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성남시장 선거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미희 구 민주노동당 후보(현 통합진보당 성남중원 당선자)가 출마했으며, 이후 야권연대 합의를 이뤄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김미희 당선자 쪽은 특혜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시장은 “후보 통합으로 민노당에 대한 배려야 해야 했지만 이 사업과 관계가 없다. 민노당 쪽에서는 얻은 것 없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양보해 오히려 불평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협약을 맺거나 잘못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의혹이 제기된 업체는 성남시 분당구 수내2.3동, 정자3동, 금곡동 일대에서 생활쓰레기를 수거하는 민간위탁 업체 (주)나눔환경이다. 나눔환경은 민간위탁 선정 당시 성남시 모집 기준에 따라 시민주주기업으로 공모해 선정됐다. 나눔환경은 지난해 6월 3일 예비 사회적 기업 공모에도 참여해 선정됐다.
▲ 나눔환경 시무식(경기도 제공), 가운데가 한용진, 맨 오른쪽 최근호, 그 옆 정형주, 뒤에 송호수 본부장 |
나눔환경, 성남시 민간위탁 모집 기준 미리 알았나
당시 성남시 민간위탁 업체로 선정된 업체들의 등기를 비교한 결과 나눔환경은 ‘민간위탁 운영업체 선정 기준’이 담긴 모집 공고가 나가기 전에 회사를 미리 설립했다. 반면 민간위탁에 선정된 다른 청소용역 업체들은 모집 공고가 나간 이후에야 설립등기를 마쳤다. 성남시가 내세운 민간위탁 자격조건은 시민주주기업 형태의 사회적 기업으로 주주 20인 이상 중 성남시민이 70% 이상 참가해야 한다는 것. 소유지분은 1인 주주 또는 조합원 지분이 20% 이내가 되어야 한다. 나눔환경의 주주는 50명으로 다른 업체보다 두 배가 많았으며, 50명 중 성남시민은 48명이었다.
경기도 지역 환경미화원들이 가입한 민주연합노조의 김인수 정책국장은 나눔환경 설립 시기를 두고 “나눔환경에 대한 특혜 정황이 보인다”며 “특혜 없이 정상적인 공모를 한 업체들은 성남시 공고가 나간 이후에 설립했지만, 나눔환경은 공고 9일 전에 등기를 마쳤다.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나눔환경이 미리 모집 기준을 알고 회사를 설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나눔환경을 위탁업체로 선정한 2011년 1월 25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가로청소업 민간위탁 신규허가 공개모집 적격심사위원회’ 회의도 의혹이 엿보인다. 당시 위원회는 회의 개최 선언 직후, 위원회 평가 내용과 선정위원 명단 공개여부를 논의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사업계획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으며 별도의 회의자료도 내지 않았다. <참세상>이 확보한 회의록엔 회의 진행 순서만 담겨 있고, 참석 위원의 이름이나 회의 내용은 모두 삭제돼 있다.
“사회적 기업, (당권파가) 시에서 받았다” 주장도 제기
나눔환경이, 김미희 당선자가 이재명 시장직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얻어낸 약속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월 27일 비당권파들의 4.11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도록 선거기간엔 이런 말을 자제해 왔지만, 소위 사회적 기업을 (당권파가) 성남시에서 받았다. 김미희 위원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문제가 제기된) 당시 제가 성남시 최고위층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정동의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통합진보당 비주류 세력과 당 비례대표 선거에 후보를 출마한 산별 연맹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애초 김인수 민주연합노조 정책국장은 2011년 6월께 뉴스를 통해 청소용역업체가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접한 후 나눔환경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당시 김인수 국장과 노조 지도부는 나눔환경에 민주노총과 당에서 활동하는 당권파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사회적 기업으로 세탁한 나눔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이정희 전 대표는 지도부의 면담 요청을 3개월 동안 받아주지 않았다.
구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해당 노조가 민간위탁을 사회적 기업으로 받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권파들이 문제를 덮어버렸다”며 “일부 공동정부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야무야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당시 당내 처리 과정을 전했다.
이런 야권단일화 대가 의혹을 두고 김미희 당선자의 한 보좌관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김미희 당선자를 음해하려는 얘기”라며 “야권연대가 정치적 협상인데 거기에 청소용역업체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겠느냐”고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참세상>은 이 보좌관에게 “인수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용역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김 당선자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인수위원장의 역할은 그런 역할이 아니다. 이권을 이재명 시장과 나눴다는 주장인데 해명할 가치도 못 느낀다”며 전화를 끊었다. <참세상>은 김 당선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한용진 나눔환경 대표이사도 <참세상>의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이재명 시장은 “청소용역업에 대한 사회적 기업은 새로 발굴한 아이템”이라며 “시민주주기업들을 통해 소유가 분산된 기업으로 만들자는 게 취지였으며 가장 먼저 사업을 하자고 한 것은 가장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이어 “청소용역 분야는 근로자의 처우만 개선하면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다”며 “시민주주기업은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돈을 남기려는 사람은 하지 않는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특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경기동부연합 인맥으로 얽힌 성남시장 인수위원들, 나눔환경 요직
한용진 대표이사, 5.4 전국위 파행 당시 당권파 쪽 참관인 사이에 모습 드러내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나눔환경이 인수위 시절 야권단일화 사후 대가성이라는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은 나눔환경 이사진의 면면 때문이다.
2010년 6월 8일 이재명 시장 당선자는 성남시장직 인수위원회인 ‘시민행복위원회’ 인수위원장 직을 김미희 현 당선자에게 맡겼다.
