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분회는 지난 6월 8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환경 개선, 정년연장, 위험수당 지급 등의 요구안으로 8월 17일까지 9차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4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친 조정 시도에도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아 결국 민들레분회는 7일 병원 본관 앞 결의대회에서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민들레분회는 하청업체인 ‘아이서비스’가 원청인 서울대병원과 노동자 1인당 236만 4천원에 도급을 계약했지만, 정작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월 120여 만원 정도를 받는 저임금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의사성과급 제도로 인해 밤에도 수술이 진행되는 등 환자 수는 점점 증가하는데 청소 노동자 수는 그대로여서 노동강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민들레분회는 청소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어떤 대책과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들레분회는 “2011년에만 두 명의 노동자가 청소 중 에이즈 균에 노출된 주사바늘에 찔리는 사고로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는 병원균과 위험물질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원청인 서울대병원의 노동자들은 위험수당을 따로 받지만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인 민들레분회 조합원들은 위험수당을 받지 못한다.
민들레분회는 정년연장도 요구했다. 청소노동자들은 타 직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다. 때문에 고려대 안암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청소노동자들은 70세의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서비스’는 60세 정년을 고수하고 있다. 민들레분회는 “정부도 고령화시대에 맞춰 고령자 고용 촉진을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추세인데 국립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정년 60세를 고집하며 연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애란 의료연대 본부장은 “정년연장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니, 아이서비스는 타사업장과 비교하지 말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동일한 일을 하는데 왜 비교를 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정년 연장과 생활임금 쟁취 등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김윤희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고려대 안암병원 분회장은 민들레분회의 파업출정 결의대회에 연대해 “60세가 넘어도 일을 잘 할 수 있는데 굳이 60세 정년을 고집하는 아이서비스가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며 정년 연장과 아이서비스의 퇴출을 요구했다. 그녀는 이어 “병원에는 위험요소가 많아 조심해도 위험에 노출된다”며 위험수당이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분회장은 “병원 사정은 병원이 아는 법이니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며 연대의 의지를 밝혔다.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는 2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전원 아이서비스 직원이며 서울대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는 없다.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서울대병원에는 청소를 하는 노동자가 한 명도 없게 된다.
의료연대 서울지부의 이향춘 사무국장은 “파업은 불시에 시작될 것”이라고 알렸다. 사측이 미리 인지하고 대체인력을 준비하지 못하도록 기습적인 파업을 벌이겠다는 것. 이 사무국장은 “임단협에서 성과를 내고 임금인상과 근무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파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