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23년 만에 성직자 구속

제주지법,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진입한 김정욱 신부와 이정훈 목사 구속

지난 3월 9일 구럼비 발파작업을 막으려고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펜스를 뚫고 안으로 들어갔던 이들 가운데 가톨릭 성직자인 김정욱 신부(예수회)와 개신교의 이정훈 목사(한국기독장로회 제주노회장) 등 2명의 성직자가 구속되었다.

제주지방법원은 3월 11일 저녁 8시 40분경 영장실질검사를 마치고 김정욱 신부와 이정훈 목사가 펜스를 뚫고 구럼비 안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펜스를 뚫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재물손괴 혐의'를 걸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앞서 '제주 해군기지 철회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공동대표이기도 한 이정훈 목사는, 지난 8일 집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제주도민과 강정 주민들의 정당하고 피눈물나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40톤의 폭약으로 구럼비 해안을 유린하는 정부와 국방부는 이제 해적과 강도의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한편 8일 서경석 목사가 주도해 강정에서 열린 우익단체들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촉구 전국대회'에 대해 "이 사순절에 강도를 만나 신음하는 형제의 안방에 들이닥쳐 폭언과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제주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죄드리며, 더욱 뼈아픈 심정으로 이 거룩한 평화의 싸움에 함께 협력하여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7일 해군의 화약 반입을 저지하다가 경찰에 연행당하는 김정욱 신부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편 한국예수회 정만영 신부는 이메일 등을 통해 "김정욱 신부와 이정훈 목사의 구속 소식을 듣고 밤새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제주 강정에 갈 수 없는 이들은 서울에서 함게 모여 '구럼비 폭파 저지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자고 제안했다.

정 신부는 "사제 구속은 지난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양을 보호하기 위해 방북하셨던 문규현 신부의 구속이후 근 23년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이는 실로 아주 위급하고 중차대한 사건 앞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준다고 전했다. 정 신부는 "비록 신부와 목사가 재물을 파괴하는 실정법(아직 확인할 수 없음)을 위반했다손 치더라도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내몰았는가하는 점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영 신부는 12월 오후 4시에 제주 강정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월요순례 미사가 봉헌되는 것을 시점으로, "최소한 사순절기간만이라도 매일 저녁 8시에 '구럼비 폭파중지를 위한 삼성물산의 회개를 위해' 삼성물산이 있는 강남역 4번 출구에 모이자"고 제안했다. 정 신부는 "구럼비 발파작업은 청와대(미국)가 주범이며 해군은 종범이란 점에서 '삼성물산의 회개라는 주제가 다소 안이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구럼비를 직접 폭파하는 것은 건설회사"라고 지적했다.

정만영 신부이 이러한 지적은, 그동안 구럼비 폭파와 관련해 주로 정부와 국방부와 해군의 강행방침에 주목해 왔으나, 이번 해군기지 건설을 맡은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의 이해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만영 신부는 미사에 참여할 시민들에게 "구럼비 살려줍서!"와 같은 문구의 1인 시위 플랜카드 만들어 올것을 주문하면서,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 미사를 봉헌할 것이며, 더 건설적인 내용이 있다면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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