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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가 경선방식을 놓고 이견 대립을 거듭하자 잠시 정회중이다. |
통합진보당이 총선 경선방식을 놓고 세력간 첨예한 입장을 드러냈다. 통합진보당은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고 19대 총선 후보 경선방식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논란을 거듭하다 오는 31일로 결정을 유예했다.
이날 대립을 이룬 경선방식은 지역별 후보자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원 50%,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결정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 전략지역 등엔 대표단이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최소권한을 줄 것이냐 였다.
이번 논란은 통합진보당 통합 직전 터져 나왔던 경선 방식을 둘러싼 이견의 연장선이었다. 50:50의 경선 방식을 주장한 이정희 대표와 구 민주노동당의 주류 세력이 한 축을 이뤘고, 일부 전략지역의 후보조정의 리더쉽을 강조한 심상정, 유시민 대표, 통합연대와 국민참여당 세력이 다른 축을 이뤘다.
전략지역 중앙당 역할 절실 VS 진성당원제 훼손
이날 전국운영위원회에 올라온 경선방식 원안은 “1)중앙당 및 시도당 후보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되지 않았거나 후보 간에 합의가 되지 않은 지역 중에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당 대표단이 후보 및 경선방식 조정을 위해 노력한다. 2)이러한 노력과 과정을 거쳤음에도 경선이 불가피 한 경우에는, 진성당원제의 정신과 국민여론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당원 투표 50% :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장원섭 사무총장은 “1)번 항목은 후보조정이 잘 안되는 서울과 주로 영남 쪽의 거제, 창원, 울산 등에 있어 (선거전략 상) 중요한 의미 있다고 판명된 지역에 대표단이 어느 정도 노력하고 그런 권한 부여할지가 1)번 항목”이라며 “1번)의 노력을 거치고도 경선이 불가피 하면 2)번처럼 당원투표 50%, 대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경선을 한다는 내용”이라고 원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중앙당 후보조정위원인 권태홍 운영위원이 “아직 통합한 3주체간 통합의 수준이 낮고, 전략지역이라고 할 만한 곳이 경선지역으로 남아 있어 중앙당의 역할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당내부 숙의나 전략적 고려 없이 경선 지역이 많아지면 굉장히 많은 내부비용을 치룰 우려가 있다”며 3개 항목의 수정안을 제안했다.
권 위원이 제시한 수정안은 “1) 2012년 총선 지역구 후보는 통합정신을 살려 통합정당에 참여하는 세력간에 협의 조정을 위하여 설치된 중앙당 및 시도당 산하의 후보조정위원회는 면접 및 서류심사, 여론조사 등 필요한 방법에 따라 후보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보를 조정하여야 한다. 2) 중앙당 및 시도당 후보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이 되지 않았거나 후보간에 합의가 되지 않은 지역 중에서 경쟁력의 차이가 현저한 경우 공동대표단이 후보를 조정할 수 있다. 3)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보간 경선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당원의 의사와 국민여론이 공정하게 반영되는 당원투표 50%, 해당선거구 유권자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선출하되, 공동대표단이 당에 선거전략 및 당의 통합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한 지역에 대해서는 공동대표단이 후보 경선방식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정안이 제출되자 이영희 운영위원이 “수정안은 공동대표 3분에게 공천권을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정안이 당헌 당규와 충돌은 없는지, 구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권태홍 위원은 “대표자들에게 공천권을 달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대표단은 최소한으로 권한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보며 당에 더 큰 분란을 만드는 경우로 이 조항을 활용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진성당원제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당이 아무 역할도 없이 무조건 후보가 나오면 당원투표로 가면 당의 정치적 무책임을 자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희 위원은 이어 “당헌은 후보조정위로 조정이 안 된 지역은 후보 간 합의하는 경선방식을 우선하되 경선방식이 합의 안되면 통합 후 연내 전국운영위에서 결정 하도록 했다”며 “ 후보 결정은 누구도 할 수 없다. 후보를 대표단이 결정한다는 것은 공천권을 대표들에게 드리는 것이다. 당헌과 충돌한다”고 반박했다.
