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붕괴가 현실화되면서 연일 부동산 가계대출 문제가 집중이슈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정부가 DTI(소득대비 담보부채비율)완화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결국 ‘빚 돌려막기’ 일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당연하죠. 집이 팔리지 않아 이자부담으로 평생 허리가 휘는 ‘하우스푸어’들의 실상이 전국적으로 낱낱이 공개됐는데 누가 거액의 빚을 내서 집을 산다는 말입니까? 아직도 ‘부동산시장 정상화’라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는 시작되었고 그것을 확인하는 단계로 착착 들어가고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이런 ‘하우스푸어’들의 수백조에 이르는 주택담보부채가 문제가 된다는 건, 그 부채만큼 또 다른 이들이 수익으로 가져갔음을 말하겠죠. 만약 그 수익이 적정하였다면 지금처럼 부동산 거품붕괴의 후유증이 발생했을까요? 아마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의 마지막 상투를 잡은 구매자들만의 문제로 이 사안을 좁혀서는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의 해법, 그 첫 단추는 누가 그 많은 돈을 먹었는지 따져보는 것입니다.
한국 부동산 거품의 핵심은 아파트, 그 중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판매가(분양가)에서 건물재료나 노동력비용에 커다란 변동이 있을 리 없다고 본다면, 결국 땅값, 건축비, 건설사 마진이 판매가의 터무니없는 거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십시오. 이들이 얼마나 챙겨먹었는가를!
애초부터 가격설정이 가능하지 않은 ‘입지조건’이니 ‘지역프리미엄’이니 하는 허상에 투기를 했던 구매자들을 동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 그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무리들은 따로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적정 분양가 산정의 비교 기준을 잡기 위해 지난 6월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분당급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 평당 분양가를 예로 들어 봅시다. 위 표 맨 왼쪽에서 보시다시피 평당 판매가가 240만원입니다. (출처: 그림 아래 참조, 100대 아파트 1 당 $630, 3.3(1평)×$630×1125원(환율)≒ 240만원)
토지원주민으로부터 매입하는 토지수용원가가 거의 없다고 치더라도 토지를 기반시설 건설에 적합하게 조성하는 조성원가와 건축비 그리고 이윤을 모두 포함해서 평당 260만원이라는 거죠. 현지 인력비용이 적게 든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파탄난 이라크에서 건설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함을 짐작한다면 재료비용이나 기술인력 파견 등의 비용 상승은 불가피할 텐데도 불구하고 평당 분양가는 대한민국의 어느 아파트보다도 쌉니다. 그 만큼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 분양가가 최소 5배 이상 부풀려져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원가에 대한 논란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막대한 토지비용과 부풀린 건축비용은 이제 전 국민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실제 지난 2008년 호반건설이 청라지구 A18블록과 A20블록의 시공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3.3㎡당 280만원이라는 도급단가가 공개되었는데요.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통큰 아파트’라는 말이 회자 되면서 아파트 거품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재 국토부에서 밝히고 있는 표준건축비가 대략 3.3㎡당 500만원임을 본다면 정부가 오히려 건설사들의 건축비 부풀리기를 용인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그러니 수년 뒤에 입주할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직 짓지도 않은 아파트에 수 억 원이 넘는 돈을 집어 넣을 수 있다는 건, 끊임없이 ‘지역프리미엄’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내는 무엇이 있기에 가능할 것입니다. 말이 좋아 ‘프리미엄’이지 도대체 이 말이 무얼 칭하는 신조어란 말입니까? ‘프리미엄’을 지탱하는 주변지역의 유무형적 간접 요인들을 수치로 매겨서 객관적인 공정한 가격을 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 집이 전철역과 가깝다는 걸 어떻게 수치화해서 가격을 정한다는 말입니까? 누가 그 가격에 판다고 하니 그 가격이 바로 ‘프리미엄’의 가치가 되는,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입니다. 그저 갖다 붙일 뿐이죠.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누가 먹었나? '부동산 삐끼들'의 공생고리와 먹튀
이런 어이없는 일들을 한국에서는 이십년 넘게 이어져 온건, ‘부동산 호객꾼’들과 이들과 공생하는 개발관료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건설사는 택지비에 건축비를 더하면서 지역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이를 이용하여 온갖 비용을 부풀립니다. 그리고 각종 개발호재를 뻥튀기해서 그럴싸한 조감도를 그려 부동산 일간지를 화려하게 장식하죠. 여기에 속칭 전문가들 몇몇이 인터뷰하면서 투자가치가 얼마인지 떠들어대고, 온갖 매체에서는 분양받기 줄선 사람들을 화면 앵글에 잡아 전국으로 퍼 나릅니다. 마치 분양 당첨만 되면 로또를 딴 것처럼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죠. 이게 바로 6년전 부동산 3차 폭등기의 진풍경이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몫 단단히 한 집단이 바로 은행입니다. 거액의 분양대금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빌려주겠다고 난리를 쳤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부풀린 거품가격만큼 고스란히 부동산 가계부채로 전가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동산 삐끼들’이 벌인 이 역사적인 대사기극은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토건 관리들과 LH공사(주택공사 +토지공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꼭 짚고 싶습니다. 이들의 연결고리를 아래 그림을 통해 살펴봅시다.
