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야당 환노위 의원들 , ‘특별소위 구성’ 상정...증언대회, 기자회견 등 개최

삼성 직업병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6일 열린 환노위에서 쌍용차 문제와 더불어, 삼성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환노위 차원의 특별소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환노위 소속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은 이번 환노위 회의를 앞두고, 쌍용차와 현대차, 삼성 재벌기업의 현안 등 3가지 노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심 의원과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등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신관에서 ‘삼성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오후 1시 30분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산업재해 인정과 삼성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 환노위에 ‘삼성 직업병 소위원회’ 상정
새누리당 의원 반대로 ‘쌍차, 삼성 특별소위’ 구성 무산


26일 개최된 환노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쌍용차 문제와 삼성반도체 직업병에서 비롯된 산업재해제도 개선 관련한 특별 소위원회 구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미 지난 24일, 환노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영표, 김경협, 은수미, 장하나, 한명숙, 한정애 의원과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새누리당은 절박한 노동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소위 구성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환노위 의원들이 소위구성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소위원회 구성이 무산됐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정확한 현황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를 구성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갈 공산이 크다”며 “환노위 차원에서 인식과 공감이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계륜 환노위 위원장은 이후 여야 간사가 의견을 수렴해 합의안을 위원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논의를 연기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회 환노위 차원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를 주요한 의제로 다루도록 노력할 것이며, 환노위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소위 구성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심 의원은 “삼성이 이제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재발방지 대책까지 임해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이를 여러 방법으로 촉구할 것이며, 삼성과 대화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삼성 직업병 산업재해 인정과, 삼성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은 일하다 아프고 병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기는커녕 거액의 금전으로 산재표기를 유도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산재신청 조차 하지 못하도록 회유해 왔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에도 “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러한 삼성의 기막힌 태도에 장단 맞추듯 산재 불승인을 남발해 왔고 산재인정을 위한 행정소송에까지 삼성을 끌어들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과 기업 측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를 인정할 것 △삼성은 산재인정 방해를 중단할 것 △삼성과 정부는 노동자 시민의 알권리와 참여권을 보장할 것 △정부는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고 직업병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가족, 증언대회 개최
“열악한 노동환경, 삼성의 산재은폐와 회유 계속됐다”


오전 11시부터 개최된 ‘삼성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은 삼성반도체의 노동환경과 실태, 삼성의 산재은폐와 회유, 투병과정,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남발 등이 소개됐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민웅 씨의 아내이자, 기흥공장 퇴직노동자인 정애정 씨는 “수동설비로 작업을 했고, 자동설비 역시 수동식으로 바꿔 사용했으며 설비는 낙후된 제고 설비를 들여와 사용했다”며 “굳이 수동작업을 하는 이유는 빠른 생산성을 위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감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 씨는 “5라인에서 10여 년 근무했지만, 보호도구인 앞치마와 고글, 토시, 고무장갑등은 본 적이 없다”며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생리불순과 유산, 불임, 하혈 등은 흔히 볼수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다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피해자 송창호 씨는 “1년 내내 현장에서는 전기와 납 등의 도금 작업으로 가스와 냄새가 가득차 있었다”며 “한 동료는 아들을 낳았는데 발가락이 없었고, 2명의 여 동기는 원인모를 탈모로 가발을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LCD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진단을 받은 한혜경 씨의 모친 김시녀 씨는 “혜경이의 동료들 역시 생리불순 등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을 감기약 먹듯 했다”며 “회사 주변에는 산부인과가 많은데 이들 병원이 삼성 덕분에 먹고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씨는 “혜경이는 일하던 현장에서 24시간 납 냄새를 맡았지만, 창문도 하나 없었으며 점심시간도 짧아 화장실에서 김밥을 먹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삼성이 산재를 은폐하고, 보상금으로 산재 포기를 회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투병 과정에서 삼성 측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는 대가로 5천 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사표를 쓰고 난 뒤 500만원으로 합의하자고 요구했다”며 “이후에도 2007년에 10억 정도를 해줄테니 사회단체 사람들과 만나지 말라고 회유했으며, 2008년과 2010년 수차례 집을 방문해 회유작업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시녀 씨는 “삼성 직원이 반올림하고 관계를 끊으면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회유했지만, 이는 행정소송 신청을 앞두고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삼성 직원 역시 이를 인정했으며, 삼성이 피해자 가족들을 농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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