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와 비정규직 확대 등이 사회적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비정규직법의 부작용을 일정부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노동계와 야당으로부터 ‘정몽구 보호법’, ‘가정파탄 법’ 등의 비난에 시달렸다. 해당 법안이 ‘사내하도급’을 합법화시켜, 종전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무력화 시키려 한다는 비난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11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를 개최하고, 쟁점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를 통해 새누리당은 노동계의 주장을 “사내하도급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잘못된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민주노총은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을 ‘악마의 법안’이라며 직접고용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사내하도급법은 회색지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법”
이번 토론회에는 이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 김기우 한국노총 정책국장,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권혁 부산대 교수, 김동배 인천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비정규직 유형중 하나인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정규직”이라며 “회색지대에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맞는 법안이 필요해 사내하도급법을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은 차별시정을 중심으로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 원사업주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공식적 소통 채널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 돼 있다.
차별시정의 경우,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차별적 처우를 받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원사업주 또는 수급사업주를 상대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종훈 의원은 “원사업주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 및 기타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법안에서는 원사업주와 수급사업주 모두에게 차별을 금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연대책임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 및 근로조건의 유지’와 관련해서는, 원하청이 도급 계약 기간 만료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승계를 의무화 할 것을 명시했다. 아울러 원사업주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공식적 소통채널을 마련해 고충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종훈 의원은 “사내하도급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원사업주가 사내하도급을 굳이 활용하려면 ‘떳떳해져라’는 대명제 하에 원사업주에게 매우 엄격한 차별 금지 책임을 부담시킴으로써 사내하도급의 확산을 막고자 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파견의 합법화를 위한 법안’이라는 노동계와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내하도급법은 적법한 도급관계 하의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라며 “이미 불법 또는 위장도급으로 판단된 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고 직접 고용의무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사내하도급법은 악마의 법안”...직접고용 원칙 요구
반면 토론자로 나선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사내하도급법은 간접고용 양산으로 이어질 ‘악마의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이 파견법과 같은 종속성을 전제하고 있어, 불법파견의 면책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 법안 제4조는 사내하도급 계약에 명시되어야 할 사항으로, 업무의 내용, 근로제공 장소, 대금 및 인건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휴일과 휴가, 연장, 야간, 휴일근무, 안전 및 보건 등의 파견 계약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승철 국장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 기준은 작업배치 결정권, 노동시간 결정권, 근로제공내역과 형태 등이었다”며 “하지만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내용을 새누리당 사내하도급법안에 그대로 적용시킬 경우, 불법파견의 면책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내하도급법안의 주요 내용인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차별시정 비교대상은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한 업무분야 전체를 사내하도급으로 하는 경우, 비교대상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구제가 불가능하다.
이승철 국장은 “이미 기간제법상 차별시정 구제제도의 허점이 드러나 있다”며 “일례로 호텔룸메이드의 경우, 이들을 전부 외주화시켜 비교대상이 없어 차별시정을 할 수 없게 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구제신청제도 역시 현재 비정규직 조직률이 1.9%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용안정 보장 조항의 실효성 논란도 떠올랐다. 현재 ‘일시적인 생산량 조정’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회피하는 경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제시한 ‘특별한 사유’에 ‘생산규모가 줄어들 경우’ 등이 포함될 경우 아무런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승철 국장은 “사내하도급법 제18조의 임금체불 연대책임 조항 역시 이미 근로기준법 44조에 규정된 내용”이라며 “노사협의회의 참여 역시 원청사용자의 사용자 책임을 규정한 대법원 판례를 의미 없게 만드는 후퇴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 국장은 “간접고용 관련한 민주노총의 요구는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또한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원청사용자성 확대와 파견법 철폐, 직업안정법 개정 등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기우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새누리당의 하도급법은 ‘차별시정’이라는 중간단위 규제만 존재하고, 누가 사내하도급 적용 대상인지 걸러주는 입구가 없다”며 “또한 민주통합당의 경우, 사내하도급에 대한 당론 발의가 없는 상황이어서 공식적인 입법 대응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업종, 규모에 따라 도급이 여러 형태로 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사내하도급을 자체 제한하는 법으로 기업에 부담지우는 사례는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은 기업에게 다른 기업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 근로조건 유지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등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하고 고용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