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한국 정부에 등록한 위안부 피해자는 234명으로 올해 16분이 사망해 63명만이 살아 있다. 이날 집회에는 길원옥, 김복동, 박옥선, 김순옥, 강일출 씨 등 5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참석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씨는 “젊은 청년들은 강제징용으로, 학생들은 학도병으로, 소녀들은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전쟁터로 끌려갔다. 일본군의 노예가 된 피맺힌 역사를 잊지 않고자 1000회까지 수요시위를 열었다”며 “일본대사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호소했다. 이어 “백발 늙은이들의 아우성을 이명박 대통령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정부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는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이행을 요구해왔다. 1000회 수요시위를 맞아 전국 30개 도시와 세계 8개국 42개 도시에서 연대행동이 이어진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000차 수요시위는 끝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질 함성이 일본 정부를 우리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녀 형상의 평화비 |
수요시위의 시작과 함께 평화비 제막이 이루어져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평화비는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수요시위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 씨는 “평화비는 아픔만이 아닌 평화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여기 모인 할머니와 시민들께 고맙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여성의 아픔, 인권유린이 없는 세상을 위해 통합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에 반해 연대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곤욕을 겪었다. 정 의원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은 “물러가라, 내려가라”며 야유를 보냈다. 그는 끝까지 연대발언을 이어갔으나 조용히 무대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이를 두고 수요시위에 참석한 이용수 씨는 “여태껏 위안부 문제에 아무 관심도 없다가 정치하러 이 자리에 나오니 야유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000차 수요시위에는 중·고생, 일본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친구들과 체험학습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는 김은수 학생은 “어리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할머니들이 당한 우리 역사를 기억하고자 찾았다”며 “일본정부는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빨리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일본정부에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 △법적 배상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기술할 것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교적 노력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사회자 권해효 씨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다음 주에도 이어가자”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수요시위를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일본대사관은 이날 집회에는 일정 대응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시에 묶은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완료 됐다”며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기념비를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