늘의 문제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핵심입니다. S 대학과 그 밖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수많은 기업들이 각성하길 바랍니다.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보도를 통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아울러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1. 12. 9


    -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
    - 대구경북 에이즈 감염인 자조모임 해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