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역시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노동계와의 정책 협약 등을 통해 각각의 비정규직 공약을 쏟아내며 총대선 정국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각 당의 특성상, 또는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야권 단일화의 흐름 속에서 비정규직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노나메기재단설립추진위는 16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제4회 정기 월례 토론회를 개최하고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방도를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조돈문 가톨릭대교수가 발표를 맡았으며, 김성혁 통합진보당 정책연구원 경제산업팀 연구실장,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신두식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 홍순광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국장, 홍원표 진보신당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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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제시한 비정규직 정책, 5%도 줄이기 어렵다”
조돈문 교수는 오는 총선, 비정규직 권리입법의 방향으로 비정규직 규모 감축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동조건 격차의 해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체 형성 및 투쟁승리를 위한 조건 형성 등을 꼽았다.
비정규직 규모 감축의 경우, 비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업이 팽창하는 산업구조 변화 효과를 상쇄하고 비정규직 확산 추세를 제어하고, 규모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 교수는 입법화 추진의 세 가지 원칙으로 △2006년 식 노사간 맞바꾸기가 아니라 비정규직 권리입법이 되어야 할 것 △비정규직의 내적 이질성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내 특정 유형의 시각에 갇히지 말고, 더 열악한 변종의 비정규직 유형을 확대하는 풍선효과를 경계할 것 △입법화의 실현 가능성과 함께 전체적 시각에서 입법화의 실질적인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고려할 것 등을 내세웠다.
특히 그는 야권과 노동계에서 제시한 비정규직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조돈문 교수는 “정당에서는 비정규직 규모를 절반정도로 줄이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지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정책으로는 비정규직 규모를 5%도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 방향 중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정책은, 기간제 뿐 아니라 전체적인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교수는 “파견 노동 대상 업무가 이미 중분류 기준 34개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이 다른 직접고용에만 적용되고,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 등 다른 비정규직 유형들에 적용되지 않을 시 기존 기간제 노동자들이 보다 열악한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간제법으로 기간제한이 이뤄진 이후 기간제가 줄어들고, 간접고용 가운데서도 파견노동보다는 용역노동으로 옮아가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파견 노동 대상 업무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쉽게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신규 일자리의 절대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짐으로써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현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조 교수는 △특수고용 실시 △고용보험 제도의 확충 등의 비정규직 권리 입법 방향을 제시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관련 대안으로서는 용역노동을 포함한 간접고용의 규제 및 사용자 개념의 확대를 꼽았다. 조 교수는 “간접고용 가운데 용역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임금 등 노동조건은 파견노동자보다 더 열악하다”며 “이는 파견노동이 포지티브리스트를 포함한 사유제한, 기간제한, 정기적 보고 의무, 불법파견 징벌, 차별금지 등으로 규제되고 있는 반면 용역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제는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조돈문 교수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파견업체는 허가를 취소하고, 사용 사업주는 법인세 감면 혜택, 수출금융 등 재정적 지원 및 정부발주 사업 참여 등에서 불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고액의 벌금과 함께 사면 없는 금고형에 처하도록 벌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합법적인 파견노동에 대해 철저히 규제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파견노동을 포함한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책임 있고 실효성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당과 투쟁조직 없는 ‘희망광장’, 입법 위해서는 실제적 투쟁 집중해야”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을 포함한 권리입법 정책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다. 홍원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2006년 비정규직법 이후 풍선효과, 회전문 효과로 비정규직이 전혀 줄지 않았으며, 참여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시정 제도 역시 지난 5년간 전혀 효과가 없었다”며 “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국 현실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파견제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한다 해도, 파견제 폐지를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그 속에서 다른 정책과 법안을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파견제 폐지라는 원칙을 접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혁 통합진보당 정책연구원 경제산업팀 연구실장 역시 “파견법 폐지가 아닌 사용사유 제한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효과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법 규제에는 한계가 있으며 파견법이 중간착취를 합리화하고 저임금을 고착화 하는 이상 이에 대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두식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은 총선 이후 비정규직 대책의 입법화가 사실상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에도 전혀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다수당이 되어도 입법은 여론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서 신두식 정책실장은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여유 있는 임금과 정년보장이 이뤄진다면 국민이 용납할 지 의문”이라며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당연히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으며, 공공부문 정규직화 역시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상황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노동자 대책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당이 콩가루 집안처럼 목소리가 다른 세력이 엄청나게 많아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국회가 구성되면 작년에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전진된 안을 통과시키고, 조금 더 논의를 거쳐 지속적으로 법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태연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총대선 정국의 입법 활동 이외에도 실질적인 투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총선 승리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과 투쟁 조직들은 지금부터 이 문제에 집중해야 하지만, 지금 희망광장은 썰렁하다”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투쟁을 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