현재 수도권 아파트가격 폭락으로 대출상환의 위기에 처한 ‘하우스푸어’ 들이 바로 이런 ‘부동산 삐끼들’의 꼬임에 속은 것입니다. 상암, 은평, 용인죽전, 일산덕이, 파주운정, 청라, 영종, 송도, 광교, 판교, 별내 등등 수년 동안 명품도시니 뭐니 했지만, 터무니없는 고분양가의 후유증으로 인해 입주자와 건설사간 각종 소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청라, 영종, 송도의 경우 국제도시니 뭐니 하면서 조감도를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각종 프로젝트 사업이 좌초되면서 약속된 ‘지역프리미엄’은 온데간데없고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라는 재화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
여기서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은 일본이나 미국의 부동산 거품과 달리 우리나라는 토지나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투기적 거품이 몰렸다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재화의 특징상 이들의 거품은 매우 치명적인 후유증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파트 단지의 대지는 집단소유라서 특정구역을 개인이 사고 팔 수는 없기 때문인데요. 개인소유의 대지위에 지어진 단독주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쉽게 떠올리실 수 있습니다. 가령 우리 단지의 잔디밭 어디쯤이 나의 땅이라고 팻말을 박아 놓는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러므로 주거자들은 토지에 대한 공동사용권만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앞선 표에서 보듯 아파트 분양가에는 토지에 대한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토지에 대한 사용권만을 매매할 뿐 입니다. 감가상각의 최종단계에서는 철거만이 남겨져 있고 다시 재개발을 위한 비용투입은 모두 개인이 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재개발이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식되었던 시절이 지나가고 부동산가격 대세하락이 시작된 지금, 시간이 지날수록 감각상각에 의한 아파트 건물의 가치 하락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언젠간 철거될 아파트를 평생 갖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요. 단독주택의 경우 대지가 개인소유이므로 건물만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짓는 것이 용이하지만, 아파트는 구역 전체를 재개발하지 않는 이상 개인이 따로 어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 억 원대에 이르는 재개발 비용이 감당이 안 되는 경우, 무너질 위험성이 있는 아파트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좌초된 뉴타운 사업에서 보듯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인해 개인부담금이 폭증한 예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래서 헌 아파트일수록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야 한다는 생각들 때문에 아파트의 매매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부동산 폭등 시절, 신규분양 아파트의 고분양가에 의해 주변의 헌 아파트 시세가 급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재화의 감각상각이라는 기본적 상식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거품인거죠. 그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는 그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착각하지만, 거래가 멈춰버린 지금 그것이 거품임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승했던 가격거품과 감각상각을 반영하여 대폭락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현재 전혀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헌 아파트들을 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새 아파트들도 미분양 사태로 제대로 팔리지 않는데 헌 아파트를 누가 산다는 말입니까? 거래량이 거의 없다보니 싸게 나온 급매물이 곧 거래가를 형성하고, 그 급매가격 기준으로 주변 아파트의 자산가치가 폭락하여 다시 급매물이 속출하는, 일종의 ‘부채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지역프리미엄'이라는 허상에 근거한 자산가치 상승과 이에 기반한 담보대출확대는 애초부터 부실대출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프리미엄'의 근거가 되는 요인들이 조금씩 사그라들거나 추격매수를 할 매수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거품붕괴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수억의 대출을 해준 상태이니 당연히 부실대출의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자를 차곡차곡 갚을 수 있는 상황에서야 문제가 안 돼 보이지만 연체가 시작되기 시작하면 부실대출의 문제는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입니다.
