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손길 뿌리친 인권위, 참담하다"

노숙인 공대위, 노숙행위금지조치 차별시정 진정 자진 철회

  국가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노숙인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를 부결한 것에 대해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31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규탄한 뒤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금지조치 차별시정 진정'을 자진 철회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31일 이른 1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아래 인권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31일 인권위에 제출한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금지조치 차별시정 진정’을 자진 철회했다.

이번 공대위의 진정 철회는 지난 3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노숙인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를 부결함에 따른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운동사랑방 정록 상임활동가는 “지난해 서울역 야간 노숙행위 금지조치에 대해 인권위 상임위원회 결정으로 노숙인 인권 긴급실태조사를 할 때만 해도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라면서 “하지만 어제 전원위원회를 방청한 공대위 속기록을 보고 참담했다”라고 밝혔다.

정 상임활동가는 “예를 들면 김영혜 위원이 ‘같은 시간에 일반인도 역사에 못 들어가므로 차별로 보기도 어렵다’라고 했는데 이는 처음에 노숙인만을 대상으로 출입을 금지했던 서울역이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 일반인도 출입금지 했던 것”이라면서 “앞으로 인권위에 제기했던 진정을 철회하고 시민을 만나 이 문제를 설득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사무국장은 “인권위가 가장 목소리가 작고 힘이 약한 노숙인에 대한 정책 권고를 무시한 것은 최소한의 역할마저 손 놓은 것”이라면서 “노숙인의 생존을 위한 공공역사 이용권을 배제하는 행위는 결국 쪽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20만 주거취약계층에게도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인권위는 예전에 복지부가 만든 반인권적 근로능력평가기준에 대해 차별이라 판단하고 권고를 내린 바 있는데, 이번 노숙인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안은 부결했다"라면서 "이는 인권의 기준이 바꾼 것이 아니라 인권위가 바뀐 것으로, 이명박 정권과 한배를 탄 인권위가 인권을 후퇴시키고 있다"이라고 질타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행동 정민경 활동가는 “‘노숙자와 당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인권위 결정이 권위와 신뢰를 가질 것’, ‘노숙자 편만 드는 것은 편향적인 태도’라고 말한 인권위원들의 발언에서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사회적 약자와 당국의 입장을 동등하게 보는 것은 인권위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활동가는 “또한 인권위원들은 ‘인도 뉴델리역에 갔는데 노숙자들이 많아서 인도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한 말이 차별 발언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라면서 “사회적 약자의 손을 뿌리치는 인권위가 부끄러우며, 인선절차 개선 등을 통해 지금의 인권위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이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취하서.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고 의결을 담당하는 인권위원들의 인권수준은 그야말로 수준 미달 자체”라면서 “인권의 표피만을 쓴 인권위는 더 이상 인권의 반려가 아님을, 한국사회에서 인권적 가치의 실현은 오히려 인권위와의 반목과 가깝다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선언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인권위를 방문해 ‘인권의식이 실종된 인권위원회는 더 이상 노숙인의 인권을 논할 자격을 상실한바, 위 진정서를 자신 취하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취하서를 제출했다.

한편, 공대위에 따르면 30일 전원위원회에서는 노숙인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 “나도 막차 타고 서울역에 내리면 상당히 피해 다녀야 한다”, “한 달만 복지회관에 입소하면 다 재활한다더라”라는 등의 위원들 발언을 통해 인권위원 스스로 차별적 시각에 기초하거나 검증되지 않는 속설에 판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자리에서 현병철 위원장은 “시급한 것 같지는 않다. 시급했으면 뭔가 일이 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해 서울역 조치로 말미암은 노숙인들의 고통에 무감한 모습을 보였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홈리스행동에서 공개한 서울역 노숙인 차별 사진

  2011년 9월 10일 늦은 2시께 서울역 정문 앞에서 특수경비용역과 역무원이 다리가 불편해 일어서지 못하는 노숙인을 내쫓는 장면. 홈리스행동은 "철도공사는 퇴거시간 외, 대합실 외에 대해서는 퇴거하지 않는다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2011년 12월 9일 늦은 9시 20분, 서울역 특수경비용역 3명이 가방이 크다는 이유로 대합실에 있는 노숙인을 퇴거시키려고 하자 인권단체 활동가가 이에 항의하는 모습.

  2012년 1월 27일 늦은 9시, 서울역 대합실 3층이 비교적 따뜻해 노숙인들이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자 서울역 측에서 TV 앞의 의자를 모두 치운 모습.

  2011년 12월 2일, 지하철 서울역 1번 출구에 설치된 철 구조물. 서울역 조치 이후 노숙인들이 기둥에 기대거나 앉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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