당시 인수위원회에 참가한 민주노동당 측 인사는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인수위 대변인), 김영욱 전 진보정치 연구소 부소장, 한용진 현 나눔환경 사장(인수위원), 이용대 민노당 전 정책위 의장 등이다. 또한 나눔환경 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호수(전 민주노동당 경기중부협의회 노동위원장)씨와 이사로 등재된 박효주 씨가 자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추행 전력으로 성남중원 후보에서 사퇴한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를 비롯해 대부분 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무엇보다 한용진 나눔환경 대표이사는 용인 외대 84학번으로 김미희 당선자가 활동한 성남지역 청년단체 터사랑청년회 출신이며, 민주주의 민족통일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을 지낸 바 있다.
한용진 대표는 2000년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을 맡던 중 억울하게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한 대표는 당시 재판에서 “이석기(현 통합진보당 비례 2번 당선자) 선배와 유난히 가깝게 지냈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석기 당선자는 용인외대 82학번이다.
한용진 대표이사는 2008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면서 광우병 촛불 상황실장으로 수배됐다 풀려난 전력으로 꽤 유명한 진보활동가 였다. 그는 2009년 용산참사 범대위에서도 한국진보연대 대협위원장 자격으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다. 용산 범대위 활동 도중 사라진 한 대표이사는 2010년 인수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운 사실은 한용진 대표이사가 지난 5월 4일 당권파 쪽 당원들의 실력행사로 중단된 전국운영위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당시 한 대표이사는 당권파 쪽 참관인들 사이에 섞여 실력행사에 직접 나서진 않고, 당권파의 핵심 실세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 지난 5.4 전국위 파행 직후 회의장 밖으로 나온 한용진 대표이사. (맨 오른쪽) |
경기동부 실세 거론되는 정형주 전 경기도당 위원장도 나눔환경 이사
나눔환경에 관여된 인물 중 경기동부연합의 또 다른 실세로 알려진 인사는 김미희 당선자의 선거대책본부장과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등을 맡았던 정형주 전 경기도당 위원장이다. <참세상>이 나눔환경 주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형주 전 위원장을 나눔환경 이사로 알고 있었다. 이 주민은 “정형주 이사가 일주일에 2-3일 정도 출근한다”고 전했다.
나눔환경 등기 설립당시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장 팀장 격인 본부장으로 재직 중인 송호수 성남시장직 인수위원도 당권파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송호수 본부장은 2004년 민주노동당 경기중부협의회 노동위원장을 맡았으며, 이석기 당선자가 대표로 있던 CNP 전략그룹의 사내이사로 등재된 적도 있다.
윤용배 사내이사는 용인 외대 86학번으로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작년까지도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2011년 진보대통합 논의 과정에도 모습을 보였다.
나눔환경 등기부 등본에서 교체가 됐지만 설립당시 이름을 올렸던 인사들 중에는 최근호 전 민중연대 자주평화 위원장이 있다. 최근호 전 위원장은 지난 1차 중앙위원회에가 끝나고 성남 당원들이 대절한 관광버스에 김미희 당선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올라탔다.
이재명 성남시장 일문일답
Q: 김미희 당선자와 후보단일화 이후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 특혜를 주기로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 전혀 사실이 아니다. 뭔가를 해주기로 하고 후보를 단일화했다면 선거법 위반이다. 특히 이권이 개입된 사업은 협의 내용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후보매수로 당선 무효 형이 될 것이다. 협약을 맺지도 않았고, 잘못한 것이 없다.
Q:취임이후 청소용역부분에 대한 사회적 기업 선정을 가장 먼저 서두른 이유는?
- 당시는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고, 사회적 기업이 관심을 받는 시기였으며, 중앙정부의 주요 정책사업이기도 했다. 성남시에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후보 단일화 때문은 아니다.
청소용역업에 대한 사회적 기업은 새로 발굴한 아이템이다. 시민주주기업들을 통해 소유가 분산된 기업으로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가장 먼저 하자고 한 것은 가장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청소용역 분야는 근로자의 처우만 개선하면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또 당시에 홍익대 청소근로자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으며, 청소용역은 집회도 많이 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를 해결해보자고 한 것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Q: 직접 들었다는 분도 계시다. 그분과의 관계는
- 알지도 못하고, 그 사람이 나한테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도 할 생각이 있다.
Q: 나눔환경 선정 절차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나
- 몇 군데 경합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시장에게는 관련업체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느 업체나 이름을 가리고 심사를 하는 것이 정석이다. 나눔환경 선정 과정에서는 당시 검찰 수사도 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은 없었다.
Q: 인수위원회와 나눔환경에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많은데 이유는
-민주노동당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개인적 인연이 있어서 했다면 비리 행위다. 동부연합 관계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그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사업하고 맞아 떨어진다. 시민주주기업은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돈을 남기려는 사람은 하지 않는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또 대신에 아무 때나 회계장부를 볼 수 있도록 했고, 위탁계약도 1년씩 갱신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중간에 계약해지 하면 된다. 청소용역사업을 이권사업으로 참여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다. 인권운동 차원에서 접근을 하고, 노동운동차원에서 접근을 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겹친 것 같다.
Q: 나눔환경 대표와의 관계는
-옛날에 1997년 쯤 시민운동을 같이 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인수위때 다시 만났다. 취임 초기 공동정부때 김미희의원 쪽에서 추전을 한 사람이다. 내가 선정한 사람은 아니다.
Q: 기타 할 말이 있다면
- 당시 민노당은 후보를 포기한 것이었다. 후보 통합으로 민노당에 대한 배려야 해야 했지만 이 사업과는 관계는 없다. 정책협의회도 못 만들었다. 민노당 쪽에서는 얻은 것 없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양보했다. 오히려 불평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시민운동과 정치운동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협조할 때는 하지만 갈등관계도 많고, 부딪칠 때도 많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참세상-서울신문 합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