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는 끝났다.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이제 상복을 벗겠다. 추모에서 멈추지 않고 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공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도 더 이상 애도와 슬픔에서 멈추지 않고 싸워 나갈 것이라며 “죽음에게 죽음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 대책위원회’ 개최로 열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회’에는 4천여 명의 시민이 모여 ‘쌍용차 해고자 복직’, ‘정리해고 철폐’의 구호를 외쳤다. 범국민대회 무대 앞에는 희생된 22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을 상징하는 22개의 관이 놓여있었다. 그 관에는 저마다 정리해고 철폐와, 해고자 복직의 염원이 새겨져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각계의 인사들도 쌍용차 문제 해결과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는 호소를 이어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쌍용차 노동자의 죽음은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하면서 “죄인된 심정으로 부탁한다. 힘들 땐 금속노조에, 민주노총에 전화를 걸라. 제발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 이기자”고 말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도 “언론노조가 파업과 해고, 가압류 등을 통해 깨달은 것은 우리가 돌아갈 곳은 막연한 국민이 아니라 노동자이며,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도 막연한 진실이 아니라 노동자의 진실이라는 것”이라면서 “파업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얻은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오늘도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동 화백과 최헌국 목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낭독한 결의문은 “쌍용자동차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은 학술, 법조인권, 문화예술, 종교, 여성, 청년학생, 노농빈 등 각계가 연대하는 범국민적 투쟁의 물결로 바뀔 것”을 천명했다.
결의문은 또 △쌍용차 해고자복직 즉각 실시 △살인진압 책임자 즉각 처벌 △회계조작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 명예회복과 배상대책 수립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의 5대 사회적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범대위는 쌍용차 파업돌입 3주년인 5월 22일 청와대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또 쌍용차 문제해결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범대위는 또 6월 16일을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 행동의 날’로 선포하고, 7월엔 전국 각 지역의 결의대회와 범국민대회에 8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서울역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애초 이 날 행진은 불허됐었지만, 법원이 주최 측의 행정중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가능해졌다. 행진은 대한문 앞 분향소까지 이어져 추모집회가 시작됐지만, 경찰은 관을 들고 걷는 행진과 집회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해산명령을 방송했다. 그러나 별다른 마찰없이 집회와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7시 경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