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방문, 일본왕의 국내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과, 위안부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임기 내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뿐 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충격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
반 이명박 정서와 반일 감정 섞인 친일 딱지 떼어내려 해
애초 이명박 정부는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을 비공개로 추진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반 이명박 정서와 반일 감정이 연계되며 심각하게 달아오른 논란으로 인해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은 결국 연기돼야 했다.
이 같은 논란을 낳았던 이명박 정부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독도를 기습적으로 방문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거론한 것은 광복절을 기회로 자신의 친일 딱지를 떼어내고 국내 이슈를 주도하려 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덩달아 대선 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던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은 잠잠해졌다.
16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김호섭 교수(중앙대 국제정치학과, 한국정치학회 회장)는 전반적인 일본 사회의 반응에 대해 “첫번째로 일본의 반응이 당황해 하는 것 같다”며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기조가 실용외교였고, 대통령이 비지니스경영을 하시면서 일본을 잘 아는 대통령으로 일본은 판단했다. 4년 반까지는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고 판단해 왔었는데 갑자기 과거사 문제 혹은 독도 문제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굉장히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단은 당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독도가 한일간 분쟁지역이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이번에 대통령께서 독도방문을 했다고 해서 이것이 국제분쟁을 지역화 했다고는 보지 않”고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결과를 나을 수 있지만 이를 일본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국내외적인 파장, 손익계산을 충분히 하면서 행동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도 13일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한국의 대일정책은 서로 다른 정책이라며 이로 인해 한국의 대일외교 기본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우위다우)에 홍콩 시위대 14명 진입하며 중일간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대가 상륙 후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오게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중간 갈등, 소비세 인상으로 궁지에 몰린 일본 민주당에게는 호기?
이러한 사건들은 일본 사회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지만 한중의 이러한 반일 정서와 행동들이 일본 정치계에 불리하지는 않은 모양새다.
최근 자민당에 조기총선을 약속하며 강행한 소비세 인상으로 수세에 빠진 일본 민주당에게는 한중일 간의 갈등이 오히려 호기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본 우익의 부상과 한중의 과거사 및 대일 관련 발언과 행동에 대한 민주당의 발빠른 대응으로 최근 소비세 인상 등으로 확산된 반 민주당 여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또한 일본 우익단체들의 도로 점거, 비판 집회 등 반발이 확산된 가운데 일본정부는 우익 흐름에 편승하며 대응 방침을 빠르게 발표하는 등 일본 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각료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강수를 두었다. 노다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으로서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힌 한편, 일본 정부는 또한 양국 통화를 약정 환율에 따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외환 거래인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과 정상간 교차 방문인 셔틀 외교 일시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정치, 경제적인 압박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또한 남북관계를 이용하는 외교적 압박까지 가세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16일 “한국에 배신당한 일본이 북쪽으로 접근하며 한국을 자극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로이터통신은 15일 일본 정부가 앞으로 한국 측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대항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는 동아시아의 신냉전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으나, 사실 한중일 정부들의 국내 정치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5일(현지시간) ‘미일 동맹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 “서울과 도쿄는 실제 정치적인 렌즈로 쌍방의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 역사적인 원한은 양국을 전략적으로 위협하지 않는다. 두 민주국가는 양국이 가지는 관계에서의 경제, 정치 안보, 자본 시장 때문에 이들 문제에 대한 전쟁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분석하고 “양 동맹은 깊은 역사적 견해차를 부활시켜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수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 교수는 “일본 신문의 논평과 사설을 보면, 일본 국내적으로 한국에 대해 과잉대응을 하면 일본 국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논평들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냉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논란의 추이를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