부동산 발 가계부채대란 - ‘지역프리미엄’ 허상을 걷어내야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대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걸까요? 먼저 ‘지역프리미엄’의 허상을 벗겨내야 합니다. 땅장사로 폭리를 취한 LH공사, 부풀린 건축비와 마진으로 고분양가 논란에 불을 지른 건설사, 대출경쟁에 혈안이 된 은행, 부동산 시장에 기생하는 언론, 그리고 지금 안사면 손해볼 것 같은 심정으로 불나방처럼 투기에 뛰어든 매수자... 이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한결같이 맴돌았던 생각들이 있습니다. “설마 떨어지겠어, 이 정도 입지조건이면 앞으로 사람들 북적 댈 것이고 값은 또 튀어오르겠지?!” 바로 ‘입지조건’, ‘지역프리미엄’이니 하는 허상입니다. ‘강남불패’라는 신화가 바로 이런 생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강남의 타워팰리스와 같은 고급 주상아파트들도 지금 반토막이 났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지역프리미엄’의 혜택을 누가 만들어 주었는지 생각해 봅시다. 가까운 지하철, 쾌적한 공원, 편리한 상업시설들... 모두 국가나 지자체가 개입한 공적영역을 통해 마련된 것들입니다. 무수히 많은 유무형의 지리적 요인이라는 것이 국가 관리 하에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공적인 서비스를 개인들의 소유물로 전환하는 지금의 아파트 분양가 산정은 마치 대동강 물을 팔아 폭리를 취한 ‘김선달’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형식의 ‘반값 아파트’ 공약이 과거에 회자되었던 것입니다. 토지를 국가가 조성하여 공급하는 것이니 토지값을 분양가에 반영하지 말고 임대만 하고 건축비만 반영시키자는 거죠. 그러면 ‘반값 아파트’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 한나라당 홍준표 전의원이 유행시킨 말입니다. 이미 아파트에 관한 전문가들은 현재 분양가 산정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애초부터 아파트는 토지공개념에 부합하도록 국가가 계획 조성하여 임대하는 형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살리기 VS 거주자 살리기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라, 이런 원칙을 강조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은 상태입니다. 대규모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매대란이 예상되는데요, 그래서 정부는 현재 각종 부동산 대책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급기야 금융위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던 DTI 완화마저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처럼 이는 청년층을 희생 삼는 ‘빚 돌려막기’일 뿐이며, 아파트 재화의 특성상 건설사들을 위한 신규분양 물량이 아니고서야 헌 아파트를 구매할 매수자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건설사와 은행들을 살리는 대책이지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이 아닌 것입니다.
결국 시장 반응이 별 신통치 않자 지난 20일, ‘담보권신탁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는 채무자의 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해주면서 대신 은행이 담보물의 사용과 수익을 맡는 것인데요. 은행은 채무자로부터 원리금을 분할 상환 받고 대신 채무자에게 주거를 허락하는 것입니다. 집주인은 집은 소유하되 다달이 은행에 원리금을 상환하는 임차인이 되는 것이죠. 은행은 이 담보물을 가지고 자산유동화를 거쳐 수익사업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경제칼럼 <13회>에서 말씀드렸듯이 은행자금조달의 방안인 ‘커버드 본드’와 같은 형태로 은행이 담보물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언뜻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재 원금규모가 워낙 커서 장기분할로 상환한다 하더라도 다달이 부담해야할 액수는 수 백 만원입니다. 가령 원금 2억원, 연이율 3.5%, 10년 장기 분할상환시 매달 200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3-3.25% 임을 볼 때, 연이율이 조금만 더 오른다면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과연 월세 200만원을 10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하우스푸어’들이 얼마나 될까요? 소유권을 보장해 준다는 건 사실 은행의 대출자산을 살리기 위한 허울에 불과합니다.
