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쫓겨난 지 1년, 서울역엔 아직 사람이 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 1년...서울시는 여전히 속수무책

철도공사가 서울역의 노숙인들을 강제 퇴거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홈리스들은 서울역을 주소지로 전입을 신고하고 서울역 집들이를 여는 등 자신들이 서울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여기에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 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방침 철회 공동대책위원회(서울역 공대위)의 투쟁은 ‘노동자의 존재인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서울역 공대위와 서울역 노숙인들은 지난 4월 서울역을 주소로 전입 신고서를 내면서 “탈 노숙은 많은 거리 홈리스들이 서울역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사회가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 한다”고 주장했다.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자신들의 거주지로 선언하는 집들이에서도 “서울역에서 쫓아내지 말라는 주장은 여기서 눌러앉아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인정받고 노숙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서울역 집들이 당시모습

강제퇴거 이후, 방치된 노숙인

국가인권위의 긴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역 퇴거조치 이후 거리홈리스의 87%는 배회하거나 인근 지하도, 공원에서 밤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90% 가까이가 막막함, 두려움, 걱정과 같은 심리사회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제퇴거 조치 이후 맞은 겨울, 서울역 인근의 국립중앙의료원 지하 화장실에서 노숙인이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그 해 겨울에는 비보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역사 주변에서 변사로 발견된 이와 추위를 피해 들어간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치여 숨진 50대 남성 노숙인 등 수없이 많은 노숙인이 추위와 무관심에 목숨을 잃었다. 노숙인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구걸을 하는 노숙인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퇴거조치를 시행하던 공익요원이 노숙인들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의 자료는 전체 노숙인의 60%가 넘는 노숙인이 언어폭력과 구타, 가혹행위 등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철도공사의 강제퇴거 이후 노숙인들이 추위와 배고픔, 폭력에 노출되는 빈도는 잦아졌지만 정작 서울역의 노숙인은 줄어들지 않았다. 강제퇴거 조치 이후 100여 명의 노숙인이 줄어들었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노숙인들은 입을 모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경제난에 의해 새로운 노숙인이 유입되는 등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들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숙인들의 보호와 자활을 돕고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이유로 시행된 강제퇴거 조치가 아무런 실효도 거두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는 뭐하나

서울시와 철도공사는 지난 3월부터 노숙인 일자리 지원 사업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주거비용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노숙인 20명은 6개월 간 25만 원 이하의 월세와 서울역 청소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서울역 공대위와 노숙인들은 “서울시와 철도공사의 지원 사업은 강제퇴거 조치에 따른 민심수습정책일 뿐이며 노숙인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와 철도공사가 내놓은 홈리스 일자리 지원 대책이라는 것은 월 40만 원짜리 일자리인데, 월세 25만원을 내고나면 할 재활은 불가능한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더욱이 서울시가 지원하는 일자리는 1년에 최장 6개월만 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서울시와 철도공사는 지난 3월 발표한 일자리 지원 대책 이후 어떠한 후속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동현 활동가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일 뿐 아니라 퇴거조치는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철도공사가 노숙인 퇴거조치를 위해서 고용한 특수 경비용억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4억 8천만 원이다. 반면 서울시와 철도공사는 노숙인 지원 대책으로 스무 명의 노숙인에게 25만 원 이하의 월세 지원금을 지급한다. 총액 500만원이다. 노숙인을 쫓아내기 위해 4억 8천만 원의 돈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원을 쓰고 있는 것. 서울역은 연간 37억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닙니다

노숙인들은 “우리는 가난할 뿐 죄를 짓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회적 낙인은 노숙인들을 멸시하거나 낙인을 찍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진행되던 지난 3월 강남구는 거리에 ‘노숙인풍’의 사람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주변 노숙인들이 가장 먼저 범인으로 의심받았다.

“장애수당이나 받고 있지 왜 돌아다니냐”는 멸시와 냄새가 난다는 타박을 들으며 슈퍼와 식당에서 내쫓긴 여성홈리스의 방화 범죄나 시설 경비원의 퇴거조치에 반발한 거리홈리스의 방화시도 등의 사건은 노숙인에 대한 멸시와 배제가 낳은 범죄유발의 사례다.

서울시가 만들겠다고 장담한 노숙인을 위한 ‘자유카페’는 지역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노숙인 그룹홈의 설치와 이전도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위기에 처해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정록 활동가는 “못나고 가난하고 누추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가난을 죄악시 하는 것”이라며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말했다.

차별의 사슬을 끊고, 서울역을 열어라

22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는 서울시와 철도공사의 강제퇴거 조치 1년을 맞아 강제퇴거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문화제 ‘차별의 사슬을 끊고, 서울역을 열어라’가 열렸다.

노숙인과 시민 100여 명이 자리한 문화제에서는 서울시와 철도공사의 강제퇴거 조치를 성토했다. 김선미 성균관대 사회복지연구원은 강제퇴거 퇴거조치를 당한 노숙인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가 더욱 강압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 이후 서울역 노숙인 수가 거의 줄지 않은 사실을 전했다. 그녀는 “아무리 강제퇴거 조치를 이어도 서울시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노숙인들은 결국 다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역할을 촉구했다.

서울역을 열어라 문화제에는 서울역 강제퇴거 1년을 맞아 해외의 도시빈민, 주거권 이슈 단체의 연대들도 속속 도착했다. 태국의 FRSN(Four Regions Slum Network)는 “홈리스를 테러위협으로 삼는 것은 그들을 추방하기 위한 핑계이며 편견과 낙인을 조장할 뿐”이라며 정부와 코레일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국가의 도시 빈곤과 주거권 문제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LOCOA도 연대의 메시지에서 “홈리스로 보이는 사람들을 제외시키고 추방하는 것은 차별이며 인권침해”이며 “홈리스들에게 더 큰 사회적 적대심을 심어줄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역 공대위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노숙인 신분을 특정하여 공공장소의 출입을 불허하는 반인권적 조치를 더 이상 존속시켜선 안 된다”고 밝히며 “거리로 내쫓긴 이들을 또 다시 추방하는 강제퇴거를 철회하기 위해 더욱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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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인수

    노숙인전체 맹박아 너는 이건희의 자동차적자를 세금으로 매년 매워 주면서 우리 노숙자는 왜 매년 그만큼의 돈도 안준야 사카린밀수를 안해서 그려 아니면 이명박,노무현,박정희 니덜처럼 친일을 안해서 그려 아니면 대중이,승만이,두환이,태우,영삼이처럼 미국의제국주의식민지을 계승 안해서 그려 전체노숙자주장

  • 곽인수

    노숙자들 서울역주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