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화성, 성희롱 가해 혐의자 노조 가입 논란

대책위, '노조 가입 철회' 요구

성희롱 혐의를 이유로 노동조합 가입을 거절당했던 노동자가 최근 노동조합 지도부가 바뀐 뒤 다시 신청서를 제출해 가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있다. 이에 해당 사업장에서는 “성폭력 가해자 조합원 가입철회와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구성돼 논란이 된 조합원의 가입철회를 주장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야유회에서 만취한 가해자,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과 거부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8년 4월 당시 회사 주관의 야유회에서 시작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B(남성)씨는 야유회 당시 술이 만취한 상태로 같은 업체에서 근무하는 A(여성)씨에게 다가가 A씨의 팔을 당기며 손으로 등을 여러차례 치는 등 불쾌감을 주었고, 이에 파해자 A씨는 수차례 가해자 B씨에게 행위중단을 요구하며 자리를 옮겼지만 이후에도 B씨는 A씨를 쫓아와 발로 엉덩이를 툭툭 치는 등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한다.

사건 이후 A씨는 B씨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B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고 A씨는 B씨를 피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대로 묻혀지는 듯 했으나 2008년 11월 B씨가 현장관리자인 주임으로 임명되면서 A씨는 B씨를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괴로워하던 A씨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이 사실을 다음 해 직장 동료들에게 털어놓게 됐다.

이후 피해자와 동료들은 가해자의 실명을 실은 홍보물을 만들어 직장 내에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고,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는 등 가해자 B씨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에서는 각각 사실확인이 어렵다는 점과 접수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직장 내 논란이 커지자 사측은 가해자를 직위해제하고 전환배치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사건 홍보물 발행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사건에 관련한 사실을 부인했다.

전환배치 뒤 같은 해 가해자는 노동조합에 가입원서를 제출했지만 피해자와 직장동료들의 반발로 노동조합은 B씨의 가입을 거절했다. 하지만 B씨의 가입을 거절했던 노동조합 지도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 1월이 되자 B씨는 또 다시 노동조합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고 결국 2012년 2월 노동조합은 B씨의 가입을 승인했다.

대책위 구성, 노조가입 철회 요구

뒤늦게 가해자의 가입 소식을 듣게 된 피해자와 동료들은 지난 6월 대책위를 꾸려 노동조합에 항의하며 B씨의 가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가입은 이미 조합의 승인을 받았으며 급여공제로 조합비를 납부해온 상태라 이미 조합원 신분을 취득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 2008년 사건에 대해 B씨는 여전히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책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7월 12일, 대책위는 사건 경과와 요구안이 담긴 선전물을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에게 배포했다. [출처: 뉴스셀]

이에 대해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분회 해고자 윤주형 씨는 “노조측에선 가입철회는 어렵고 B씨에 대한 징계조치를 얘기하고 있지만 과거 전례 상 징계로 인해 조합 탈퇴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한 B씨의 사건은 노조 가입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므로 애초에 조합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징계’가 아닌 ‘가입 철회’가 올바른 조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책위는 B씨의 노동조합 가입 이후 해당 업체의 한 대의원이 B씨를 작업반 대표로 임명하고,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A씨에게 폭언을 하는 등 또 다른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며 해당 대의원을 ‘2차 가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대책위 대표를 맡고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분회 신성원 씨는 “성폭력 사건 이후 제 3자가 의도했던 아니던 피해자에게 고통을 배가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을 ‘2차 가해’라 한다. 이는 곧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고립시키거나 위축시켜 사건을 덮으려는 행위라 볼 수 있다. B씨 역시 노동조합이라는 권력에 숨기위해 또 다시 기회를 노려 노동조합에 가입을 시도한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나선 당사자, 피해를 숨겨야했던 아픔

현재 대책위에는 기아차 비정규직분회, 기아차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 여성주의 사회단체 ‘붉은 몫소리’의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B씨 조합원 가입 즉각 철회 △가해자의 사죄와 반성 △2차 가해 대의원 자진사퇴 △노동조합의 피해자 보호 조치 등위 요구안을 공장 내에 알려가고 있다.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현재 대책위의 활동에 전면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사건에 대해 A씨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당시 야유회 현장에서 나만 B에게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도 발생했었다. 지금 이렇게 사건을 알리고 해결에 나서자 당사자가 나에게 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겁이 나서 감히 나설 생각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너무 늦게 사건을 공개해 제대로 처벌을 시키지 못했는데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피해사례가 얼마나 많겠는가”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어도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라 주장했다.

이어서 피해자는 “사건 이후 B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목격자도 많았는데 B는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 내가 여자고 비정규직이라 이런 대우를 받아도 참아야 하나 생각이 들어 너무나 답답하고 분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한지 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가족에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가정에서 직장 얘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얘기를 꺼낼 수 없다고 했다.

대책위는 1주에 한번 진행하는 업체 안전교육 시간에 들어가 직원들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퇴근시간을 이용해 공장 직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 이 사건을 적극 알려가고 있다. 그리고 모든 현장에는 A씨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내 얘기를 하면서 직접 앞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고 잠도 못잤는데, 함께 싸워주고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생겨나면서 나에게 힘을 줬다. 이번 사건이 잘 해결돼서 더 이상 직장 내에서 나같은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근 1년 4개월의 힘겨운 싸움끝에 성희롱 피해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고 공장으로 복직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또 다시 2차 가해와 사측의 부당한 압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후에도 ‘문제아’ 취급을 당하며 또 다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오랜시간 만연해 온 직장 내 성희롱 문제다.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직장 내 성희롱 논란을 둘러싸고 대책위와 노동조합의 대처가 올바른 사태해결과 대책마련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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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화성분회

    A조합원의 가입을 거절한 집행부는 전전 2009년 20대 집행부이며 기아화성 비정규직분회는 대책위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 김순자

    이런놈을 어떡해 조합에가입이되는지 썩어빠질노동조합 당연히 가입철회는당근이고 앞으로 정신차리고 일잘해개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