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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필원 울산노동뉴스 현장기자] |
이들 단체는 지난해 12월 30일 대형선박블록 제조회사인 세진중공업 하청업체 명성테크와 아주테크 소속 노동자 김영도(52세), 현욱일(37세), 유동춘(32세), 유지훈(27세)씨등 4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대형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무리한 작업 진행과 안전점검 미비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세진중공업과 하청업체 대표자들이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8시 16분께 사고사실을 생존자의 연락을 받고 알게 됐지만 50여분간 자체 사고수습에 나선 뒤 소방당국에 9시 7분에 신고해 중대재해 발생 시 중대재해 발생현장을 훼손해선 안 되는 법적의무사항을 무시했고, 추가 사고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시급히 소방당국에 연락을 하지 않는 등 사고발생 초기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를 보였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활동 부재와 사고은폐 행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혹을 나타냈다.
이어 "이번 사고 피해자들은 전날 밤 11시까지 작업한 뒤 다음날 작업시작 후 10여분이 지나자 사고로 사망했다"면서 "피해자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고인중 현욱일씨의 경우 사고 1주일전부터 유독가스로 눈이 아파 작업하길 꺼렸으나 공기를 맞추기 위해 반강요로 작업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사고현장에 페인트통, 붓과 호스, 그라인더, 유압펌프 등이 널부러져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데 도장 작업 시 사용하는 페인트통과 붓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작업 중 가장 마무리공정인 도장작업이 선행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조선소 작업 상당부분이 사고위험이 높아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혼재작업을 금지해야 함에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혼재작업과 이 과정에서 안전조치 부재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마무리작업인 도장작업이 선행되었다면 현장에 신나 등 인화성물질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고위험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특히 혼재작업에 대한 관리는 하청업체가 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야말로 원청의 관리감독 해야 하는 부분인데 혼재작업이 이뤄졌다면 원청의 책임성은 더욱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고 당시 유일한 생존자인 방씨는 경찰조사과정에서 '용접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라인더 작업을 하고 있던 2명의 옷에 불이 붙었다'고 진술했다"면서 "작업자의 옷에 불이 붙을 정도라면 선실 안에 강력한 인화물질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우리는 선실에서 발견된 페인트통, 붓과 호스 등 잔해들을 통해 신나 등 인화성물질이 있었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다"고 밝혔다.
특히 "유일한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이번 사고는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옆 탱크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사고 발생 당시 바로 옆 탱크이지만 폭발음을 듣지 못했다'는 얘기, 부검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사실, 세진중공업과 하청업체들이 사고 직후 사고현장에 물을 엄청 뿌려댄 점 등도 이런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유가족 면담 시 고인 중 1명은 사고발생 1주일전부터 탱크 내 유독가스 때문에 눈이 아프다며 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면서 "탱크의 경우 밀폐된 공간으로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상 환기와 통풍, 잔류가스 점검, 산소측정 등 기본적인 안전점검을 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설계 당시부터 안전을 고려해 출입구와 배기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던 곳은 빠이롯트룸으로 상당히 협소한 곳이며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고 시신수습도 블록을 뚫어 수습했고 정상적인 배기시설을 갖추기 힘든 곳이었다"고 지적하고 "이런 현장에서 공기에 쫓겨 무리한 작업진행과 일상적인 안전점검마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족들은 사고 발생 7일이 되도록 장례를 못치르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세진중공업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조문조차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보고 싶다고 찾아간 유족들을 정문에서 막아 돌려보내는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세진중공업의 사과와 유족과의 원만한 보상합의를 촉구했다.
이어 "세진중공업 안에서 30여개 하청업체가 공정별 또는 혼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할 때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업무지시는 원청 사업주가 할 수밖에 없고, 또 선설 내 배기시설 설치나 통풍 환기조치 등은 원청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청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잔류가스 점검, 산소측정, 작업 후 뒷정리 등 주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더구나 공기가 임박한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지키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조선소에서 안전조치는 사실상 원청 사업주의 의무일 수밖에 없다"면서 세진중공업이 책임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울산지검이 1월 2일 지난해 8월 현대 EP폭발사고(3명 사망, 5명 중상)에 대해 공장장과 안전관리담당자들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며 "중대재해에 대한 검찰의 솜방망이 처분이 반복되고 죽은 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현실로 인해 한 해 2500여명의 사망하는 현실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하고 "고용노동부는 세진중공업 사고원인을 분명히 규명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조선사업장 중대재해 사망자는 대부분 비정규직노동자"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비정규직 양산을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사회도 영국, 호주, 캐나다처럼 산재사망 시 사업주에게 책임을 엄격히 묻는 중대재해특별법(일명 '기업살인법')을 도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민주노총 울산본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회당 울산시당,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인권운동연대, 조선하청노동자연대, 진보신당 울산시당,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