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은 줄어든 것일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여론 형성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대 총선 투표율이 54.3%로 예상보다 다소 낮게 나오자 SNS의 영향력이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트위터나 SNS 자체보다도 야권이 투표참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13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현해 “글의 총량은 지난 번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때 비해서 5배 정도 늘었고, 글을 쓰는 사람의 숫자도 2배 정도로 늘었다”고 전하며 “트위터 네트워크데이터만 가지고 보면 트위터량을 중심으로 하면 이번 선거 관련한 트위터에서의 열기는 오히려 지난 10.26 때보다 몇 배나 뜨거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이게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데에 있어서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인데 그 부분은 트위터 자체에 대한 이제 평가보다도 사람들이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투표라고 하는 연대행위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들을 야권이 충분히 제공해주지 못했다”며 실제 야당의 총선전략의 문제점이 SNS 내부에도 반영이 돼 투표율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장덕진 교수는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SNS 내부의 소통도 다소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트위터 사용량 중에서) RT(남이 쓴 글을 그대로 전송하는 것)가 제일 많이 늘어났다”며 “소셜미디어라고 하는 특성상 사람들이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수평적으로 연결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이런 다음에 다 같이 우리 투표하자, 이렇게 해서 오프라인 행동에 나서야 되는데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소셜미디어에 소셜하는 성격이 일정부분 사라지고 일방적으로 ‘투표 참여하자’라고 독려하는 RT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SNS 상에서 소통되는 글의 구성이 이렇게 변하다보니 “소셜미디어가 기존 미디어랑 별 차이가 없는 그런 결과를 낳게 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NS 이용자들이 비슷한 정치성향 끼리끼리 연결되며 다른 진영과 상호간 소통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장덕진 교수는 “(SNS를 처음 사용하는) 연결단계에서의 비슷한 성향끼리의 연결이 약 한 65% 내외거든요. 그러면 이제 무작위로 연결하더라도 50% 정도는 자기랑 비슷한 성향이 되는 건데 그것보다 15% 정도 높다는 건 끼리끼리의 성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두 번째 단계인 공감의 단계, RT가 많이 이루어지고 이런 단계로 가면 몇 개 의견으로 집약되는 게 사실인데, 그거야(그렇게 의견이 집약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SNS가 끼리끼리 라는 것은 사실관계가 정확하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김용민 막말 파문이 터진 후 SNS 내부 변화를 설명했다. 장 교수는 “막말 파문이 터진 이후의 변화를 보면 야권지지자 내부에서는 생각보다 이걸 옹호하는 쪽하고 비판하는 쪽이 상당히 팽팽한 대립이 이루어졌다”며 “오히려 재미있는 변화는 여권지지자 내부에서 일어났는데 그 전까지는 보수층 유권자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상당한 대립이 있었다. 그런데 막말사건 이후에 이게 야권을 비난할 좋은 소재가 되니까 그 대립이 상당부분 사라지고 그걸 중심으로 뭉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장 교수는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 SNS의 영향력은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선은) 총선처럼 246개 지역구로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딱 두 명한테 초점을 맞추면서 아젠다도 몇 개로 압축된다”며 “역대 대선에서의 표 차이를 보더라도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매번 박빙의 승부였기 때문에 SNS가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선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덕진 교수는 “이제 변수는 야권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후보를 내세우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 이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큰 파장이 있을 것이고 이제 이번 총선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야권이 선거 승리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린다, 그렇다면 SNS의 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즉, SNS 영향력도 오프라인의 한계 내에서 작용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