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면죄부 주는 고용노동부...사내하청 우수사례, 정말?

현대중공업, GM대우, 대우조선해양 등은 비정규직 탄압 사업장

지난 20일,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즈’가 발표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사례’가 사실상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우수사례로 꼽은 기아차,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서울성모병원, 한국GM등은 노동계 내부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로 불리던 사업장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내하도급 서포터즈의 가이드라인 준수 현황 조사는, 그동안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왜곡할 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GM대우 등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우수 사업장?


지난 8월 19일 출범한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즈(위원장 박영범, 서포터즈)’는 지난 4개월 동안 자동차, 조선, 전자, 서비스 4개 업종 243개소(원청 33개소, 하청 210개소)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준수 현황을 조사했다.

서포터즈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20일, 대우조선해양, LG디스플레이, 서울아산병원, 현대중공업, 신세계백화점, 서울성모병원, 노키아TMC, 한국GM, 신세계백화점 등을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주요 우수사례로 꼽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원청근로자 성과급의 70%를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원청의 이익 배분시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도 일정비율이 배분될 수 있도록 제도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아산병원 역시 경영성과의 일부를 연말 특별보너스 형태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공유해 ‘성과배분’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원하청 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0년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인상률을 원청보다 높게 책정했다며 ‘근로조건’ 우수 사업장으로 꼽혔다. 신세계 백화점은 식당, 휴게실 외에도 잘 갖추어진 보육시설, 피트니스 시설을 원하청 공동으로 이용하고, 서울성모병원은 원하청 근로자에게 동일한 의료비 할인 혜택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후생복지’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또한 노키아TMC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866명을 직접 고용하고, 한국 GM역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400여 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고용했다며 ‘고용’부문에서 우수 사업장으로 꼽혔다.

조사 후, 박영범 위원장은 “사내하도급의 활용 실태는 업종별, 기업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활동은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 전파하고 가이드라인이 산업현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불법파견과 차별에 면죄부 줬다”

하지만 노동계는 서포터즈의 조사결과가 실제 사업장의 실태와는 거리가 멀고, 심지어 불법파견과 차별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노동부가 우수사례로 꼽은 사업장들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에 대해 가장 악랄한 탄압을 하는 사업장들이며, 현재도 고용불안과 차별, 노동기본권 박탈에 맞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는 25일,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우수사례의 진실’을 발표하고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전비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사내하청 비율은 정규직 대비 108%에 달한다. 특히 노동부의 발표와는 달리, 정규직은 근무일수비례 700%를 지급받는 상여금이 비정규직에는 지급되지 않고, 2011년 임단협 결과는 정규직과는 달리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기본급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사내하청비율은 정규직 대비 242%에 달하지만, 사내하청의 통상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약 80만원의 임금 차별을 받고 있었다. 서울성모병원의 계약직 역시, 대체로 2년 이내로만 고용되고, 간접고용의 경우 용역업체가 병원과 계약을 맺고 있는 기간 동안만 고용되거나 그 이내에도 수시로 계약해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한국GM이 지난 8년간 1,400여 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무급휴직, 업체폐업, 계약해지 등 다양한 형식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해고가 상시적으로 이뤄진 경과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GM대우는 지난 2007년, 업체 폐업과 GM대우 비정규직지회 간부의 징계해고로 해고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바 있다. 2009년에는 사내하청 1천 여 명에 대한 무급휴직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이후 2009년 4~9월동안 대부분의 무급휴직자가 희망퇴직했으며, 희망퇴직하지 않은 조합원이 있는 사내하청업체 2개가 폐업됐다.

특히 전비연은 박영범 위원장이 기아차를 언급하며 원청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이 혼재근무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식의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22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해 대법원이 제시한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흐름생산공정인 자동차 조립라인에서는 사내하도급이 독립된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도급이 될 수 없다’는 판례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2005년, 노동부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바 있으며, 올 7월 기아차 사내하청 5백 여명은 기아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에 있다.

때문에 전비연은 “대법판결이 났음에도 현대차를 비롯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고용노동부가 의욕적으로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법파견 시비를 비켜갈 수 있는 편법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들은 “만약 이런 사례들이 사내하도급 활용의 우수사례라면, 올 7월 발표한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실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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