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이즈회의를 점령하라”...1천여명 시위

한국정부 대표단은 세계 무대서 국내 에이즈정책 현실 왜곡

에이즈에 대한 정책적 전환을 요구하는 붉은 물결이 24일 미국 워싱턴을 몰아쳤다.

19회 세계에이즈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D.C.에서는 24일(현지 시간) 1천여 명의 성노동자, 의약품 이용자, AIDS 활동가들이 의약품과 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이하 나누리+)와 청소년에이즈 단체가 현지 시위에 함께 했다.

[출처: http://wecanendaids.org]

시위 참여자들은 월스트리트 세금 부과를 통한 에이즈 예방과 감염인에 대한 의료지원서비스 확대, 초국적 제약사 규제와 FTA 중단, 성소수자, 에이즈감염인, 마약사용자, 성노동자에 대한 비범죄화, 에이즈와 재생산 의료에 대한 여성의 의료접근권 허용과 함께 미국정부에 대해 HIV/AIDS 국가 전략 실행 등을 촉구하며 백악관을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우리는 에이즈를 끝낼 수 있다”는 구호 아래 특히 에이즈감염인에 대한 지원을 상징하는 붉은 색 우산과 리본을 들고 의약품과 성노동에 대한 차별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성노동자들은 시위 중 자신들에 대한 마냥 사냥 중단을 요구하며 “성 노동은 노동이다”라고 외쳤다. “(에이즈에 대한) 오명이 병을 퍼지도록 하고 있다”고 시위에 참가한 한 사람은 말했다.

[출처: @AIDSHealthcare]

시위 참여자들은 워싱턴 중심에 위치한 상업지역을 지나며 춤을 추며 벨을 울리고 표지판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진행했으며 시위 중 십여명의 활동가가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또한 행사 중 이번 회의를 개최한 미국정부가 성노동자와 의약품 이용자의 행사 참석을 제한한 것에 항의하며 공식회의를 중단시키는 등 적극적인 시위행동을 펴기도 했다.

23일에는 활동가들이 힐러리 클링턴 미국 국무장관의 세계에이즈회의 공식행사 발언 중 미국 정부가 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권을 침해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회의 단상을 점거하고 협정 중단을 요구했다.

[출처: http://treatpeopleright.org]

미국에서는 전국간호사연합, 의료접근권프로젝트, 전국민중연합, 보건학생연합 등 단체들과 함께 ‘어큐파이 운동’ 참여자들도 시위에 연대했다.

[출처: @AIDSHealthcare]

19회를 맞은 이번 세계에이즈회의는 지난 22일 시작했고 일주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2년마다 진행되는 이번 회의는 22년 만에 다시 미국에서 개최됐으며 여기에 보건 전문가, 과학자, 단체 및 정부 관계자 등 2만 여명이 1천개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권미란 나누리+ 활동가는 25일 이번 시위에 대해 “세계 에이즈 및 의약접근권 관련 활동가들은 회의가 열릴 때마다 당시 가장 절박한 요구들을 표현해 왔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하는 인도-EUFTA와 FTA 그리고 현재 11개 국가가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 문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부, 세계 무대서 국내 에이즈정책 현실 왜곡

이러한 세계에이즈회의에 한국정부 대표단 또한 참가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한국 내 에이즈정책의 문제를 세계가 주목하는 곳에서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나누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2일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세계에이즈회의 현장에서 유엔에이즈(UNAIDS)와 공동으로 ‘IV 여행규제: 최근의 발전(HIV Travel Restrictions: Latest Developments)’ 이란 제목의 회의를 열고 2010년 한국정부가 에이즈를 문제로 한 이주민의 출입국 통제 법, 제도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참석한 김봉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한국의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규칙에 HIV감염인 출입국제한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알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덕형 질병예방센터장은 “2010년 1월 1일부터 에이즈를 이유로 재입국 및 거주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 법무부 내부지침을 개정했고, 동년 8월에 노동관련규정에서 입국시 HIV검사요구와 직장배치전 HIV검사요구를 폐지했으며, 동년 11월에는 출입국관리법에서 에이즈관련 출입국제한을 폐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누리+는 “2010년 1월 법무부의 내부지침 개정후부터 지금까지 법무부의 개정내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지금까지 수 차례 법무부에 문의를 하였으나, 법무부의 각 부서별로 혹은 시간차에 따라 이주민에 대한 에이즈검사, 입국, 출국에 대한 설명이 달랐”다며 관계 기관에 질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나누리+는 정부가 출입국관리법에서 에이즈관련 출입국제한을 폐지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법무부에서 구두로 들었을 뿐 그 근거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실상 에이즈검사를 강제하는 제도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를테면 한국 정부는 국가 간 양해각서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대부분 입국 전 에이즈검사를 받도록 해 감염인의 경우 사전에 입국을 제한한다. 예술과 관련된 비자발급 대상자는 HIV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도 관련부처에 따라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또한 결혼동거를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이주자는 에이즈, 성병, 정신 질환에 관한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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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 차별철폐 , 성노동자 , 의약품접근권 , 금융거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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