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과실사' 의혹, 밀양 이치우 열사 두번 죽이는 것

이치우 열사 유족, "정부와 한전의 유혹과 회유, 협박에 굴하지 마라"

밀양 765KV 송전선로 사업과 관련해 분신한 이치우 씨의 유족들이 1월 26일 오후 1시에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발표해 1월 16일 오후 8시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에서 분신한 이치우 열사(74)의 ‘분신 산화 사건’에 대한 “과실사 의혹과 축소 은폐의 불명예스럽고도, 불순한 의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치우 열사의 유족들은 특별히 언론인들에게 당부하며 “이치우 열사가 ‘분신 산화한 숭고한 뜻’을 과실사 의혹으로 왜곡시키는 것은 무례한 용역들과 강압적인 한전처럼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는 영안실의 차가운 관 속에서 지금도 두 눈을 부릅뜨고 계신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치우 열사가 “생전에 정의로운 일에 앞장서고 솔선수범하였으며, 그의 삶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었다”며 “마지막까지 97세 노모를 편히 모시기 위해 효를 다했으며, 땅 한 뙈기 물려받지 않았지만 이 아름다운 보라마을에서, 아우 이상우와 농군으로 살아오는 평생 동안 우애가 남달랐고, 마을의 귀감이 되어왔다”고 전했다.

이런 이치우 열사가 평생 의지해 온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땅”이 120미터의 거대한 흉기와도 같은 송전탑으로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는 것도 안타까와했지만, “정작 고압 송전탑의 무서움은 가족과 마을을 분열시키고 절망에 빠뜨리는 한전의 공사방식과 무관심한 정부의 태도였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치우 열사가 분신 산화한 의미는 “765kv 송전탑 공사가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용역까지 동원하여 한전이 강압적으로 공사하는 것을 항의하기 위한 것”이며 “시골의 노인들까지 생존의 위기에 몰아넣고 한평생 내 몸같이 일구어온 논밭과 산천을 송전탑으로 훼손시키는 잘못된 국책사업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고 “765kv 고압송전탑으로부터 내 고장 보라마을과 밀양을 지키고 폭력적인 한전과 무책임한 정부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양심적이고 뜻 있는 모든 분들이 이 억울한 사연을 해결하는데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분신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유족들은 고인이 남긴 의로운 뜻을 살리기 위해 ‘유족들이 장례문제를 위임한 분들’과 ‘고인의 뜻을 바로 세우시려는 모든 분들’이 “정부와 한전을 포함한 주변의 어떠한 유혹과 회유, 협박, 압력에도 굴하지 말 것이며, 고인의 뜻에 반하는 털끝만큼의 과오도 저지르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족들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 규명위원회’의 발족을 촉구하며, 이번 분신 사건을 불러온 “장본인을 명명백백히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문규현 신부와 권영길 국회의원, 분신대책위 공동대표 맡아
탈핵 차원에서 정부와 한전 상대로 적극 활동할 것


한편 이치우 열사 장례위원회는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765kv 송전선로 반대 대책위)로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고부웅 장례위원장은 유족에게 위임받은 임무를 계속하며, 장례위원회의 우일식 집행위원장은 ‘분신대책위원회’의 활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새로 설립된 ‘분신대책위원회’(이하 분신대책위)는 공동대표단으로 문규현 신부(전주교구), 권영길 의원(통합진보당), 탈핵반대 대표 고문단으로는 조해진 한나라당 지역의원, 조경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강기갑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맡았다. 자문단으로는 손진곤 밀양시의회 의장, 박필호 시의원, 김영기 도의원 등 밀양지역 송전선 경과지 지역 시도 의원들을 위촉하려고 한다.

분신대책위는 그밖에도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와 ‘장례위원회’ 위원들을 집행부로 하여 그동안 촛불시위와 전단지 배포 등에 힘을 써온 밀양 너른마당, 두레기금조합, 밀양문학회 등의 회원들을 포함해 밀양 시민단체, 전국 시민단체 등 외연을 확대할 예정이다.

분신대책위는 우선 이번 분신 사고를 불러온 한국전력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정부의 대책을 포함한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의 조속한 밀양 방문, 과실사 논쟁과 송전탑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대책위는 산외면 괴곡마을의 여스님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문제 삼아 경남 경찰청에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분신대책위는 또한 765kv 송전탑 문제의 근원인 신고리 핵발전소의 증설과 관련하여 765kv 송전탑의 필요성에 대한 진상규명, 잘못된 밀양경과지 선정배경과 밀양내의 노선변경, 한전과 시공사 용역들의 폭압적인 공사 진행 방식, 8억8천만원 시가의 임야에 대한 6백8십만원 등과 같은 터무니없는 보상제도. 현재 고인을 포함한 130건의 형사소송 등에 대한 문제를 살피기로 했다.

또한 이치우 열사의 765kv 송전탑 반대를 위한 값진 희생에 대해 “과실사 등의 터무니없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전력 사장과 건설본부장 등의 발언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했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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