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 지 3일 만에 서울시 최초의 민자도시철도인 서울메트로9호선(주)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본운임 500원 인상을 공고하고 나섰다. 지난 2월 25일,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150원 인상 된 지 2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특히 민간투자사업(BOT) 방식으로 건설 된 지하철 9호선은, 요금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며 지자체와의 신경전도 불사하고 있어 벌써부터 ‘민영화’의 폐해가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해양부는 빠르면 이번 주, 수서발 KTX 운영권 민간 개방 계획을 발표하며 KTX민영화에 박차를 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그간 총선정국 속에 잠잠했던 ‘민영화’ 논란이 민생에 직격타를 날리며 제 2라운드 싸움으로 번져가는 분위기다.
기습적 운임료 인상...9호선-서울시의 날선 공방?
9호선은 지난 14일 저녁, 홈페이지와 역사 내 안내문을 통해 “6월 16일부터 9호선을 이용할 경우 별도운임을 최대 500원까지 징수하겠다”고 공고했다. 지난 해 말 적자가 1,820억 원에 이르는 등 자본잠식 상태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운임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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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공고는 9호선이 서울시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 중 서울시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게시 한 것으로,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1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일에 공고문을 불법으로 부착하지 않도록 행정명령을 시달했는데도, 9호선 주식회사가 전혀 예고 없이 14일에 게시물을 붙였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서울시와 9호선은 지난 2005년, 양자간 체결한 실시협약 중 수익률이나 자본조달금리 등을 합리적 수준으로 변경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해 왔다. 윤 본부장은 “수익률이나 조달금리가 현재 여건에서 너무 과다하게 책정된 측면이 있어서 서울시는 그런 부분을 조정해보고자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 측은 지난 2005년 당시 양자간이 체결한 실시협약이 민간사업자들의 권한 남용의 빌미가 됐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9호선의 갑작스러운 요금인상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시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한 일종의 ‘전술’로 보고 있다. 9호선이 주장하고 있는 1,820억의 적자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본부장은 “최소운임 수입보장 규정(MRG)이 있기 때문에 적자가 나는 부분은 서울시에서 재정적으로 지원이 되고 있으며, 지난해만 해도 292억 원을 보전해 줬다”며 “요금 때문에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며, 순수한 운영 수입은 오히려 흑자”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서울시는 최악의 경우, 9호선 사업자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며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윤 본부장은 “요금인상을 강행할 경우, 민간투자법에 따라 징역 1년 이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것인지, 행정질서법에 의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호선 역시 강경한 입장으로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9호선 측은 “2009년 개통 직전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기존 1~8호선과 동일한 요금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을 뿐”이라며 “민간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운임을 결정하고 징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서울시와의 행정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자도시철도 9호선이 ‘갑’...끌려가는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이 단독으로 서울시와 운임료 싸움을 벌일 수 있는 것은, 9호선이 서울시 최초의 민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경우, 운영 주체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다. 만약 요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서울시의회의 의견을 듣고, 서울시장이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는 등 ‘서울시’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구조다.
반면 민자도시철도인 9호선은 민간의 투자로 건설 된 만큼, 금융비용의 원리금을 매년 갚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운임 결정방식 역시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다르다. 지하철 9호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5년, 서울시와 ‘서울지하철 9호선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맺고 운임료 방식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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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 측은, 당시 실시협약에 따르면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 그리고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민간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2009년 개통 당시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한시적으로만 운임료를 1~8호선 수준으로 적용했을 뿐, 서울시와의 협약에 따르면 올해 1,850원까지 서울시의 동의 없이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는 과태료와 사업자 취소 등의 경고를 보내며 9호선과 날선 공방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부 상황과 민자사업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9호선은 ‘갑’, 서울시는 ‘을’의 입장에서 논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9호선에 지난해만 292억의 운영손실 보전금을 내 줬다. 수요 예측을 통한 투자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최소운영 수익보장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이는 예상 수익금의 최고 보전율인 90%정도의 차액을 보상해준 규모다. 하지만 9호선 측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토로하며 운임료 인상을 예고해 왔다.
이번 기습 운임료 인상 역시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서울시는 운임료 인하를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운임료 인상’을 제외한 9호선 손실 보전 방식을 고민중이다. 실제로 윤 본부장은 “기존에 제시된 수익률의 적정성 여부 등을 판단해 필요하면 요금인상이나 운영기간 연장 검토 같은 재정지원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며 서울시 차원의 대책 강구에 나섰다. 9호선 역시 매체 등을 통해 ‘운임인상이 안되더라도 적자보전 등 해결책을 마련하면 조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결국 운임료 인상 논란을 떠나, 9호선 측이 서울시와의 협상에서 얼마나 많은 파이를 가지고 갈 것인지의 ‘키’가 이후 서울시의 행보에 달린 셈이 됐다. 윤 본부장이 9호선 측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기습적으로 운임료 인상을 공고하는 등의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운임료 500원 인상이 문제? 초기부터 세금 줄줄 새나가...
