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유시설 운영권 매각을 일시 연기했던 공사가 갑작스레 민영화를 재추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올림픽 등 사회 이슈를 틈타 매각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혜논란이 불거져있는 상황에서, “이미 대한항공으로 결론이 나 있다”는 인천공항급유시설(주) 임원의 발언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한항공은 31일, 서둘러 해당 임원을 파면했지만, 국회를 비롯한 여론은 여전히 특혜의혹을 거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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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전경 [출처: 인천공항공사 캡처] |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 강행
“우회적으로 공항 민영화 추진하려는 것”
인천공항 급유시설 운영권 매각은 공사의 입찰공고 게시 이후, 적정가 선정을 거쳐 업체선정 과정을 밟는다. 업체 1, 2, 3순위 중 적격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이 되면 5년 동안 운영권을 가지고 급유시설을 운영하게 되는 구조다. 현재 인천공항 급유시설을 운영 중인 민간업체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운영기간은 오는 13일 종료된다.
급유시설 민영화 논란이 이어지면서, 공사는 지난주 매각을 잠정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0일부터 또 다시 언론매체 등을 통해 매각 강행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 지부장은 “이번 주에 올림픽도 있고 걸그룹 왕따 사건도 있으니 반대여론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8월 13일에 현재 운영업체의 법인이 청산되니까 그 전에 입찰을 진행해서 민간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운영권 민간위탁이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조성덕 지부장은 1일, SBS라디오 [김소원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눈에 띄지 않는 시설부터 민간에 넘겨서 우회적으로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람으로 치자면 손발부터 마비되어 결국 몸통전체가 마비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천공항 내의 14개의 시설의 소유권, 운영권 이양이 순차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급유시설 운영권의 최초 매각은 이후 이들 시설에 대한 순차적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공항 급유시설을 모두 공사가 운영하는 상황이어서, 인천공항의 최초 급유시설 매각은 궁극적으로 공항민영화를 위한 수순 밟기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조 지부장은 “총 6개 공항급유시설 중, 김포는 공사가 직접 건설, 운영하며 대구, 무안, 양양 공항과 같은 경우 정부가 건설한 후 공사가 인수한 공공선설이고, 김해와 제주공항은 민자 사용기간 만료 후 공사가 인수해서 직영운영하고 있다”며 “결국 지금 인천공항 급유시설이 민간에 넘어가게 되면 첫 사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기업 ‘특혜’논란 여전해...노동자 고용승계 논란도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알짜배기 시설’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 연 평균 매출액이 약 227억 원 이며, 영업이익은 79억 원, 매년 현금 수입은 연 평균 약 171억 원에 달한다.
알짜배기 시설에 대한 정부의 매각 강행이 이어지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논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인천공항급유시설(주)의 임원이 직원들을 상대로 “이미 대한항공으로 결론이 나 있다”는 발언을 해 파면을 당하기도 했다.
조 지부장은 “대한항공이 사실상 사업을 따오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급유시설의 임원이 했다는 것은, 결국 현재 대주주인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의혹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인천공항 내에는 특정 재벌기업이 급유시설을 포함 해 14개 공항 내 시설에 계열사를 통하거나 직접 대주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급유시설을 시작으로 특정 기업에 운영권이 넘어간다면, 특정재벌기업이 운영권 대부분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민간매각의 이유로 ‘효율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간 민간기업의 부당이익과 부정 등으로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강용규 인천공항공사노조 위원장은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10년 동안 정부를 속여서 160억이나 추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자기 계열사 회장님을 등기이사로 하고 출근도 하지 않았지만 10년 동안 연봉을 1억 5천만 원 씩 계속 지급해 왔다”며 “또한 투자시설을 소홀히 해서 항공유가 유출되고, 산하기관 지침을 어겨가면서 차별적으로 항공유를 파는 등 부정하고 부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렇게 민간에 줘서 피해가 많았는데 아무것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쪽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인천공항 매각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도 정치적 게이트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간위탁으로, 기존 고용됐던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역시 불명확한 상황이다. 조성덕 지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급유시설은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주식회사에서 관리, 운영돼 왔으며, 약 40명의 직원이 있다”며 “관리 운영 시한이 만료되는 8월 13일 이후에 민간에 위탁된다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