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 정상회의 한다더니...돌화분 보다 못한 노점생존권

“엄동설한에 무슨 화단에 꽃을 심는다는 말인가”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11일, 21살 대학생 김지예 양은 강남구청 앞에 있었다. 2시부터 ‘핵 안보 정상회의 빌미 노점생존권 말살 규탄대회’ 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조금전에 구청안에 구경갔다 왔는데, 따뜻하더라” 며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구청은 따뜻한데, 정작 시민들은 차가운 거리에 서있어서 ‘저기 저 분들은 시민이 아닌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대학생들이 몸짓을 선보이고 있다.

3월로 다가온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강남구청은 지난 6일, 강남대로 일대에 돌화분을 설치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강남대로 일대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들과 충돌이 있었고, 오늘 노점상인들은 노점생존권을 박탈하는 강남구청의 전시행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예 양은 “FTA 반대 집회도 나갔었는데, 그때는 학생이랑, 젊은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이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서 놀랐다” 며 “이렇게 추운 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좋진 않다” 고 말했다.

  "노점상 생존권을 말살하는 강남구청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지예 양의 말처럼 서울 각 지역에서 노점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강남구청 앞 도보를 가득 메웠다. 규탄대회를 주관한 조정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초강남지역연합회 지역장은 “엄동설한에 무슨 화단에 꽃을 심는다는 말인가” 라며 “2개월이나 남은 핵안보리 때문에 우리 노점상인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생존권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고 강남구청을 비판했다.

또, 규탄대회에 참가한 홍희덕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툭하면 청소부 해봤다, 노점상 해봤다면서 어묵 사먹고 말로만 때우고 있다” 며 “총선에서 얼굴도 비추지 않는 이곳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한다” 고 소리 높였다.

한편, 이날 규탄대회에는 지예 양을 비롯한 서울지역 빈민학생활동연대(빈활대) 학생들 30여명도 참여했다. 서준현 빈활대 대장은 “핵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일로 노점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강남구청이 이런일을 하지 못하도록 대학생들도 함께 연대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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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 강남구청 , 핵 안보 정상회의 , 빈민학생활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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