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송전탑 반대 70대 주민 분신 숨져..."공사 중단하라"

"신고리핵발전소 건설과 고압송전탑 건설 즉각 중단하라"

지난 16일 오후 8시 10분께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에서 76만5000볼트 초고압송전탑 건설 공사 강행에 항의하며 마을주민 이 모씨(74)가 분신해 숨졌다.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입구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 모여 있는 마을주민들. [출처: 울산노동뉴스]

20대로 보이는 용역업체 직원 50여명이 장비를 투입해 송전탑 공사 현장인 고인의 논 한가운데 들어온 것은 이날 새벽 4시였다.

60~70대 노인들이 대부분인 주민 20여명이 용역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공사 강행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탈진하고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평소 "내가 죽어야 송전탑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고인은 이날 용역직원들의 폭행에 격분해 두 차례 분신을 시도했지만 주민들의 만류로 실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녁까지 건설장비를 철수하지 않고 다음날에도 계속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한국전력 쪽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고인은 마을 입구 다리 위에서 분신을 결행, 목숨을 끊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한국전력은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영남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부산 기장군, 울산시 울주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을 잇는 90.5킬로미터 구간에 모두 161기의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추진해왔다.

창원에 건설될 북경남변전소로 지나가는 길목인 밀양에는 가장 많은 69개의 철탑이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추후 북경남에서 수도권까지 연결돼 국토를 대각선으로 종단하는 초고압송전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산외면과 산동면 등 5개 면 주민들은 지난 몇년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한전, 시공사쪽과 마찰을 빚어왔고, 이 과정에서 주민 130여명이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우일식 대표는 "한국전력이 시가로 8억8000만원 하는 농지에 880만원의 보상액을 제시했다"며 "주민들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한전은 공탁금 6000만원으로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보존'이라고 적혀 있는 고인의 분신 현장. [출처: 울산노동뉴스]

밀양시 4개 면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급히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장례위원회는 17일 오후 고인의 시신을 모신 분신 현장에서 "고인의 값진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전은 3개월 이상 공사를 중단하고 고인의 장례 등 비용과 관련한 일체의 사항을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장례위원회는 또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765 송전탑 문제 해결과 장례를 연관시키겠다"며 "가족장은 5일장으로 치르되 그 이후 시민장에 준하는 765 대책위 장으로 고인을 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양시의회도 18일 특별결의문을 채택, "한전은 고압 송전선로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는 지역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송전탑 관련 법률인 '전원개발촉진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대규모 송전선은 필연적으로 환경파괴와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서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송전선으로 인한 일상적인 주민피해 등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장거리 수송방식의 에너지 정책, 공급 위주의 에너지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도 "방사능 누출이라는 극한의 위험과 고압송전탑 전자파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울산.부산.경남 일대 300여만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고리핵발전소 건설과 고압송전탑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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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순자

    정말 아까우신 시숙님입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송전탑으로 밀양시 산외면 보라동 마을 주민들은 한숨과 걱정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답니다
    고압 송전탑으로 한마을이 없어질 형편이구 농민들은먹고 살아가야 하는 전답이 없어지구 동민들의 마음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이번 부신 자살 하신 시숙님도 동생논에 송전탑 공사로 한전 용역직원들과 몸싸움끝에 울분을 참지못하시구 분신 자실을 아휴!!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아주버님 고이 좋은곳으로 가시어 마음고생 없으시길..
    연세 많으신 어머님과 형님 조카 질녀들을 두시고 눈은 감고 가시는지...
    부디 부디 행복한곳으로 가세요 아주버님.
    명복을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