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꼬집고 나섰던 박 시장이, 서울시 직영 병원의 간병인을 파견형태로 고용하는 등 비정규직 문제에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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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서울시는 지난 1월 6일, 2012년 서울특별시립 어린이병원 간병인 위탁 용역사업 입찰 공고를 게시하고, 12일 3시 개찰을 실시했다. 서울시는 지난 오세훈 시장 때부터 시립병원을 중심으로 ‘보호자 없는 병상’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서울시의 간병인 위탁용역업체 입찰 역시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형태다.
‘보호자 없는 병상’ 사업은 환자나 보호자가 소개업체로부터 간병인을 알선 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병원이 간병인을 파견 받아 저소득층에게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형태다. 이는 저소득층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 일정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의료단체, 시민사회 등은 사실상 해당 사업 역시, ‘의료 업무’를 하고 있는 간병인들이 파견형태로 고용하고 있어 간병서비스 질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파견형태로 고용되는 간병인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 등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역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임 전부터 서울시산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내세워왔던 박원순 시장 또한 서울시 직영 병원의 간병인을 파견형태로 고용한다고 공고하면서, 박 시장이 앞선 시장들의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연대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원순 시장도 이 사안에 대해 앞선 시장들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한 것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제대로 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병인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병 업무는 간호와 더불어 보조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의료업무’로 봐야 하지만, 지자체와 병원이 간병인력을 파견 형태로 사용함으로써 서비스 질 향상과 간병인의 노동조건 보장에 제약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의료업무의 경우, 전문성과 연속성, 의사소통이 결정적인 요소인 만큼 현행법상 파견이 금지돼 있다.
또한 의료연대는 간병 서비스에 파견업체가 개입할 경우, 간병인에게 가야할 돈이 파견업체로 흘러들어가 간병인의 노동조건이 나빠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간병인의 노동조건이 간병서비스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그 피해를 고스란히 환자가 지게 된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때문에 의료연대는 “서울시장은 어린이병원 간병 파견 허용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박원순 시장 체제 출범 초기인 만큼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지만, 약속을 지킬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박 시장도 노동계의 투쟁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