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존권 쟁취하는 투쟁으로 나가자"

서울역 광장에서 최옥란 열사 10주기 추모대회

장애인, 여성, 노점상, 수급자로 살며 투쟁했던 최옥란 열사 10주기를 맞아 부양의무제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10주기 추모대회가 26일 늦은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최옥란열사10주기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추모발언을 맡은 최옥란열사 추모사업회 박경석 회장은 “최옥란 열사는 한 달에 28만 원을 주고 살라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맞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12월 한겨울에 명동성당에서 노숙투쟁을 시작했다”라면서 “결국 열사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봄날 세상을 떠났지만, 열사는 우리에게 투쟁을 미루지 말고 바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라고 추모했다.

  장애인, 여성, 노점상, 수급자로 살며 투쟁했던 최옥란 열사 10주기 추모를 맞아 기초생활보장제도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추모대회가 26일 늦은 1시 최옥란열사10주기추모위원회 주최로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박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과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인가?”라면서 “최옥란 열사의 또 하나의 가르침은 가난한 사람들은 투쟁해야만 그나마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따라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생존권을 쟁취하겠다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권리라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원교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모든 정치세력이 ‘맞춤형 복지’,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를 위한 복지인가?’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여전히 장애인이 시설과 골방에서 처박혀 살고 있고 고깃덩어리처럼 등급이 매겨지는 현실을 그대로 둔 복지는 허망할 뿐”이라면서 “올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우리 손으로 폐지토록 하자”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작된 지 13년이 되었지만, 단지 국민의 3%만이 수급자가 되고 국민의 8.5%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면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라면서 “사각지대를 만드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바로 부양의무제”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 20일 용산구청에 수급자 이의신청을 하러 갔더니 공무원이 ‘이 사람은 아버지와 연락을 많이 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일이 있었다”라면서 “가족과 연락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고 가난을 죄로 만드는 부양의무제를 이제 폐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빈곤해방실천연대 김영진 위원장은 “최옥란 열사는 의지와 노력으로 이 세상의 모순을 타파하고자 했으나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해서 죽임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장애, 여성, 빈곤, 노동 등 전체 문제에 맞서다 장렬히 가신 최옥란 열사의 뜻은 진정한 연대를 통해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무대 앞에 마련된 최옥란 열사의 영정에 분향과 헌화를 하며 이날 추모대회를 마무리했다.

  추모대회의 마지막 순서로 최옥란 열사의 영정에 헌화와 분향을 하는 모습.

한편, 이날 이른 10시 최옥란열사10주기추모위원회는 최옥란 열사가 노숙농성을 했던 명동성당 들머리 앞에서 ‘최옥란열사 위령노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와여성 인권연대 마실 김광이 활동가는 “최옥란 열사는 장애여성은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노점상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라면서 “열사를 생각하면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자식과 함께 살고자 했던 엄마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전국철거민연합 장영희 의장은 “최옥란 열사가 1% 자본가를 위한 정부에 의해 죽음을 강요당했던 것처럼 오늘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살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라면서 “특히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죽음을 강요당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앞으로 강고한 투쟁으로 99%가 이길 수 있도록 하자”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옥란 열사가 노숙농성을 했던 자리에 헌화하고 추모대회가 열리는 서울역 광장까지 한 시간 동안 행진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26일 이른 10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최옥란열사 위령노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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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란 , 수급자 , 기초생활보장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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