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은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한미 FTA폐기! 강정 살리기! 끝장 촛불집회’을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들고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온 한미 FTA의 발효를 중단 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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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폐기를 이해 14일째 단식농성 중인 범국본 이강실 공동대표는 “미국은 상대국의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면서 “경제주권이 사라지는 FTA 폐기를 위해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고,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김영훈 위원장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민주노총은 15일 0시를 기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3월 31일, 4월 1일 강정 지키기 투쟁부터, 6월 경고 총파업, 8월 민주노총 총파업까지 민주노총이 온 힘을 다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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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농 이강석의장 |
FTA체결의 최대 피해자로 예측되는 농민들도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전농의 이강석 의장과 가톨릭 농민회의 이상식 회장은 “그동안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땀 흘리며 묵묵히 노력해왔지만 FTA가 발효되면 오랫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면서 “국적불명의 먹거리에서 국민들의 밥상을 지키기 위해 FTA를 폐기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같은 당의 이종걸, 정범구 의원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통합진보당의 조준호 공동대표도 자리했다. 정동영 의원은“FTA는 정부의 공공정책권과 국회의 입법권, 사법주권을 잘라내는 조약”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3월 15일은 한미 FTA 발효의 날이 아니라 폐기의 첫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통합당에 많은 실망이 있겠지만, 끝까지 FTA폐기를 위해 노력하는 소수의 의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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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정범구 민주통합당 의원 |
통합진보당의 조준호 대표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FTA를 막지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구해준건 국민들”이라며 “정치인들이 망친 잘못을 국민들이 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한 학생은 무대에 올라 “며칠 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강연을 들었는데, ‘즐겁게 끝까지 웃으면서 싸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춤을 준비해왔다”면서 무대에서 춤을 춰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의 최연소 발언자는 중학생 소년이었다. 그는 “우리도 (FTA에 대해)다 알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고 말해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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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소 집회 참가자 |
자유발언과 축하공연으로 구성된 촛불 집회는 오후 9시경에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행진을 시도했지만, 청계광장 입구를 봉쇄한 경찰에게 가로막혔다. 행진대오는 방향을 틀어 청계천을 따라 행진을 이어갔다. 이 행진에서 11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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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청계천 출입을 봉쇄하자 백기완 소장이 항의하고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과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은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집회참가자뿐 아니라 청계천을 거닐던 시민들과 기자들조차 청계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경찰이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백기완 선생님과 이종걸 의원만 나오시라”고 요구했으나 백 소장과 이 의원이 거부했다. 경찰은 시민들이 출입구 봉쇄에 항의하자 “모두 채증하고 검문검색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행진은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까지 이어지다 자정께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