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민영화’도 코 앞에...KTX, 의료민영화 이어 민영화 돌풍

6차 전력산업계획 앞두고 민영화 본격 진입...“참혹한 결과 낳을 것”

지하철 9호선과 KTX, 의료민영화 등 ‘민영화’ 바람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전력산업 민영화’ 돌풍 역시 또 한 번 한국사회를 강타할 분위기다.

올해 2012년은 6차 전력산업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해다. 지난 2010년 진행된 5차 전력산업수급기본계획은 복합화력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기북부 민자발전 시장이 전면 허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자 최초의 석탄화력 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정부는 오는 6차 계획에서 5차 계획보다 더욱 확대된 민간자본의 전력산업 건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9.15 전력공급 중단사태 이후 전력예비율이 낮아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전력산업 민영화 10년 동안, 전력설비의 위험성 가중, 전력공급 안정성 훼손, 민간자본의 높은 수익률 등의 폐해가 나타난 만큼, 전문가들은 전력산업 민영화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6차 계획이 실질적인 전력산업 ‘민영화’ 진입을 예고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정부의 전력산업 민영화...민자발전 수익 확대, 설비 위험 노출

작년 9월 15일, 한국사회에 최초라고 볼만 한 전력공급 중단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수립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5차 계획보다 확대된 발전소 증설계획을 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전력산업은 2년 단위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해 전력수급의 기본뱡향과 장기전망, 전력설비 건설계획, 전력수요관리 등의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6차 기본계획이 사실상 전력산업 민영화 수순으로 들어설 것이 예견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12일, 민자발전 시장 확대와 관련한 워킹페이퍼 ‘전력산업 민영화 현황: 민자발전 시장의 급성장’을 발표하고, 민자발전 시상 확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력과 가스 등 필수공공재인 에너지 산업의 민간확대 방식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전력과 가스는 이용자인 국민이 선택할 가능성조차 없는 일방향의 공공재이며, 대체재도 없는 만큼,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지하철이나 철도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작년 9월 발생한 전력공급 중단 사태가 사실상 전력민영화 정책의 부작용에 따른 것임에도, 정부가 전력민영화를 확대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전력공급 중단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급격히 잦아진 발전설비 고장사태, 계획예비 정비기간 등에 대한 통제 불능, 수요와 공급예측의 불일치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영화 도입 10년간, 민간자본의 경쟁 속에서 발전회사들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 유지보수 등을 등한시 해 왔다는 비판이 일었다. 경쟁평가의 주요 요소가 비용절감이기 때문에 인력축소도 이뤄졌다. 단가를 축소하기 위해 유지, 보수 등의 분야를 비정규직과, 2차 하청까지 도입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전력거래의 입찰에 응하기 위해 설비를 무리하게 돌린 문제도 있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지난 10여년이 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민영화의 결과 전력설비는 위험에 노출됐고, 전력공급의 안정성 역시 상당히 훼손됐으며, 해당 노동자들의 정서적, 심리적 위출도 만만치 않다”며 “다만 민자발전은 높은 수익을 거두며 민영화의 수혜를 향유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자발전회사는 우월한 계약 조건을 가지고,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 포스코와 GS, SK, 100% 중국계 자본인 MPC는 주요 6대 민자발전 회사다. 이들 대부분은 1996년 이후, 민자발전 확대 계획으로 진입 허용을 받은 후, 전력산업 민영화 과정에서의 특혜, 가스산업의 우회적 민영화인 직도입을 통한 수혜를 받으며 이익을 창출해 왔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들 6개 민자발전 회사가 작년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5,600억 가량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사실상 ‘특혜’ 내지는 ‘수혜’적 계약인 PPA와 SMP 등으로 손해 가능성 없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PPA는 실 발전 전력량에 대해 원재료비를 고스란히 반영해주는 계약이며, SMP는 전력거래 입찰 시점에서 다른 발전소에 비해 연료비가 낮더라도 최종 입찰 시점에서 연료비가 가장 높은 발전회사의 공급비용을 적용해주는 계약 방식이다.

송유나 연구위원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가스산업구조개편 추진에 따른 손실 비용이 17조 6천억 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 손실 비용은 국민적, 사회적 손실에 해당한다”며 “가스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민간기업에게 특혜를 주지 않고 가스공사를 통한 공공적 가스산업 정책을 유지했더라면, 그 만큼의 수익은 요금 인하 등으로 귀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6차 계획, 실질적인 ‘민영화’ 계획

오는 6차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전력산업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민자발전회사는 6차 계획에 확정설비 및 평가설비로 포함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릉, 삼척, 동해, 고흥, 광양, 해남, 당진 등 전국 곳곳에서는 부지선정, 주민동의, 지자체와의 MOU체결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민자기업이 해당 지자체를 파트너로 하여, 기존의 공기업인 발전자회사가 오히려 하위파트너로 인입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자본의 적극적인 PF가 결합하면서, 각 지역을 경합지역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산업이 민영화되고 민간 회사가 들어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오롯이 그 회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전국 30여개의 도시가스 회사가 지역독점 민간회사라는 사실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기본 생활 영위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공공 서비스에 민간자본이 진출해,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 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키고 공급안정을 위협하면 국민들은 대책 없이 당해야 할 조건”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민영화된 발전 부문은 전체 설비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민자발전 건설의지가 상당부분 반영된다면, 민영화된 발전 영역을 전체 발전 부분의 1/3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견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둘러싼 민자발전 건설계획의 특징은 기존 계획과 달리 상당히 거대화, 대형화 되었다는 점”이라며 “민간자본의 전력산업에 대한 진입양상이 민자발전 시장에 대한 공략으로 본격적으로 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차 민자발전 건설계획은 복합화력 중심의 건설계획이 아닌, 석탄화력을 중심으로 복합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복합에너지 지역단지 조성 등으로 사업규모가 확장됐다. 보통 3~4조에서 8조원 대에 이르는 계획이 제출되고 있다.

또한 송 연구위원은 “6차 계획 결과에 따라 전력산업의 공공적 소유, 운영 지형이 상당부분 바뀔수 있다”며 “우선 기존의 4대 메이저, 6개 발전회사 체제에서 더욱 다양화 된 기업으로 민자발전회사의 주인이 바뀌게 되며,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 상 민자발전 회사의 수익성이 훨씬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민자발전 시장의 참여는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4~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기존 민자발전 회사인 4대 메이저외에도, STX,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동부그룹 등의 건설자본을 중심으로 한 민자발전 참여 회사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한편 이 같은 전력산업 민영화와 관련해 송 연구위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10년이 경과한 지금, 끊임없는 발전설비의 고장, 트립, 정지사고에 이어 인명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적자를 빌미로 한 한전의 요금인상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며 “전력산업의 재통합을 통해 한국의 전력산업을 합리적이고 공공적 체계로 전환해야 하며, 민영화를 위해 설치한 전력거래소와 전력거래 시스템을 폐지하고 계통의 안정성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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