또 한 가지 거론되는 것은 아예 은행이 주택을 매입하여 재임대하는 형식입니다. 은행이 임대사업자가 되는 거죠. 경매로 넘어가도 거래가 안 되니 은행의 대출자산의 부실규모만 커질 뿐이라서, 아예 대출금으로 주택을 매입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임대료로 수익을 보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이 공동출자자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당정정책협의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선 방법보다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문제는 부실규모입니다. 규모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야 이런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으나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규모가 300조가 넘는 상황에서 배드뱅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현재 스페인처럼 부실은행정리를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은행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임대료를 올리거나 수익이 될 만한 주택만 골라서 매입한다고 한다면 부작용과 함께 그 효과는 떨어질 것입니다. 아래 표는 은행의 주택매입금액을 대출원금으로 산정하고 은행들의 임대수익률을 몇 가지 경우로 가정 했을 시 세입자가 부담해야할 월세를 계산한 것입니다.
위 표에서 은행채 금리는 은행이 금융시장으로부터 빌리는 돈의 금리인데 거의 기준금리 수준입니다. 이 경우 은행이 돈을 전혀 남기지 않는 것을 가정한 것입니다. 당연히 은행의 입장에서 이런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할리 만무할 텐데요. 이렇다 할지라도 대부분 50-70만원 정도의 월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은행이 현실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원리금장기분할시 상환금리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러면 4%를 훌쩍 넘습니다. 대부분 80만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만약 35-40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라면 150만원 이상의 고액의 월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지적할 점은 위의 표는 제2금융권의 대출은 가정하지 않고 제1금융권만 한정해서 보수적으로 가정한 것입니다. 제2금융권에도 대출이 상당히 껴있음을 생각해 볼 때, 임대로 전환된 ‘하우스푸어’의 월세압박과 채무압박은 쉽게 끝나질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제해결의 초점은 은행의 손실을 얼마큼 줄일 것이냐, 임대수익이 얼마나 날 것이냐가 아니라 ‘하우스푸어’ 및 ‘전세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이미 ‘깡통주택’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소유권 보장 같은 허울은 불필요합니다.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개입으로 사태 책임자들에게 위험부담을 고루 떠안도록 하고 그 속에서 서민들의 희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부동산발 가계대출대란의 해법의 첫 단추일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집한 채도 없는 ‘전세난민’들보다 더 나은 이들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 동안 매달 값비싼 이자를 꼬박꼬박 냈고 결국 집까지 은행에 넘긴 ‘하우스푸어’들에게 투기와 투자를 혼동했던 대가는 충분히 치렀다고 여겨집니다. 내집 마련의 기쁨은 잠시였지만, 채무 상환의 고통은 평생토록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계채무자인 경우 까다로운 개인파산을 완화시켜줘 개인회생을 독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1주택자 ‘하우스푸어’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겨져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을 막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권이 확보되어야 이후 재기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터무니없는 대출경쟁을 일삼았던 은행권이 리스크를 좀 더 부담케 하는 것이죠. 이 방법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방법입니다. 은행이 압류한 집에 기존 거주자가 살 수 있도록 하고 소득 대비 적절한 임대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앞서 살펴본 은행의 임대사업과 비슷하지만 은행수익보다는 개인파산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온통 ‘세제혜택’과 ‘은행 살리기’에만 맞춰진 대책들을 걷어내고 ‘거주자 살리기’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와 더불어 더 이상 ‘부동산 호객꾼’들의 거품가격 농간이 통하질 않도록 하기 위해, ‘지역프리미엄’이라는 허상으로 투기적 거품을 조장하는 모든 행태를 벌하는 ‘부동산 규제 패키지’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거주자 살리기’라는 사회적 대타협이 힘을 받고 추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