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라는 구실의 부정행위를 보았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비례후보 선출과정의 부정투표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진상조사를 선거 이후로 미뤄 사실상 폭탄을 안고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통합진보당은 총선이 끝난 후에라도 진상조사에서 관련 비례후보의 귀책사유나 순번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 사퇴를 포함한 책임을 지도록 20일 대표단 회의에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 대표단은 비례후보 선출에 관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자료를 모두 봉인하고 부정투표 논란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관하기로 했다.
비례후보 선출과 관련한 부정투표 논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중앙당 선관위가 일반명부 투표 2위를 얻은 노항래 후보를 비례 8번에 배치하고, 3위를 한 이영희 후보를 10번에 배치하자, 이영희 후보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부정투표 논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을 두고 10번으로 비례 순번을 양보한 노항래 후보는 “현장이라는 구실의 부정행위를 보았다”고 평가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18일 밤 비례후보 선출 투표를 마감 했지만, 이중투표와 같은 부정투표 논란과 민주노총 쪽 반발 등으로 3일 동안 확정 공고를 내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당규는 각종 선거 결과는 바로 발표 하도록 돼 있다.
애초 통합진보당 중앙당 선관위 잠정집계는 노항래 후보가 25표 차로 남성부문 2위를 차지해 비례순위 8번을 받았다. 선관위가 선거인단 수보다 투표자 수가 더 많은 7군데 투표소의 표를 선거 규칙에 따라 전부 무효로 처리하면서 이영희 후보가 노항래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이영희 후보 쪽은 7곳 투표소 무효표 처리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고 이 투표소들에 대한 부정투표 논란으로 번졌다.
중앙당 선관위는 “현장투표 관리자의 실수에 기인한 것임에도 그 현장투표 전체를 무효처리한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을지라도, 투개표 관련 규칙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며 노항래 후보를 8번에, 이영희 후보를 10번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영희 후보 쪽이 강하게 반발해 비례후보 선출 결과가 계속 지연 되자, 노항래 후보가 전격 결단하면서 대표단이 이영희 후보를 8번에, 노항래 후보를 10번에 배치했다.
민주노총, 민주주의와 당 발전 도모 명분 이영희 선순위 요구
이 과정을 두고 중앙당 선관위는 “당의 선거관리 미숙으로 인해 투표에 실린 당원들의 의사가 비례대표 후보 순위결정에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민주주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당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영희 후보를 선순위에 배치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바램을 노항래 후보가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선관위 발표에 반발해 이영희 후보의 8번 배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정황을 ‘노동계의 바램’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노항래 후보는 순번 결정이 난 후 21일 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남성 3위 후보와 저의 25표 차를 변경할만한 다른 집계 기준은 없었다”며 “적법하지 않은 투표결과를 배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순위변경을 수용했다. 제가 수용하지 않으면 투표결과를 발표할 수 없고, 당이 초라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10번 수용 배경을 밝혔다.
노항래 후보는 이어 “통합진보당의 첫 당원투표에서 저는 ‘현장’이라는 구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적지 않은 부정행위를 보았다”며 “이러저런 ‘당 운영상의 편의’를 말하나 이것은 용납되지 않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노 후보는 또 “운동이니, 혁명이니, 민족이니 이념적 구호들 아래에서 민주주의의 기본도 못 지키고 발전시키지 못하는 우리를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며 “저는 ‘민주노총’이니, ‘농민회’니, 이러저런 힘깨나 쓰는 사회단체를 들먹이며 그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운동’이라는 작위적인 당위 아래에서 행세와 관료주의가 자라오지는 않았는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비례 온라인 투표 도중 서버 소스코드 건드려
비례후보 선출 과정의 또 다른 의혹은 이미 발표가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여론전에 들어간 청년비례 후보 선출과정에 대해 제기됐다.
통합진보당은 20일 오후 대표단 회의에서 공동대표단 산하에 청년비례선출 과정과 투표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는 공동대표단이 추천하는 위원장 1인, 이의제기 선본이 추천하는 1인(총 2인), 당 투표시스템 담당자 1인, 청년비례선출위 추천 1인 등으로 구성됐다.
특위가 구성된 이유는 지난 9일부터 청년 비례대표 인터넷 투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11일 새벽에 홈페이지 서버의 소스코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일각에선 소스코드 변경 문제는 투표 도중 투표함을 개봉한 사건으로 비유할 만큼 중대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특히 소스코드 변경으로 이미 투표를 진행한 투표자 수와 해당 후보의 기호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특위 조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재연 후보는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이 “진상위원회 조사 결과 기술적인 문제든 투표조작 의혹이든 확인되면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의 온라인투표 시스템을 믿지만, 제기하신 부분이 사실로 밝혀지면 당연히 그렇게(사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한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 출신인 김재연 후보는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후 통합진보당 비례 후보 3번을 받은 상태다.
비례1번 윤금순 전 전여농 회장, 2번 이석기 전 민중의 소리 이사
통합진보당은 일단 여러 악재가 터져 나온 상황에서도 비례후보 순번을 확정짓고 발표했다. 통합진보당 여성 비례 1위는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총연합 회장이 선출돼 비례 1번을 배정받았다. 윤금순 후보는 농민운동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을 거쳤으며 홍콩 WTO 세계투쟁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일반명부 비례 1위 득표를 한 이석기 후보는 비례대표 2번을 차지했다. 이석기 후보는 민중의 소리 이사와 CNP전략그룹 대표를 거쳐, 현재는 CNP 전략그룹의 계열사인 (주)사회동향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사회동향연구소는 지난 3월 초 이정희 대표가 출마한 관악을 선거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비례 3번에 김재연(청년명부), 4번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5번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총장, 6번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7번 조윤숙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 8번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9번 오옥만 전 제주여민회 대표, 10번 노항래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 11번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12번 유시민 대표, 13번 윤난실 전 진보신당 부대표, 14번 서기호 전 판사, 15번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16번 문경식 전 농민회총연맹 의장, 17번 박영희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 18번 강종헌 전 한통련 조국통일위원장, 19번 김수진 전 열린우리당 강남당협회장, 20번 윤갑인재 건설산업연맹 정치위원장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