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마다 ‘복지논쟁’, 행복한 삶 보장할까

“복지담론 정치적 수사” vs ”복지체험 필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초전이 뜨겁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놓았고,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내놓았다. 4.11총선 몇 개월 전 펼쳐진 ‘복지논쟁’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이 “선거 전후로 복지논쟁이 펼쳐졌지만, 공천이 시작되면서 복지이야기는 사라졌다”고 말한 것처럼 총선을 거치며 묻혔던 ‘복지’가 정치권에서 다시 등장했다.


왜 정치권은 이토록 복지에 공을 들일까. 공을 들이는 만큼 실제로 복지는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6월 29일 오후 7시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에서 반빈곤네트워크가 주관하고 영남대통일문제연구소 등이 주최한 ‘복지국가를 넘어 대안적 복지전략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정치인들의 복지 깃발 쟁탈전의 실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선거철 복지정책 반짝, “복지담론 정치적 수사”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제갈현숙 실장은 “(총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 진보적인 성향의 정당은 다 통합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통합진보당은 적으로 간주했던 유시민 세력과 복지를 매개로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좋게 평가하자면 범 진보연대의 차이점을 공통의 요소로 묶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굉장히 차이점이 큰 사람들이 ‘복지’라는 어젠다만을 가지고 한군데로 모였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제갈 실장의 말처럼 총선 시기에 복지논쟁은 홍수를 이뤘지만 그 홍수 속에서도 복지정책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 채 쟁점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제갈 실장은 “(복지가) 선거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면서 계급, 계층의 요구는 묻혀버렸다 ”며 “실제로 복지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선거 수사로 활용됐다”고 정치권의 복지담론을 비판했다.

제갈현숙 실장은 무상급식을 예로 들며 “(복지담론이) 한국의 보수진영을 현대화하고 일반적 시민의식을 향상하는데 기여한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계급 갈등의 요소라든가, 차상위계층과 수급자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며 복지담론의 허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대립 속에 소득이나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삶은 복지담론 이후 더 힘든 처지에 놓였다. 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탈락, 삭감자 급증, 노숙인 강제철거 등 이후 지속적으로 보인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그는 복지논쟁이 노동을 외면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매년 국민연금 장기추계계산을 한다. 그리고 국민은 국민연금 재정적자에 겁먹는다. 이에 대해 제갈 실장은 “장기추계계산은 좋게 나오기가 어렵다. 외적 변수, 고령화 지수 높아지고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없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가 아니라 출산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재정운영을 어떻게 전환할 것이며 노동시장을 어떻게 확대하는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제갈 실장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무상보육 시행하면서 국가 차원의 서비스는 확대되는데 이 때문에 지자체는 다른 복지예산을 편성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시설원장 입장에서는 좋다. 대신 선생님들이 죽어난다. 모든 돌봄서비스의 이용자들을 개인이 공급하는 시장구조로 모으기 위해 경쟁한다”며 “2~30대 취업률은 떨어지고 4~50대 주부들이 7-80만원 일자리로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국민은 국민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데, 어떤 국민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노동자 대우도 못 받는 현실이 복지국가일까”라는 그의 지적은 날카롭게 다가온다.

“당사자의 권리로부터 복지 제기돼야” vs
“복지논쟁 속에서 대중적인 복지체험 필요해”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그렇다면 대안을 뭘까. 제갈현숙 실장은 “선거 때만 하는 상층중심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체들의 운동”을 강조했다. 복지논쟁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무상급식은 2000년대 초반부터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운동진영이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최근 복지정책이 정치공학적인 수사로 그친다. 장애인, 빈민, 노숙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노동자, 빈곤당사자의 삶의 권리로부터 출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복지담론 접근은 한계일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실업의 문제처럼 노동의 문제와 함께 제기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노동중심을 강조하는데 동의한다”고 밝히며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겠지만, 무상급식과 같은 대중적인 복지체험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은 처장은 “현재 노조조직률, 정당의 낮은 사회적 영향력 가운데서는 복지국가를 넘어서 무언가 하기보다 이 논쟁 가운데 적극적인 실천을 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제갈현숙 실장은 “굉장히 많은 장기투쟁사업장의 해고자들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가 없다. 잘해야 고용보험 몇 개월이 전부”라며 “이런 문제를 비롯해 복지국가로 풀 수 없는 문제는 다른 이야기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복지국가 담론이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비판한 것이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복지영역이 재생산영역, 노동자들이 퇴근하고 난 후인 '노동의 영역과 다른 그 무엇'이라는 담론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당사자의 삶에 기반을 둔 요구와 투쟁이 제대로 드러나야 수사적인 복지담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처장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굳어진다. 이것이 더 벌어졌을 때 더는 이런 논쟁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투쟁도 더 힘들어진다”며 “이왕 이렇게 (복지)논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생산적으로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진지한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복지의 영어 ‘welfare’의 어원은 로마제국 당시 ‘시민’들에게 부족한 식량을 제공한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시민에는 노예, 여자, 외국인, 용병 등은 포함돼지 않았다. ‘복지’의 사전적 정의는 행복한 삶이다. 복지'담론'의 홍수가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촉발된 복지담론의 좌표가 궁금해진다. (기사제휴=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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