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리되는 간병노동자들의 경우,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권은 물론이고, 건강권조차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버려진 주사바늘에 상처입는 노동자들
지난 9월 5일,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 A씨는 업무 중 에이즈 환자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중환자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다, 휴지 밑에 있던 주사바늘에 손가락을 찔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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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때문에 A씨는 신경정신과에서 ‘에이즈 노출에 대한 불안과 우울로 인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근로복지공단에 추가 상병신청을 받고, 12월 2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요양승인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A씨의 사고 이후에도 청소, 간병노동자의 주사바늘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9월 5일 이후, 서울대병원 청소, 간병노동자 3명이 잇따라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를 겪었다. 그 가운데 두 명은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렸고, 또 한 명은 어떤 환자가 사용한 주사바늘인지 확인되지 않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 밖에도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주사 바늘에 찔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0년,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사 바늘에 찔려 본 청소노동자는 125명 중 37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만 13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주사 바늘에 찔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고용직인 ‘간병노동자’...에이즈 주사바늘 찔려도 자비로 치료
간병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간병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특수고용직으로 분류 돼,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이들은 산업재해보험법을 비롯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방치 돼 있다.
간병인을 비롯한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기사, 덤프 굴삭기 기사 등은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고위험 직종에 속한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직에 대한 산업재해 보장을 비롯한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임금과 노동력이 사업주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받게 되는 ‘자영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간병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가사 사용인’으로 분류된다.
특수고용직의 산재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 7월 택배, 퀵서비스 기사의 산재보험 확대 적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대책은 노동자에게 산재보험료를 절반, 혹은 전액 책임지는 방식으로 논란의 불씨만 키웠다. 심지어 정부는 산재보험 확대 업종에서 간병노동자를 제외시켰다.
산업재해 미적용자로 분류되는 만큼,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간병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린 청소노동자의 경우, 산재 처리를 받았지만 간병 노동자의 경우 고스란히 자비로 치료비를 지불했다.
간병노동자의 경우, 환자로부터 병이 감염되는 경우 뿐 아니라 허리디스크나 근육통에도 시달린다. 차승희 희망간병 서울지부 지부장은 “감염이 되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에도 100% 간병인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며 “환자와 제일 가까이에서 병원 업무를 고스란히 맡고 있는 간병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간병노동자가 병원 직원이 아니라며 사고를 외면하는 병원 모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관계자 역시 “지난 2010년 노사가 주사침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 대책마련이 나온 것이 없다”며 “주사침 사고 후인 지난 10월에도 원청인 병원은 간병노동자 문제를 자신들이 모두 해결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