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이주노동자, 사용자 신고로 ‘불법체류자’ 신세

휴일근로수당 요구에 쫓겨나...사업장 이전 자유없는 ‘고용허가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사업장 이전을 요청한 이주노동자가 회사의 이탈신고에 ‘불법체류자’로 내몰리게 됐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라이 프라탑(Rai Pratap) 씨는 올해 8월 10일부터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식품회사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진정신청 진술서를 통해 “10월 22일 토요일과 공휴일 잔업 수당이 지급되지 않자 사장에게 문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토요일에 일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토요일에 일하지 않으면 월급에서 삭감하겠다고 해서 노동부에 한 번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이 욕을 하고 밖으로 끌어냈다”고 밝혔다.

22일 이후 라이 씨는 공장에서 쫓겨나 회사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회사는 공장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이후 해결책을 찾아 고용센터까지 찾았다. 라이 씨는 “구리 고용센터에 가서 맞은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사업장변경신청서를 주며 사장님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다. 사장님은 왜 고용센터에 갔냐며 이제 저를 안 쓸테니 회사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고용센터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그는 이주노조와 상담을 했고 고용센터에 진정을 신청했다. 이후 해결을 위해 라이 씨는 매일 공장 앞에 찾아가거나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11월 7일 고용센터에 방문했을 때 회사가 무단 이탈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접했다.

이 회사 사장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라이 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다 거짓말이다. 들어온지 2달 지나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자 문제를 일으켜 회사를 옮기려는 의도다. 지방노동청, 고용센터, 구리경찰서 조사까지 받고 진술을 마쳤다”며 라이 씨의 진술을 반박했다. 이어 “다시 회사에 와서 일한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3년 동안 정규 근로 시간만 일하게 하겠다. 다른회사로 보내주는 것은 절대 안된다”며 “사업장이동 하려고 다 꾸민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이 씨는 “저는 단지 토요일 근로 수당에 대해서 물어 보았을 뿐이다. 사장님은 제가 회사를 나가려고 일부러 작정하고 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회사를 나가고 싶었다면 다른 이유를 말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일이 힘들고 공장 안과 냉동창고가 너무 추워서 자주 코피를 쏟았다. 다른 직원들도 다 알고 있다. 저는 일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고용허가제로 인한 압박으로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故 던 라즈 갈레 씨는 자결했다. [출처: 자료사진]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 23조 3항에 따르면 무단으로 5일 이상 출근하지 않으면 사용주는 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 라이 씨와 상담을 한 이주노조는 “라이 씨는 22일 쫓겨나고 나서도 계속 회사에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회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주는 언제라도 맘에 들지 않는 이주노동자가 있을 때 이탈 신고를 해버릴 수 있고, 이탈신고를 당하면 항변도 못한 채 이주노동자는 비자를 잃는다. 고용센터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조사하기 보다는 그냥 공장으로 다시 가서 일하라는 식이었다”며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2004년 시행과 함께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왔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3회로 제한하고, 이동시 사업주 승인을 요구해 사업주들이 악용하기 쉽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이주노조는 그동안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할 수 있는 무한 권한을 가짐으로써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 때문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된다. 또한, 사용자로부터 승인을 받게 되더라도 2개월 내에 구직을 해야만 해 미등록으로 내몰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등록이 되면 출입국관리소의 단속과 추방 압박에 시달려야만 한다. 지난 달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에 열린 이주민의 날 행사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번 라이 씨의 요구도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이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권리 보장과 법률적 시정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있지 않다. 이에 지난 18일 유엔이주노동자권리협약채택을 기념하는 세계이주민의날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과 인권 단체들이 유엔협약 비준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행사가 열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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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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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형선

    살인적 단속추방 ?

  • 윤형선

    살인적단속추방?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합법적으로 성실하게 일한다면 왜 추방을 할까 그러기전에 한국의 법을 지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