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나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룰 경우, 공공부문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병폐로 곪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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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관심과 기대 이상으로, 박 시장이 비정규직법을 넘어서는 정규직화의 해법을 실현할 지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역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의 흐름과, 지자체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참고했을 때, 양극화와 차별 등이 해소되는 사실상의 비정규직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과 관련, 내년 실태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정규직화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 방향이나 현안 해결 계획 등이 뚜렷이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해 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박 시장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2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월례노동포럼을 개최하고,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한 여러 논의들을 이어갔다.
역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 ‘진전’없는 ‘퇴보’만
공공부문업무와 기능의 민영화를 추진한 김영삼 정권 이후, 김대중 정권은 IMF구제금융에 따른 공공부문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정규직 축소와 비정규직 대체, 신규사업에서의 비정규직 및 외부인력 활용 증가 등의 정책을 확산시켰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지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급증으로 귀결됐다.
때문에 정부는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참여 정부는 2006년 8월, 공공비정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사실상 많은 한계를 포함하고 있어 당시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우선 정부가 전수조사와 심층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등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또한 상시업무 노동자의 무기계약직화 또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정부대책에서는 상시업무를 사전적으로 정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동일한 업무라도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상시업무라고 판단될 정도로 근무할 때까지는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또한 상시업무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계약화로서 이는 근로조건 개선 없이 고용만 보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의 경우, 대부분이 임금 등 동일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외주화를 확대시킨 측면도 있었다. 김 교수는 “기관 업무를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구분해 주변업무에 대해 외주화를 허용시켜, 공공부문 인력의 외주화를 확대시키거나 기존의 무리하게 추진된 외주화를 용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11월 28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1년 내에 지속적 업무종사자인 9만 7천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임금과 복지 등은 비정규직의 처우와 같아 여전히 임금과 근로환경에서의 차별은 개선되지 않는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정부의 대책이 2004년과 2006년, 참여정부 때 실시한 공공 비정규대책의 복제품에 불과해, 사실상 퇴보한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비정규직 개선안 또한 지자체의 권한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노원구, 성북구, 관악구와 광주 광산구, 경기도 성남시 등에서 실행한 비정규 해법역시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도 아닌, 새로운 고용형태인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으로 시행됐다. 다만, 지자체의 비정규 해법은 정부가 배제시켰던 간접고용까지 포괄했다는 점에서 한 발 전진했다는 의미를 가졌다.
박원순 시장, ‘무기계약직’ 함정 넘어설 수 있을까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흐름 속에서, 박원순 시장은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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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으로 내모는 직접고용 인건비 중심의 총액인건비제, 비정규직의 간접고용화를 촉진, 고무하는 공공부문 경영평가제와 같이 국민의 눈에 비치는 수치만 고려하는 공공부문 관리기제를 바꾸면서 동시에 비정규법의 전면 개정에 착수해야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서울시는 바로 이런 법제도적 제약과 공공부문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책 수준을 펼치면서, 차기 정권의 비정규직 해법의 단초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와 시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의 정규직 전환 계획 역시, 2년 이상 상시근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비정규직법의 한계 안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정책적 한계를 극복할 독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포럼에서는 박 시장에게 그간 지자체들이 취한 비정규법의 틀을 넘어서 비정규직 해법을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우선 직접고용된 계약직의 정규직화가 실상 무기계약직이라는 애매한 처지이며, 온전한 정규직과의 차별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고용 계약직의 신분보장이 이뤄지고, 근속과 경력에 따라 적정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규직과 비견되는 호봉체계와 경력개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비정규직 관리본부 신설과, 여러 사업소, 산하기관에 흩어진 비정규직의 독자적 인사관리체계 구축 등으로 신분보장을 위한 장치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규직의 임금수준과 비견되는 임금체계 마련과 목표치를 설정하고, 5년 안에 차별을 해소하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어서 김 교수는 “비정규법의 한계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관리제도와 정책이 비정규직의 차별개선과 역행하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혀 향후 제도개선의 시사점을 제시해야 한다”며 “또한 공공부문의 인력 관리를 신분제에서 직무별 수평적 분업구조로 전환하는 출발점에 서 있음을 인식하고 전반적 인력관리 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