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여론 진단 사이트 ‘소셜 메트릭스’는 ‘조선족’과 관련한 트윗이 지난 6일, 108건 수준에서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며 이슈화된 7일에는 2800여 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조선족에 대한 분노나 반감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트윗이다. 인터넷에서는 조선족 전면 추방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청원운동에는 6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실 조선족에 대한 혐오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그동안 쭉 있어왔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는 것과 외국인들이 강력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이 주된 외국인 혐오의 이유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소녀의 우정을 그렸던 영화 ‘반두비’도 개봉 당시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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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반두비> 스틸컷 |
그러나 정영섭 이주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제노포비아에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참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이주 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어떠한 통계도 발표된 적 없을뿐더러 영세한 제조업이나 축산업 같은 3D산업에서는 내국인들이 일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 없이는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주 노동자들이 강력범죄의 온상이라는 말도 근거가 없다. 정 사무국장은 “이주 노동자들은 오히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손해를 보는 입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당하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범죄 발생 비율은 내국인의 범죄 발생비율보다 낮다. 경찰청과 대검찰청의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08년 현재 내국인 인구대비 범죄발생비율은 5.62%이고 외국인의 인구대비 범죄발생비율은 1.78%다. 그리고 그나마도 도로교통법 위반과 같은 경범죄가 다수이고 살인이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는 2011년 전체에 1000건 남짓이다.
정 사무국장은 이처럼 근거 없는 제노포비아가 번져가는 이유를 “이주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차별적 위치에 있는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거기에 더해 “정부의 범죄자 이미지 덧씌우기와 그를 따르는 언론의 자극적 보도 역시 한 몫을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문제나 경제적 고통을 차별적 지위의 이주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대부분 내국인 중에서도 경제적 약자들이 일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신들의 고통의 책임을 더욱 약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서구 1세계에서 온 외국인은 선망의 대상으로 삼지만, 경제적 약자인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편견의 시선을 보낸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번 ‘수원 성폭력 살인사건’과 관련해 조선족들에게 유독 심한 비난이 가해지는 것도 많은 조선족들이 대부분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가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감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당선자인 이자스민 당선자에게 인종차별성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 인신공격성 발언과 가정사를 들먹이며 가해지는 근거 없는 비난은 전형적인 제노포비아의 형태다. 이자스민 후보의 공약이라 회자되며 주된 비난의 대상이 됐던 내용들은 이자스민 후보와 새누리당이 발표한 것이 아닌 날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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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스민 당선자 |
정영섭 사무국장은 “결국 분배의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고리”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불평등, 폭력을 받는 이들이 더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다시 폭력을 대물림하며 순환하는 것이 제노포비아의 정체라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별적 지위를 개선하고 내국인과 동등한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갖게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민을 한국에 동화시키고 출산, 양육, 부양에 적합한 이주 여성들만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다문화정책’은 근본적인 방향이 틀려있다는 주장이다. 정 사무국장은 “편견과 차별을 방지하는 정책과 제도의 마련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막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