9호선에 들어가는 세금, ‘다국적 기업’의 주머니로
문제는 서울시가 운임료 인상을 막아내고 적자보존 해결책을 마련하든, 아니면 일정부분의 운임료 인상이 실현되든, 결국 9호선의 적자보존 방식은 국민의 주머니를 통한 임시방편적 대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민자고속철도 사업 자체가 민간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형태”라며 “결국 어떤 방식이든 효율성은 없고 세금은 세금대로 내놓는 형국이어서 국민의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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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메트로9호선(주)] |
실제로 9호선에서 주장하는 1,820억 원의 적자분은 민간자본의 이윤확보까지 포함한 것으로, 지자체에서 적자 항목을 계산하는 방식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9호선 같은 민간사업의 수익구조를 보면, 정부가 운영하는 수익부분 항목과는 다르게 민간 투자자 배당 항목이 더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9호선 건설 초기, 어떤 수익도 없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투자자금이 들어가고, 이후 단기간 운영을 통해 원리금과 이익금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이 수반되면서 세금을 통한 정부 보조와 운임료 인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9호선의 경우, 초기 건설 과정에서부터 ‘세금낭비’가 지속적으로 포착 돼 왔다. 운영시설비 책정에서부터 서울시는 총 사업 대비 46.7%의 사업비를 지출했다. 지하로 연결되는 선로와 기반시설 비용역시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했다. 절반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민간업체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는 민자고속철도 추진 당시, 민간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기 위한것이라 했지만 전체 사업자금 대부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고, 이후에도 민간의 수익 보장을 위한 비용들이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민간에서 절약되고 있는 부분은 외주 하청을 통한 인건비 절감뿐인데, 외국의 경우 효율성 평가 항목에서 인건비 절감은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9호선으로 흘러들어가는 막대한 세금이 결국 다국적기업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현실 역시 절망적이다. 9호선의 주주는 로템, 맥쿼리한국인프라, 신한은행, 현대건설 등 14개 회사다. 운영은 프랑스 기업인 베올리아사가 맡고 있다. 베올리아사는 상수도 사업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초국적 기업이다.
1대 최대주주는 로템이었지만, 2008년 2대 최대주주로 맥쿼리한국인프라가 등극했다. 맥쿼리한국인프라는 인천공항 매각추진 과정에서 매각주체 0순위로 거론됐던 다국적기업이기도 하다. 또한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우면산터널, 수정산터널 등 국내 다수 사회간접자본에 대주주나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로 알려져 있다.
9호선 운임인상은 시작에 불과...
민자고속철도, KTX민영화 등...‘민영화’ 악몽은 지금부터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번 9호선 운임료 논란이, 이후 분당선을 비롯한 KTX등 전국적인 철도산업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될 현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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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작년 10월 28일 개통한 신분당선 역시 최초 민간제안 철도사업이다. 강남에서 양재와 판교를 거쳐 분당 정자역까지 18Km의 6구간으로 운행된다. 운행요금은 10Km운행 당 기본요금이 1,600원이며, 10Km가 넘으면 5Km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이는 일반 지하철 요금보다 550원이 비싼 금액이다.
신분당선 개통 당시, 높은 운임에도 별 다른 여론이 없었던 것은 9호선과는 다르게 최소운영 수익보장방침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적자보존 예산을 받지 않고 있지만, 그 만큼 운임료 인상이 보다 수월하다. 박 연구위원은 “신분당선이 운임료 인상을 예고하게 되는 것을 필연적”이라며 “특히 국토부와 새누리당 정책담당자들은 운임결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고, 운임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KTX민영화 계획 역시 속도를 내면서, 민영화의 악몽은 전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벌 특혜 논란을 우려해 총선 이후로 민영화 일정을 미뤄 온 정부는, 총선에서 사실상 승리함에 따라 발빠르게 민영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달 초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총선직후로 공고를 미룬 만큼 입찰공고를 낼 것”이라며 “민간사업자들의 참여 요건을 담은 KTX민영화 사업제안서(RFP)공고를 4월 말 확정해 발표하고, 늦어도 7월까지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권 개방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제안서에는 민자사업에 따른 요금인하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요금 인하율 조건을 2월 초 발표한 초안보다 5%정도 늘어난 15%선으로 책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외국의 사례에서 민영화 이후 요금이 떨어진 곳은 없는 만큼, KTX역시 상징적으로 초기에는 요금이 내릴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폭 오르게 될 것”이라며 “특히 KTX의 경우도 9호선과 똑같은 구조지만, 전 국민적인 네트워크인 KTX를 민간사업자에 넘기는 셈이어서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