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합의안 연내 입법,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언론단체 논란 가열...“책임지는 투쟁통해 진정성 보이겠다”

“새벽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김대환 지역방송협의회 의장이 말을 이었다. “지역방송이 얼마나 울면서 합의안을 받아들이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12월29일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내처리를 두고 막판 진통을 겪던 미디어렙 법안이 연내 처리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28일 의원총회를 통해 법안 연내처리를 당론으로 결정했고, 한나라당 또한 29일 의원총회를 통해 연내처리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결정 이후 언론노조와 시민단체가 합심해서 투쟁했던 미디어렙 법안 연내처리를 두고 진통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된 형국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29일, 각기 다른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12월29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민언련이 미디어렙 법안 "야합"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민언련]

민언련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조중동 종편, SBS 특혜 주는 야합 철회” 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편의 렙 위탁을 2년 유예하고, 최대 40%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민영 렙을 가능하게 하여 조중동 종편과 SBS에 특혜를 주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민언련의 주장은 종편이 언론계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당위적 원칙을 강조했다.

민언련은 최근 연이은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서 “민주당은 태생부터 위법인 조중동방송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특혜법안에 동의해 줌으로써, 시민사회와 네티즌들의 ‘조중동방송 저지’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조중동방송에 대한 특혜를 제거하는 일의 명분을 훼손했다” 고 주장했다. 또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노조 등의 단체에 대해 “법안 처리 막바지에 최종 판단이 ‘연내처리’를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다른 단체들을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언론노조는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서 “종편의 미디어렙 적용을 2년 유예하는 합의안이 처리 되지 않을 경우, 종편은 직접 광고영업에 대한 무제한의 백지위임장을 받게 된다” 며 “‘백지위임장’과 ‘2년 유예’ 중 무엇이 더 나은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주장했다.

또, “SBS미디어홀딩스는 50% 이상을 소유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MBC 또한 자회사를 만들거나, 자체 광고국을 두어 광고를 주무르게 된다” 며 이미 종편은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 없이 직접영업에 들어갔고, 종편을 허용한 한나라당이 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기자회견에서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국장은 “종편 2년 유예 합의는 가슴 아픈 선택이다” 며 “하지만 SBS는 이미 자사렙 직원까지 다 뽑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고, MBC 까지도 준비를 마친 상태로 알고 있다” 라며 연내 입법이 되지 않았을 경우 벌어질 상황을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종편이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언론 생태계라는 초가삼간을 잃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언론계 논란을 감안한 듯 기자회견에서 연내입법 투쟁이 투쟁의 끝이 아님을 강조했다.

28일 국회의사당 앞 기자회견에서 구용회 언론노조 CBS 지부장은 “연내입법을 안하면 종편은 무허가렙, 1사1렙, 신문과 광고 연계판매를 할 것”이라며 “우리 주장은 종편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이후 2단계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9일 기자회견에서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를 한 것” 이라며 “미흡한 부분은 우리가 2차, 3차, 끝까지 책임지는 투쟁을 통해서 진정성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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