이영순 위원도 “수정안 2)번 항목에 ‘경쟁력차이가 현저하면 후보를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된다”며 “후보가 두 명 이상 나오면 당연 경선이 원칙인데 경쟁력 차이가 현저하면 경선에서 당연한 결과가 나온다. 2번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권태홍 위원은 “수정안은 후보 조정위의 조정 노력을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필요하면 대표단이 조정할 수 있는 최소수단을 준비하고 거기서 당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조항”이라며 “그런 최소 수단 없이 조정할 수 있다고만 하면 50:50 경선룰이 정해진 지역은 복수 후보 모두 경선으로 간다. 복수후보가 나선 모든 지역에 경선으로 가는게 통합을 위해 좋은지 판단해 보자는 요청으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동대표단, 통합정신의 리더쉽 VS 당원 호소의 리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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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을 놓고 운영위원끼리 논란을 거듭하자 공동 대표단들도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유시민 대표와 심상정 대표는 수정안의 취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성당원제를 강조하며 수정안을 반대했다.
유시민 대표는 “당의 공동대표로서 최근 총선후보 결정 과정에 대한 소감은 무력감”이라며 “내가 당 대표가 맞는지 내가 의회권력 쟁취를 위해 뭘 하고 있는지가 첫 번째 의문이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이 규칙을 결정하고 규칙대로 경선하고, 지원유세 가고. 제가 책임질만한 어떤 행동도 한 게 없기 때문에 책임질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규칙대로만 하면 당헌, 당규대로 하면 되지 뭐 하러 사람을 당 대표로 뽑겠느냐”며 “대표단도 조정권한이 없고, 누군가가 끝까지 경선을 요구한다면 당은 수용해야 하느냐”고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유시민 대표는 “지금 경선규칙이 50대 50으로 확정되는 즉시, 많은 후보들이 나오게 될 텐데 이것을 제어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당 대표가 필요가 없다”며 “서로의 차이와 묵은 감정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묶여있는 당원들이 간단한 규칙하나로 자신의 정치적 의지 관철 욕망을 모두 표출시 당이 어디로 갈지 걱정이다. 내일부터 벌어질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대표도 “중요한 지역, 전략적인 지역에서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게 보인다”며 “대표들이 이 당의 승리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어선 안된다. 진보정당의 발전 전략과 관련해 충분히 토론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성당원의 논리를 숫자의 논리로 치환한다면 제가 3인의 대표에 어떻게 앉아 있겠나. 저는 통합의 정신을 살리자는 것”이라며 “문구 이전에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총선 승리를 위해 최대한 리더쉽을 발휘하고 싶다. 권한을 좀 달라”고 요청했다.
심상정 대표는 “유시민 대표와 제가 주문하는 것은 4-5개월간의 대표지만 초기 과정에서 확실하게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달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답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정안을 지지하는 두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장원섭 사무총장은 “서울과 영남의 2-3군데 때문에 문제가 있는데 이 때문에 규정을 바꾸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는 대표단의 리더쉽 문제라기보다는 통합협상 과정에서 미리 선결 합의를 하지 않은 문제다. 지난 시기 경과과정으로 보면 사실관계에서 조금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정희 대표도 “당헌은 경선 절차에 대표단이 어떤 권한을 가진다고 써놓지 않았다”며 “대표단이 권한 가진다고 표현되게 되면 진보정당의 가치가 이리되는 것이냐는 심각한 의문을 불러오기 때문에 당헌에 써놓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표단은 아름다운 경선이 어려울 것 같고 누군가 양보하고 서로 도와달라고 호소해서 풀 일이지, 당대표들이 내가 권한 있으니 따르라고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희 대표는 “우리 당원들이 기존 자기 당적을 따라갈 것이라고 당원들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것은 당원들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고 제가 진보정당 대표로 일해온 저의 최소한의 자긍심”이라고 수정안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대표단 내에서도 논란이 거듭되고 운영위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회의를 유예하고 31일 경선방식 단일 안건으로 다시 전국운영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는 이날 총선후보 선출 일정, 19대 여성후보, 장애인 후보 할당, 총선후보 성평등 교육 이수의 건 등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