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열사정신의 뜻 “투쟁 결의해 달라”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열려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함께 이제 이소선 어머니가 함께 한 자리에 수백명의 민중들이 6.10항쟁과 민족민주 열사들의 뜻을 기리며 함께 섰다.

10일 오후 서울 광장에서는 21주년을 맞은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진행됐다. 정희성 민족민주열사희생자범국민추모제 집행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추모제는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범국민 공동주간행사로 진행됐으며, 죽어간 열사와 희생자들을 기리고 투쟁과 연대의 의지를 다지자는 호소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이강실 추모제 상임행사위원장은 “이 순간 열사들 앞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고 말문을 연 후 “얼마나 더 많은 피를 흘려야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는가”라고 탄식하고 “지난 1년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에, 한미FTA로 농민들은 농약을 먹고 그리고 학생들도 죽음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고 학살이 자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좌절하고 있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쓰러지면 민주주의도 쓰러진다”며 “저 잔악한 자본독재에 맞서 우리의 미래를 살리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박중기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의 명예의장은 민중이 쓰라린 고통을 감내하며 역사를 일으켜 왔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공안탄압, 수직관계 복원 그리고 역사왜곡을 자행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정권은 천안암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긴장을 조성하고자 했고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죽음과 함께 1천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신이 되살아 나 야만의 흉계가 벌어지고 있다”며 “왜곡된 민중사를 바로잡고 민중의 미래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함세웅 6월항쟁25주년기념행사국민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6월 정신으로 쌍용의 22명의 희생자, 한진중공업 투쟁, 제주강정마을 투쟁을 생각하자”며 “열사추모정신은 그분들의 뜻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추모시를 낭독한 송경동 시인은 “열사들을 추모하는 시를 낭독한다는 것이 죄스럽다”고 말문을 연 뒤 “여기 시청 앞에는 1600일이 넘게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있고 맞은 편 대한문 앞에는 이름없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22분의 분향소”가 있다고 전하고 “오늘 이 자리는 투쟁과 연대를 결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며 “투쟁을 결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수많은 우리의 양심들에게 6월 16일 다시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연대의 자리를 함께 만들자고 호소한다”며 “야만의 세상에 민중의 씨앗과 계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저는 아직도 희망버스로 인해 재판 중이지만 다시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개인적인 의지를 밝혔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선’과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은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에 이어 준비한 투쟁공연을 진행했다. 추모공연에서 ‘시선’은 “특히 몸으로 장애생존권을 위해 투쟁한 12분의 장애해방열사를 마음에 되새긴다”며 “명동성당에서 수차례 장애인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셨던 최옥란 열사, 장애인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신 정태수 열사, 거리의 턱을 없애 달라며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웠던 김순석 열사, 활동보조인 제도를 위해 싸우신 우동민 열사 외 8분”을 한분 한분을 추모했다. 함께 무대에 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나 또한 비정규직 해고자이다”라고 밝히고 “함께 살자는 마음으로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이후 배은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장은 “애초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도록 추모제를 통해 경고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밝히고 “더 이상 사람들이 죽지 않고 죽을 힘으로 살아서 같이 싸우기를 원했지만 당시 보다 두 배, 세 배, 네 배, 다섯 배 많은 노동자농민들이 죽어서 여기 영정이 돼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정치인들에 대해 “더 이상 죽이지 말고 국민을 위해 정치할 것을 이 자리에서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히는 한편 “우리는 우리가 지키자고 모두에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추모제 마지막에는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양윤모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대책위원회, 유명자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이 함께 투쟁결의문을 낭독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23번째 희생자가 없도록 투쟁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16일 그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책위의 양윤모는 세계의 평화는 강정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제주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참여자들은 민족민주열사 앞에 분향과 헌화를 하며 추모제를 마무리하고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민중올레를 시작했다. 민중올레는 시청광장, 재능교육, 삼성 구 본관, 대한문, 청운동사무소를 지나 대한문 농성장으로 이어지며 참가자들은 여기서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